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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얼굴은 사람마다 다 다를까, 아니면 누구에게나 똑같을까. 보르네오(Borneo) 사람들은 치아를 검게 물들인다. 필리핀 보고보(Bogobo) 여성들은 치아를 갈아 뾰족하게 만든다. 베트남 모이(Moi) 족은 잇몸만 남기고 치아를 모두 뽑는다. 기괴하고 공포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이들의 모습을 살피다 보면 아름다운 얼굴을 찾는 게 무망한 일일 것 같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심리학 교수이자 인간지각연구소(Perception Lab) 소장인 저자 데이비드 페렛은 이 책에서 끌리는 얼굴 뒤에 숨은 매력의 비밀을 과학으로 풀어 나간다. 20년간 '얼굴' 하나만을 다룬 괴짜 저자의 연구 결과가 이 책 안에 두루 담겨 있다. 얼굴의 과학을 통해 밝혀진 매력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이누족 여성과 김태희, 누가 더 예쁠까

 <끌리는 얼굴은 무엇이 다른가> 책표지
 <끌리는 얼굴은 무엇이 다른가> 책표지
ⓒ 엘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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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누(Ainu) 족 여성들은 얼굴에 수염 문신을 새긴다고 한다. 아름답다고 여겨서일 것이다. 한 무리의 아이누 족 남성들이 얼굴에 수염 문신을 새긴 아이누 족 여성과 우리나라의 미녀 배우 김태희씨를 앞에 두고 '미니 미인대회'를 연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은 동족 출신의 여성을 미인으로 선발하지 않을까. 얼굴에 아름다운(!) 수염 문신까지 있지 않은가.

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보지 않을 것 같다. 저자에 따르면 보편적으로 아름다운 얼굴, 사람을 매혹하는 얼굴은 분명히 있다. 그의 말을 조금 들어 보자.

동양인과 서양인의 뚜렷한 외모 차이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일본인 얼굴은 매력적인 유럽인 얼굴과 마찬가지로 매력적으로 보였다. 매력의 단서들은 일본인의 얼굴 평균이건 유럽인의 얼굴 평균이건 별개로 존재했으며 매력에 대한 판단 역시 문화를 초월해 일치했다. 요컨대 매력적인 얼굴의 '스타일'은 문화를 초월하며 이 스타일은 '평균적인' 얼굴과는 명백하게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160쪽)

저자에 따르면 인간 얼굴의 진화적 기원은 물고기처럼 생긴 선조(원시 물고기)의 아가미다. 이 선조의 아가미 활이 변형되면서 물고기 얼굴이 만들어지고, 이 물고기의 턱과 얼굴에서 인간 얼굴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상상이 가지 않는다면 입술 두툼한 먹장어의 얼굴(?)을 떠올려 보라.

그렇게 진화해 온 인간 얼굴에 보편적으로 매력적인 스타일이 존재한다니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어떤 얼굴이 매력적일까. 저자는 아름다움에 관한 설득력 있는 두 가지 주장인 '대칭'과 '평균'을 제시한다. 전자는 왼쪽이 오른쪽과 정확히 같아야 한다는 의미로, 후자는 전체적인 모양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평범하다는 개념과 딱 맞아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의 외모와 관련하여 대칭(또는 균형)과 평균에 대한 평가는 전통적으로 우호적이었다. 이를 극단적으로 평가하는 과학 문헌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가령 신체구조가 대칭인 남성은 비대칭인 남성에 비해 명백하게 지능지수가 높고, 더 빨리 달릴 수 있으며, 더 섹시한 체취를 풍기고, 더 빠르고 많은 정자를 생성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대칭이나 평균만이 끌리는 얼굴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얼굴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비대칭'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들이 1990년대 후반까지 그 대부분을 차지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평범한' 얼굴, 즉 더 평균적이고 대칭적인 얼굴일수록 더 쉽게 잊힌다는 심리학적인 증거를 인용하기도 한다.

