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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인터넷과 IT기기들이 동시에 발전하면서 생겨난 우리의 대중문화 가운데 하나이다. 웹툰은 포털사이트에서 클릭 몇번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이전의 단행본 만화와 같이 판타지와 학원물, 순정물과 같은 장르도 있으며, 그림의 필치는 단순하지만 이야기는 다른 장르에 비해 비교적 현실적인 생활웹툰도 있다. 이 가운데 '생활웹툰(에피소드웹툰)'은 현실을 유쾌하게 다룸으로써 고단한 삶에 대한 위로와 공감 그리고 판타지를 동시에 심어주면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생활웹툰 가운데서도 결혼생활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결혼생활웹툰'은 요즘 가장 인기있는 장르 가운데 하나이다. DAUM에서 연재하고 있는 난다의 <어쿠스틱라이프>, 네온비의 <결혼해도 똑같네> 그리고 Facebook 인텔페이지에서 연재되고 있는 정철연의 <마조앤새디>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작가 자신의 결혼생활을 중심으로 그 안에서 펼쳐지는 평범한 일상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그들만의 개성 있는 필치와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스토리 전개로 풀어나간다. 이들은 결혼생활의 시작을 전후에 얽혀지는 양가 가족들과의 관계, 남편과 아내와의 관계 등을 자신들의 지금 모습을 중심으로 풀어나감으로써 기혼자들은 물론 미혼자들에게까지 공감을 얻고 있다. 이 가운데 정철연의 <마조앤새디>를 중심으로 결혼생활웹툰의 구성과 독자의 호응요인과 파급효과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마조앤새디는 요즘 핫한 생활 웹툰 가운데 하나다.
▲ 정철연 <마조앤새디> 마조앤새디는 요즘 핫한 생활 웹툰 가운데 하나다.
ⓒ 정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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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연의 <마조앤새디>는 느닷없이 등장한 결혼웹툰이 아니다. 정철연(1979년생, 35세)은 2003년 만화형식으로 자신의 일기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일기는 단순히 정철연(일기 캐릭터명 성게군, 이하 마조)이 지극히 평범한 자신의 일상을 담은 내용이었지만, 입소문을 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같은 세대인 당시 2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것이 <마조앤새디>의 전작이자 그의 데뷔작인 <마린블루스>다.

<마린블루스>는 그의 제대 후 구직활동부터 취직, 직장생활 그리고 그 안에서 부인인 새디(당시 캐릭터명 성게양)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에 이르는 20대 자신의 생활을 유머러스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이 작품으로 그는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더불어 성게군과 성게양 그리고 그 안에 나오는 성게군의 친구와 애완 고양이 등을  담은 다이어리나 인형과 같은 캐릭터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던 2008년 그는 돌연 <마린블루스>의 연재를 중단하고, 본업인 캐릭터 디자이너로서의 생활에만 몰두한다. 그리고 2010년 그는 <마조앤새디>라는 새로운 작품의 연재를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 내 인텔코리아 페이지에서 시작한다.

<마조앤새디>의 기본틀은 <마린블루스> 시즌 2.5에서 결혼을 한 마조(성게군)와 새디(성게양)의 결혼생활이다. 전작에서 등장한 애완고양이 루이와 루비 등 기본적인 등장인물과 스토리는 <마린블루스>의 연장선이라 봐도 무방하다. 다만 회사를 그만 둔 마조는 가정주부로,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는 새디는 집안의 가장으로 집안 내 포지션이 변화한다.

우리나라 정서상의 가장과 주부의 담당자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들의 생활이 우리와 크게 다르거나 하지는 않다. 마조는 프리랜서 만화가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동시에 집에서 가사일을 본업으로 삼고 있고, 아내가 자신이 싸준 도시락이 맛있다고 하면 행복에 만취되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주부의 캐릭터를 갖추고 있다.

새디는 디자인 회사의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집안경제를 책임지고, 퇴근 후 치맥으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가장의 일반적인 캐릭터이다. <마린블루스> 시절부터 함께해 온 20~30대 독자들은 전작부터 이어진 이들의 이러한 평범한 일상의 단면에 서서히 관심을 가졌다.

<마조앤새디>는 그들의 부부생활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가 주된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마조와 새디는 평소에는 같이 운동과 게임을 하고, 드라마의 유행어를 즐기며, 거짓말게임 등을 통해 서로를 골탕 먹이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며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 하고 세부 수집 줄기는 서로 다르지만 피규어나 인형을 수집하는 취미를 공유하고 존중한다. 명절과 양가 부모님의 방문 하실 때는 서로의 부모님께 잘 보이려 노력하는 보통의 사위, 며느리이다. 전기세가 오르고 누진세가 적용된다 하자 전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연구하고 집안 내 전기세 경계경보를 발령한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하자 전세집을 알아보려 동분서주하고, 회사 디자인팀이 없어지자 새디는 졸지에 정리해고되어 실업자가 된다.

