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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프랑스 서남부 중도시 알비(Albi)에서 서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시벤댐 건설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사망한 21세 청년 레미 프레스(Rémi Fraisse)로 인해 프랑스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환경을 파괴하는 시벤댐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던 레미 프레스는 경찰이 던진 충격용 폭발물이 배낭 위에 떨어지면서 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는 사회당 정부는 청년 환경보호자의 삶을 앗아간 이 사건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선 아직까지 여러 의문점이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무폭력' 기조의 시위대 5000명이 참가한 집회 현장에 70여명의 경찰이 동원된 이유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결국 경찰이 시위 현장을 관리하는 것을 못마땅해 했던 일부 참가자와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400여 개의 최루탄이 발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단 한 개의 충격용 폭발물을 사용했다고 밝혔지만, 그게 왜 하필 레미 프레스의 배낭 위에 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리지 않고 있다. 원래 충격용 폭발물은 경찰이 신변 위협에 처했을 때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사용할 상황이라도 시위대를 위협하는 목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시위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용해야 한다는 지침이 마련돼 있다.

사망 이후 48시간 침묵으로 일관한 사회당 정부

 프랑스 언론 <리베라시옹>에 실린 레미 프레스 관련 기사
 프랑스 언론 <리베라시옹>에 실린 레미 프레스 관련 기사
ⓒ lib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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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이번에 사망한 레미 프레스는 얌전하고 착실한 식물학자였다. 가끔 환경 보호 시위에 참가할 뿐 일반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던 그는 우연히 여자친구를 따라 이 시위에 참가했다가 이런 불상사를 당했다.

시위가 수시로 이루어지는 프랑스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1986년 대학 개혁 프로젝트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22세 알제리 출신 대학생 말리크 우세킨(Malik Oussekine) 사망 이후로 처음이다. 당시 우세킨의 사망으로 대학 개혁 프로젝트 법안은 취소되었고 당시 알렝 드바케 (Alain Devaquet) 상위 교육 장관은 자진 사퇴했다.

21세 무고한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건 때문에 프랑스인들은 슬픔에 잠겼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을 더욱 침울하게 한 사실은 사회당 정부의 태도였다. 사회당 정부는 사건 발생 48시간이 지나도록 침묵만 지켜 지탄을 받았다.

프랑스 언론들도 프랑스인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 시기 많은 언론들은 러시아에서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토탈 경영주 크리스토프 드 마르즈리(Christophe de Margerie)의 장례식을 보도하기에 바빴다. 거의 국빈장으로 거행된 이 장례식에는 올랑드 대통령, 발스 국무총리 등을 비롯해서 유명한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참석했다.

일부 사회당 인사들은 레미 프레스의 죽음에 침묵하는 정부에 유감을 표했다. <르몽드>는 지난달 31일 한 정부 관계자가 "월요일 저녁이나 되어서야 (사건은 토요일에 일어났음) 내무부에서 처음으로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시도한 것은 정치적인 과실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시 중된된 시벤댐 건설

녹색당은 댐 건설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노엘 마메르 (Noël Mamère) 녹색당원은 "레미 프레스의 시체 위에 댐을 건설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벤댐은 길이 1.5km, 넓이 42ha에 달하는 대형 댐으로 100만 5000㎥에 해당하는 물을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대형 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13ha에 해당하는 습지를 파괴해야 하는데, 이 습지에는 94개 종류의 보호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환경보호자들과 녹색당원들이 이 댐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최근에 전문가 평가에 의해 "지나치게 거대한 댐으로" 지적받은 바 있는 이 댐이 완공될 경우, 혜택을 받는 농가는 옥수수를 재배하는 20개 농가에 지나지 않는다.

일각에선 이 댐을 건설하는 목적이 다른 데에 있다고 지적한다. 댐 건설을 주관하고 있는 타른느(Tarn) 도의회는 이 사업의 진행을 지역 회사인 CACG에 일임했는데 이 회사는 도 의회장과 부의회장이 운영하는 회사다. 결국 도의회에서는 공개입찰 등의 절차 없이, 이익을 위해 자회사에 일을 맡긴 것이다.