끌리는 얼굴의 최절정기는 생후 8개월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장옥정 역을 맡은 김태희.
 동서양을 아울러 '매력적인 얼굴'은 과연 존재하는 걸까? 사진은 2013년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장옥정 역을 맡은 김태희.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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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매력이 갖는 역학은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함께 '살고' 싶은 이성과 함께 '자고' 싶은 이성을 바라볼 때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여성들은 평생 반려자의 얼굴을 고를 때는 보다 여성스러움을 가진 남성을 선택했지만 단기간 성적인 관계만 맺고 싶은 남성을 고를 때는 좀 더 남성답게 생긴 사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끌리는 얼굴의 최절정기는 언제일까. 저자는 생후 8개월 무렵이 가장 귀엽다고 말한다. 놀랍게도 그 이후로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아름다움이나 매력의 요소가 더욱 빠른 속도로 망가진다.

성형과 같은 물리적인 방법으로 노화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생겨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분별한 성형수술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사실을 잘 안다. 입술에 콜라겐을 과다하게 주입하면 입술이 지나치게 팽창해 부풀어 오르면서 '붕어입술'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경고를 귀담아 들을 일이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얼굴은 몸의 영혼이다"라고 말했다. 소설가 조지 오웰은 "50세가 되면 누구나 자신에게 걸맞은 얼굴을 갖게 된다"라고 말했다.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의 인물됨이나 성격 등을 추론하는 관상을 다루면서 저자가 인용하는 말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중세 시대 관상은 사람의 성격을 평가하는 완벽하고도 합당한 수단으로 인정받았다. 관상은 손금과 더불어 대학에서 가르치는 과목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로 넘어오면서 관상학은 가짜 과학이라는 평판 속에서 시들해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관상에 많은 관심을 쏟는다.

얼굴의 특징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추론하는 능력은 어찌 보면 그다지 놀라운 능력이 아닐 수도 있다. 태어나자마자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성인들이 아기들을 대하는 방식이 바로 그 아기들의 얼굴과 잘 맞는 성격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321쪽)

그렇다고 얼굴과 성격의 연관성에 근거한 추측들이 늘 믿을 만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남성다운 외모라고 해서 모두 지배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는 않음을 강조한다. 추측이 실제와 다를 때 누군가의 특정 성격이 그 사람의 외모 탓이라고 오해하며 그 연관성을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문제점도 지적한다. 매력적인 사람들이 더 똑똑하고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덜 똑똑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경향이 그 대표적인 예다.

책에는 외모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새겨봐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을 알게 되고 또 그들의 성격을 평가하다 보면 그 사람들을 보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외모가 더욱 예뻐 보이거나 잘생겨 보인다. 또한 인간은 모두 같은 얼굴을 좋아하지는 않으므로, 아름다워지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상대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사실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마의상서(麻衣相書)>라는 관상 책이 있다. 당나라의 마의선인(麻衣仙人)이 쓴 이 책은 관상학에 관한 한 당대 최고 수준의 콘텐츠를 담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백범 김구 선생이 한때 관상가가 되기 위해 공부한 책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 책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고 한다.

상호불여신호 신호불여심호(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

관상(觀相) 좋은 게 몸 튼튼한 신상(身相)만 못하고, 신상 좋은 게 마음씨 좋은 심상(心相)만 못하다는 뜻이다. 좋은 관상, 또는 멋진 매력은 얼굴 그 자체가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는 말일 터. "매력은 개인적이다"라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었다는 메시지가 바로 이 구절과 관련되지 않을까. 규격화한(!) 미남미녀가 넘쳐나는 세태가 부박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끌리는 얼굴은 무엇이 다른가>(데이비드 페렛 지음, 박여진 옮김 / 엘도라도 / 2014. 10. 20. / 487쪽 / 1,6800원)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싣습니다.



끌리는 얼굴은 무엇이 다른가 - 과학으로 밝혀낸 매력의 비밀

데이비드 페렛 지음, 박여진 옮김, 엘도라도(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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