처갓집에 놀러간 마조
▲ <마조 앤 새디>의 한 장면 처갓집에 놀러간 마조
ⓒ 정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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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마조앤새디>의 연재를 담당하는 문과장은 총각시절 라이딩이 취미였으나,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게 되면서 취미를 접고 바이크를 판다. 그리고 그만두고싶다 그만두고싶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꿋꿋이 회사를 다닌다. 이러한 <마조앤새디>의 이야기들은 작가와 동세대이자 주독자층인 20대~30대들도 흔히 겪는 일이며, 별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지극히 독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한다. 그리고 독자들은 작가가 보여주는 그의 생활을 더욱 보고 싶어하고 궁금해한다.

대중들은 그들의 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마조의 네이버 블로그에 들어간다. 마조의 블로그에는 마조의 집 인테리어와 마조의 일상생활, 여행, 요리레시피 등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 시켜 줄 포스팅이 가득 담겨있다. 독자는 블로그를 통해 마조의 공간을 엿봐 궁금증을 해결함과 동시에 여러가지 팁과 웹툰에는 그려지지 않은 일상들을 공유하고 즐긴다.

그리고 자신들의 생각과 경험을 그들의 이야기와 동일시하고 작가와 독자가 웹툰의 페이지 혹은 마조의 블로그 댓글, 이메일 등을 통해 생각을 나눈다. 이와 같이 <마조앤새디>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지극히 평범한 그들의 일상과 그것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한다. 더불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특별한 삶의 단면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마조앤새디>는 독자들에게 평범한 삶 안에서 현실적으로 보여지는 판타지를 함께 제공한다.

마조앤새디의 작가 정철연의 블로그의 포스팅 일부
▲ 마조의 블로그 포스팅 마조앤새디의 작가 정철연의 블로그의 포스팅 일부
ⓒ 김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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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앤새디>에서 보이는 삶의 한 단면은 지극히 평범하다. 그러나 또 한 단면은 매우 특별하다. 여기에서 <마조앤새디>의 현실판타지는 시작한다. 그들의 일상생활이 담긴 에피소드들의 대부분은 대중이 관심을 보이고 그들이 좀 더 보여주기를 원할 정도로 공감가는 평범함이 있다.

보통의 20~30대의 결혼생활, 사회생활과 비슷하며 충분히 겪어봄직한 일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이 담긴 이야기를 좀 더 들여다보면 그들의 일상은 독자들이 부러워하고 꿈꿀만한 이상적인 면도 분명 존재한다. <마조앤새디>에서 드러나는 마조와 새디의 생활과 사회적 능력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의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일상과 이상에 상충하는 면이 있다. 가정주부로 집에 있는 마조의 모습은 평범한 일반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자신의 전문적인 일을 가지고 있고, 작업 시간 외에는 자신의 시간을 갖고 취미생활을 즐기며, 기본적으로 새디의 허락을 받아야하긴 하지만 원하는 장난감이나 가정용품을 맘껏 수집하는 마조의 모습은 분명 평범한 일반인들과는 다른 삶이다. 어떻게 보면 정시에 출퇴근을 해야하고 하루하루 정해져있는 일을 해 나가는 보통의 직장인 그리고 하루 종일 아이를 보고 가사일까지 해내야하는 가정주부, 그리고 직장인과 주부 두 역할을 모두 책임지고 있는 워킹맘들에게는 부러운 삶의 한 모습이다.

또한 직장을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일이 들어오고, 남편이 연재한 <마조앤새디>의 인기와 자신이 그동안 했던 디자이너로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업에 성공하는 새디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유능함을 기반으로 한 이와 같은 또 다른 삶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부러움을 안겨주고, 현실 안에서 추구할 수 있는 판타지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현실 판타지를 안겨주는 <마조앤새디>가 가진 이야기의 힘은 <마조앤새디>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정철연이 자신들의 생활을 그림과 이야기로 일차적인 가공을 통해 풀어내고, 독자들은 가공이 완료된 작가의 일상생활 이야기를 즐김으로써 갖게 된다.

이는 대부분의 '결혼생활웹툰'이 가진 이야기의 힘이자 인기요인이기도 하다. 작가의 삶이 매끄럽게 가공되어진 이야기는 가공과정을 거치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는 독자로 하여금 '어? 우리도 저런적 있었는데..' 식의 재미있는 경험이 담긴 혹은 주변의 기혼자들에게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분명 우리도 겪고 들은 일이지만 매끄럽게 가공된 그리고 여기에 작가들의 특별한 모습까지 더해진 결혼생활웹툰의 모습은 공감과 동시에 '나도 저렇게 살고싶다' 혹은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반응을 동반한다. 이미 그들의 생활에 공감하고 호감을 갖게된 독자들은 그들의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부러운 삶 안에서 판타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판타지는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가까이에 있다고 느껴지는 이야기이기에 독자들은 이 웹툰에 더욱 빠져들게 되고 현실  판타지에 대리만족 혹은 그 판타지를 이루려 모방하게 된다. 그리고 마조의 이야기에 공감대를 형성한 독자들은 블로그, 웹에서 작가와 소통을 한다.

