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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두 병원에서 검사한 자료를 다 줬건만 또 다시 검사를 처음처럼 새로 했다. 아마도, 결과가 수술로 이어질 때를 대비해서 꼼꼼하게 검사를 하는 것 같았다. (자료사진)
 이전 두 병원에서 검사한 자료를 다 줬건만 또 다시 검사를 처음처럼 새로 했다. 아마도, 결과가 수술로 이어질 때를 대비해서 꼼꼼하게 검사를 하는 것 같았다. (자료사진)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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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면서도 내가 이후로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 이미 결정을 내려놓고 있었다. 나의 좌우명이 '생각은 깊게 행동은 빠르게'다. 기왕 닥친 일, 고민하고 망설일 게 아니다. 결론은 50:50, 살려면 수술하고, 살고 싶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 (관련기사: "음... 언니랑 같은 거네요" 나도 암에 걸렸다)

남편은 병원 밖에서 통화에 열중하고 있다. 통화하는 상대가 누군지 짐작이 갔고, 나는 남편이 전화하는 곳이 어딘지 또 무슨 내용으로 통화하는지 알고 있다. 이것은 34년간을 부부로 서로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이 준 선물이다. 전화 통화를 마친 남편이 소파로 돌아왔다.

"병원 예약했어요?"
"예, 대학 병원에 검사 예약했어요. 검사 결과 나오는 거 보고 나쁘면 바로 수술 들어갑시다. 저쪽 병원에서 여태까지 나온 검사결과에 해당하는 자료는 다 갖고 오래요."

수술로 이어질 때 대비... 꼼꼼하게 다시 검사

다음 날, 대학병원에 가서 유방과 갑상선(갑상샘) 검사를 했다. 이전 두 병원에서 검사한 자료를 다 줬건만 또 다시 검사를 처음처럼 새로 했다. 아마도, 결과가 수술로 이어질 때를 대비해서 꼼꼼하게 검사를 하는 것 같았다.

유방의 증세는 지난번 글에서 이야기했고, 이제는 갑상선 증세를 얘기할까 한다. 나는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서 성당 성가대에서 메조소프라노 파트를 맡고 있었다. 그런데 수술하기 2~3년 전부터 높은 음이 올라가지를 않아서 성가를 부를 때에 음 이탈을 자주 했다.

나 때문에 성가 연습시간이 길어졌다. 아무도 눈치 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미안해서 스스로 성가대를 그만뒀다. 또, 멀리 있는 사람을 부르려고 소리를 지르려면 목이 잠겨서 큰 소리가 안 나왔다. 시 낭송을 할 때는 저음으로 했다.

주변 사람들은 목소리가 낭랑할 때도 좋았지만, 저음도 부드럽고 좋다며 치켜세웠다. 노래는 안 부르니까 몰랐고, 아이들은 가까이서 부르면 되니까, 통증이 없고 불편하지 않으니까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때라도 병원에를 갔다면 암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시간 허비를 돈 낭비보다 아깝게 생각하는 편이다. 돈은 나한테서 나가도 누군가가 필요한 곳에 쓸 것이다. 하지만 시간 허비는 누구한테도 득이 되지 않는다. 하여, 집안 일을 할 때도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예를 들면, 세탁기를 돌려놓고 설거지를 하면서 그날의 일정을 체크하고 할 일의 계획을 머리속으로 짠다. 성가대를 할 때는 이웃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시끄러운 청소기 소리에 내 목소리가 묻히도록 청소기를 돌리면서 성가 연습을 했다. 이렇게 집안 일을 두세 가지 동시에 하면 내가 하고 싶은 취미활동과 여가 시간을 유용하게 쓸 수가 있다. 열심히 살림살고 일하며 돌아다니느라고 목에 대해서는 아예 잊고 살기를 1년여.

삐딱하게 기운 목울대... 세 번째 검사도 같았다

2012년 초겨울, 무심코 거울을 보니 목울대가 삐딱하게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 때서야 높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겁이 덜컥 났다. 때 마침, 국민건강공단에서 정기검사를 받으라고 온 유인물이 생각났다. 당장 검사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유방암과 위암 대장암 검사는 있는데 갑상선암 검사는 유인물에 없었다.

검사의 목적이 변형된 유방과 갑상선이었기에 별도의 검사료를 내고 갑상선을 포함한 그 밖의 검사도 받았다. 검사 결과 유방과 갑상선 재검사 소견이 나왔고, 결국 둘 모두 암으로 밝혀졌다.

다시 다른 병원에서 세 번째 재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마지막 병원에서만은 제발 '아니다'라는 답이기를 바랐는데, 그 옛날처럼 오진이기를 바랐는데! 잘 못 들은 줄 알고 의사에게 재차 물었다.

갑상선과 갑상샘
 갑상선과 갑상샘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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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아니, 갑상선암이라고요?"
"두 가지 다 입니다."
"......"

망치로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눈만 멀뚱거리고 앉은 내게 의사는 확인 사살하듯이(내게는 그렇게 들렸다) 또박또박 말했다.

"두 가지 다 악성입니다."
"그럼 전이 된 건가요? 각자 따로 생긴 건가요?"
"전이는 아니고, 따로 생긴 것 같네요."

화가 났다. 나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화를 냈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태그:#유방암, #갑상선암, #재검사, #목소리, #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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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시원한 청량제, 겨울에는 따뜻한 화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쓴 책 : 김경내 산문집<덧칠하지 말자> 김경내 동시집<난리 날 만하더라고> 김경내 단편 동화집<별이 된 까치밥> e-mail : ok_0926@daum.net 글을 써야 숨을 쉬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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