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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어느 가전제품 광고 중에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한다'라는 내용의 카피가 있었습니다. 가전제품은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할지 모르지만 우리 인생에 있어 어느 순간, 그 순간이 욱하고 화(분노)를 내는 순간이라면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끔찍한 짓을 해 평생 동안 영어의 몸이 돼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걸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봐왔습니다. 평소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사람이지만 순간적 분노를 이기지 못해 초래한 참담한 결과입니다.

분노에 사로잡히면 우리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더 이상 지배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리판단력이 흐려지고 이성적 제어를 상실하게 됩니다. 화물을 가득 실은 채 경사가 심한 언덕배기에 주차돼 있다 브레이크가 파손돼 움직이기 시작하는 화물트럭과 같습니다. 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때라면 커다란 돌을 잽싸게 바퀴 아래로 밀어 넣으면 구르기 시작하는 바퀴가 멈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 어느 정도 이상 구르기 시작해 탄력이 붙게 되면 그때부터는 방향도 속도도 제어되지 않을 것입니다. 끔찍한 사고만이 기다릴 뿐일 겁니다. 순간적인 분노가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현명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끔찍한 사고를 방지하려 평소 브레이크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 정비하고, 설사 브레이크가 파손되더라도 더 이상 바퀴가 구르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를 잘 살펴 주차할 것입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은 상대가 있는 싸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주차는 물론 화를 다스리는 데도 통용되는 진리입니다.

<분노를 다스리는 붓다의 가르침>

<분노를 다스리는 붓다의 가르침>표지
 <분노를 다스리는 붓다의 가르침>표지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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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다스리는 붓다의 가르침>(지은이 샤론 샐즈버그·로버트 서먼, 옮긴이 윤서인, 펴낸곳 담앤북스)은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분노를 사전에 꼼꼼하고 또렷하게 살필 수 있는 '지피지기'의 지식이자 폭발할 수 있는 화를 잘 다스려 제어할 수 있는 처방전입니다.

어떠한 일에 정확한 처방을 내리기 위한 전제 조건은 정확한 진단입니다. 증세를 잘 살펴 무엇 때문에, 또는 어디로부터 그 증세들이 기인하는 것인지를 잘 파악해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합니다. 화도 그렇습니다. 화의 실체를 또렷하게 알고,  어디로부터 기인하는지를 정확하게 안다면 다스릴 수 있는 처방 또한 분명해 질 것입니다.

책에서는 분노하게 하는 인자들을 적으로 규정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화, 분노야 말론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불행하게 하고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것들이니 적으로 규정한 설명이 한층 더 실감납니다.

책에서는 적을 네 가지, '외부의 적', '내부의 적', '은밀한 적', '가장 은밀한 적'으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적'은 사취, 폭행, 따돌림, 고문, 살해등과 같이 '서로 증오하고 상대방을 해치거나 해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상대적으로 분노를 발발시키는 인자들입니다.

'내부의 적'은 우리 마음속에 수없이 숨어있는 많은 편집증적 욕망, 타오르는 분노, 고질적인 질투, 지나친 경쟁심, 어리석은 자만, 완고한 망상, 독선적인 확신 등과 같은 강력한 힘들입니다 '은밀한 적'은 '자아 습관'에 의해 형성되는 것들이며, '가장 은밀한 적'은 '열등감', 무가치감, 자기 비하, 자기혐오, 자기부정 등을 유발시키는 '낮은 자존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분노 및 증오 상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시킨다. 코르티솔은 세포 조직을 파괴하고 혈액 성분을 바꾸고 순환계를 손상시킨다. 번번이 짜증을 내고 분노하는 사람은 고혈압과 뇌졸중, 심장마비를 겪을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관절염에도 쉽게 걸린다. 분노의 과학을 철저히 탐구하고 분노가 파괴적 감정들의 원조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할수록 그 강박저기 충동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겠다는 결심이 강해진다. 샨띠데바는 분노와 증오에 갇힌 마음을 '상처 난'마음이라고 부른다. 분노와 증오는 우리의 몸과 마음과 영혼에 상처를 입힌다. -본문 77쪽-

책에서는 이러한 적들,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인자들의 실체를 낱낱이 알려줍니다. 경전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해 설명하고,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들을 들어 '화'가 무엇이고, 어떻게 전파되거나 기인하는지를 실감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툭하면 내는 화, 이미 습관화 돼있는 분노

분노라고 해서 무조건 다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불의에 항거하는 분노, 사회적 병폐를 바로 잡고자 하는 분노는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긍정적인 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어지간해서는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툭하면 화를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툭하면 화를 낸다는 것은 화를 내는 게 이미 습관화되어 있다는 반증이라 생각됩니다.

습관이 돼 있을 정도로 분노에 병들어 있음에도 대개의 사람들은 그냥 뭉뚱그려 '분노'할 뿐 화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않습니다. 화가 나는 이유도 알지 못하고, 효과적으로 화를 다스리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도 익숙하지 못하다 보니 우리의 삶은 어쩜 분노로 인해 점점 더 힘들어지거나 불행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분노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라면 이 책에서 그 지름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분노의 실체를 아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분노를 다스리는 자세히 알려줍니다.

산띠데바는 세상의 모든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비는 것에서 생긴다고 단언한다. 즉, 행복은 이타심에서 생긴다. 반대로 세상의 모든 불행은 자신의 행복을 비는 것에서 생겨난다. 즉, 불행은 이기심에서 생긴다. 이 단언은 사회적 통념에 당연히 어긋난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불만과 결코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우리 자신을 파멸시킨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그 끝없는 불만과 한없는 욕구는 인관관계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반드시 온갖 문제와 곤경과 갈등을 일으킨다. -본문 239쪽-

분명히 말해 두자. 결론적으로 적은 없다. 우리는 제 행복을 방해하는 사람이나 사건을 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무엇도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지 못한다. 참된 행복은 내면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적은 없다. -본문 17쪽-

분노를 다스리는 법은 마음챙김, 마음에서 이는 분노를 자세히 보고 듣고 느낌으로 그 실체를 살피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마음에서 이는 아주 미미한 변화나 갈등조차도 충분히 감지할 만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처방은 결국 수행을 통한 훈련이며 명상을 통한 자기 인도입니다.

책에서는 '결론적으로 적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적(분노)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알고, 부록으로 처방전처럼 더해져 있는 명상을 통해 마음 챙기기에 익숙해지면 우리의 행복을 위협하는 온갖 분노쯤 어렵지 않게 다스릴 수 있게 되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분노를 다스리는 붓다의 가르침> (지은이 샤론 샐즈버그·로버트 서먼 / 옮긴이 윤서인 / 펴낸곳 담앤북스 / 2014년 11월 3일 / 값 1만 5000원)



분노를 다스리는 붓다의 가르침 - 나를 괴롭히는 적들을 바르게 인식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

샤론 샐즈버그 외 지음, 윤서인 옮김, 담앤북스(2014)


태그:#분노를 다스리는 붓다의 가르침, #윤서인, #담앤북스, #마음챙김,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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