이를 통해 생겨난 작가와 독자 간의 이야기는 웹툰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도 하고, 이야기의 일부 소스가 되기도 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다양화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마조가 만든 <마조앤새디>라는 웹툰 안에서 독자와 작가 간의 관계가 반영된 문화와 공간이 완성된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과 유기적 관계는 작가와 독자 간의 공동체 의식까지 자연스럽게 형성시킨다.

마조와 마조의 팬들이 모여 김장정모를 했었다. 마조앤새디의 작가는 단순히 만화를 넘어서 팬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적극적이었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 정철연의 팬미팅 '김장 정모' 마조와 마조의 팬들이 모여 김장정모를 했었다. 마조앤새디의 작가는 단순히 만화를 넘어서 팬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적극적이었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 정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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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작가와 독자의 관계는 '마조앤새디' 캐릭터브랜드의 성공과 카페 '마조앤새디'의 호황을 수반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새디는 <마조앤새디>를 바탕으로 마조웍스라는 회사를 창립했다. 그리고 '마조앤새디' 블로그와 인텔 페이스북 페이지를 중심으로 홍보를 진행했다.

<마조앤새디> 독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부산 센텀시티에 오픈했던 팝업스토어의 캐릭터상품은 당일 모두 매진되었고, 방배동에 오픈한 카페 '마조앤새디'는 카페인 동시에 마조웍스의 사무실과 캐릭터스토어, 마조앤새디의 집이 복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지금도 독자들에게는 한번은 들러보아야 할 명소로 여겨지고 있다.

웹툰 자체가 상업성이 어느정도 간여될 수 있는 장르이지만, '마조앤새디'는 상업적인 면에 있어서도 다른 웹툰 작가들에 비해 적극적인 생산자의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생산물에 호응하는 독자들은 웹툰과 웹툰을 모아 엮은 단행본의 소비는 물론 그 외에 상업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응했다.

이는 그냥 경제적 소비로 단순화 시킬 수 없다. 정철연의 전작인 '마린블루스'와 마찬가지로 독자들은 마조앤새디라는 웹툰에 자신의 삶과 감정을 적극적으로 이입시키고 감정을 공유하는 '감정적 리얼리즘'을 보여주었고 그 안에서 일상판타지를 구축해나갔다.

하지만 그 '감정적 리얼리즘'에 의해 구축된 현상들은 홀과 화넬이 논한 '소수를 위한 대중예술'이라고 하기에는 어느정도 무리가 따른다. 소수라고 하기에는 8시간 만에 모든 캐릭터상품이 완판되고 단행본이 베스트셀러에 장기간 노출되어 있었으며, 팬과 작가 간의 파카정모, 김장정모 등이 메신저 연락만으로 2000여명 이상 몰려 선착순 100명으로 진행되었다는 현상 자체가 너무나 다수가 공유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롯데백화점과 같은 대중의 호응에 민감한 업체들이 팝업스토어를 먼저 제의해 열어주고, 정식 입점까지 제의해 입점케 했다는 사실 역시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는 작가의 주요 팬층인 20~30대가 함께 공감대가 형성되어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또한 작년 마조앤새디의 팬시상품 가운데 하나인 가방의 디자인 표절 문제가 불거졌을 때, 사회적 이슈가 되고 엄청난 비판이 뒤따랐던 사태 역시 <마조앤새디>라는 웹툰 자체가 그간 얼마나 파급력이 대단했는지를 알게 해준다. 만일 이 웹툰이 지극히 소수만이 향유하는 취향의 웹툰이거나 웹툰에 대한 반응이 미지근했다면 뉴스에 실릴 정도로 크게 부각되긴 힘들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웹툰을 둘러싼 작가와 독자 간의 관계, 문화공유, 그와 관련된 문화소비는 단행본,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팬시상품 등 종류와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앞서 소개한 '어쿠스틱라이프', '결혼해도 똑같네' 등 다른 인기 있는 웹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마조앤새디'는 아직 완결되지 않은 웹툰이다. 단행본 3권이 작년 9월에 출간되었고, 시즌2 '마조앤새디-마조패밀리'라는 이름으로 현재 연재가 진행 중이다. 시즌2에는 마조웍스와 2세를 가진 마조부부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되고 있다. 아이가 없었던 시즌1에 비해 이야기의 소재는 풍부해졌고 풀어나갈 이야기도 더 많아졌다.

정철연은 앞으로도 계속 그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나갈 것이다. 육아라는 요소가 추가되면서 그에 관한 판타지가 또 이야기 속에 내포될지도 모른다. '마조앤새디' 단행본 3권에는 마조의 이야기를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는 친구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왜?"라고 반문한다. 결국 그의 결혼생활 역시 가공되지 않는 이야기의 밖에서는 평범한 현실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연재가 지속되는 한 작가와 독자 간의 현실과 판타지의 공유는  '마조앤새디'는 물론 다른 결혼생활웹툰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마조 앤 새디 vol.4 - 완결|마조와 새디의 치열ㆍ낭만 육아 생활툰

정철연 글 그림 사진, 예담(2015)


태그:#마조앤새디, #마조, #새디, #정철연, #성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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