이 댐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총 84억 4200만 유로로 미디-피레네 지역과 타른느와 갸론느 도의회, 수력 에이전트와 시골의 농업 발달을 위한 유럽 펀드 등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사실 정부의 호의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수력 에이전트와 유럽 펀드의 자금 조달이 불가능했고, 이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65억 1000만 유로로 전체 비용의 3/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레미 프레스의 사망으로 시벤댐 건설 사업은 일시 중단되었다. 지난 4일 세골렌 루아얄 환경장관이 타른느 지역 의원들과 미디-피레네 지역장, 수력 에이전트 관련자, 환경 보호단체, 농부들을 소집한 회의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했으나 각자의 이익이 서로 얽혀 결국 아무런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시위 참가자와 녹색당에서는 댐 건설 즉각 폐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유럽 펀드까지 자금을 대고 있는 터라 댐 건설 폐지가 쉬울 것 같지는 않다.

루아얄 장관은 시벤댐에 머물고 있는 자디스트(zadiste)들의 철수를 요청했다. 자디스트란 ZAD(Zone a Defendre, 수호해야 할 지역)를 점령한 뒤 그곳에 거주하는 자들이다. 프랑스에는 낭트 공항 건설 반대 ZAD 등 여러 ZAD가 있다.

시벤댐 공사는 환경전문가들의 부정적 의견에도 2013년 10월 타른느 도청소재지에서 도의회 투표로 통과됐다. 지난 2월, 이 지역의 보호 동물 사냥과 산림 벌채가 허용됨으로써 점령자들은 강제로 철수됐다. 결국 9월부터 산림 벌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점령자들이 들어오는 등 10월 25일 레미 프레스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경찰과 자디스트들은 지속적인 싸움을 벌였다.

올랑드 지지도 12%... 5공화국 사상 최저치

 <르파리지앵>은 레미 프레스의 죽음 관련, 고등학생들까지 시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르파리지엥>은 지난 6일 레미 프레스의 죽음 관련, 고등학생들까지 시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 르파리지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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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레미 프레스 사망을 추모하는 시위가 지난 1일부터 파리, 낭트, 툴루즈, 디종 등 프랑스 대도시에서 일어났다. 낭트 공항 건설 반대 자디스트들이 대거 참가한 낭트 시위에서는 은행 등 공건물이 파괴되고 수 명이 경찰에 연행되어 갔다. 파리 시청 앞에서 이루어진 시위에서 주체측은 시위자들에게 철모를 쓰고 나올 것을 권했는데 이유는 이제부터 프랑스에서 시위하려면 죽음의 위협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가운데 파리 북쪽에 위치한 스탈린 그라드 광장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던 시위가 정부에 의해 금지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이 모여들었는데 경찰은 이들 중 70명을 구속하는 등 강력하게 진압에 나서고 있다. 

<르파리지엥> 등에 따르면, 레미 프레스가 사망한 지 11일이 지난 6일, 드디어 고등학생들도 거리로 나섰다. 수 천 명의 고등학생들이 레미 프레스를 추모하고 경찰의 폭력 진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에 참가한 일부 학생들은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하기 위해 30여 개 학교의 출입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올랑드 대통령이 임기 초기부터 제일 우려한 것은 사회적 폭발인데, 특히 (올랑드는) 젊은층에서 발산되는 사회적 폭발을 두려워하고 있다. 레미 프레스가 프랑스 젊은이들의 순교자가 된다면 엄청난 폭발이 가능한 칵테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 - <르몽드>가 보도한 올랑드 대통령 한 측근의 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레미 프레스의 사망으로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정부의 기반이 심히 흔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6일 현재 허핑턴포스트 프랑스어판 <르 허핑턴포스트>와 뉴스 전문 매체 <이 텔레>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도는 12%로 5공화국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고등학생들까지 거리로 뛰어나온 터라,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한편 레미 프레스의 사체는 사망 10일 후인 5일 가족들 품으로 돌아갔고, 베르나르 카즈뇌브(Bernard Cazeneuve) 내무부 장관은 향후 시위 진압에 충격용 폭발물 사용 금지 지시를 내렸으나 사임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폭발물을 던진 경찰과 지시를 내린 경찰 상급자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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