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리굽쇠>에서 향옥 역의 배우 조안이 27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소리굽쇠>에서 향옥 역의 배우 조안이 27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드라마와 영화, 예능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던 조안이 영화 <소리굽쇠>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로 고통 받았고, 여전히 일본과 한국 정부의 무관심에 괴로워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최초의 극영화다.

추상록 감독이 연출을 맡은 <소리굽쇠>는 감독은 물론 출연 배우들 전원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참여했다. 영화의 의미를 새기면서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 공감했던 것. 조안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한 건 사실이었다"며 "재능기부가 문제가 아니라 할머니들의 아픔을 괜히 들쑤시기만 하는 건 아닌지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저 역시 일반 국민들처럼 위안부 문제를 생각하던 사람이었어요. 제가 할머님들의 아픔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열악한 촬영 여건에서 괜히 연기를 못해서 더 욕만 먹이는 건 아닌지 부담이었죠. 오히려 재능기부가 이 영화를 택할 수 있게 한 동력이었어요. 내 이득을 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담을 좀 덜 수 있었죠."

따뜻했던 촬영장 분위기..."짠하면서도 모두 안아주고 싶었다"


<소리굽쇠>는 극영화라지만 위안부의 아픔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위안부로 고통 받은 할머니 귀임(이옥희 분)과 손녀 향옥(조안 분)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려갔다. 애초에 저예산이었고 한 겨울에 중국 현지 촬영과 지방 촬영을 병행하는 고된 일정도 소화해야 했다. 조안은 실제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나눔의 집을 수차례 방문하며 교감했고, 촬영 준비를 하나씩 해나갔다. 

"작품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할머니들을 찾아뵙는 건 당연했죠. 무섭기도 했어요. 아픈 상처를 가진 분들에게 감히 어떤 말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근데 일단 만나면서 모든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옆집 할머니처럼 하나하나 다 챙겨주셨어요. 저보다 할머님들이 마음을 먼저 열어주셨죠.

물론 과거 역사 이야기를 꺼내면서 여전히 아파하시기도 해요. 자연스럽게 말씀해주셨는데도 전 이옥희 선생님 역할에 많이 투영해서 보게 됐습니다. 저 역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당한 선의 관심과 분노를 갖고 있는 보통 사람이었는데 할머님들을 만나며 직접 체감할 수 있었어요. 사연도 제각각이더라고요. 뵈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조안은 "중국 촬영 땐 화장실도 없는 열악한 현장이었지만 감독님과 스태프 모두를 보면 힘을 안 낼 수 없었다"며 "자기 이득 보겠다는 사람 하나 없이 좋은 마음으로 나온 사람을 마주하면서 기분이 좋기도 하고, 짠한 마음도 커서 모두 안아주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힘을 얻고 서로 의지했다는 증거기도 하다.

30대의 조안 "오히려 기대되는 부분이 커요!"

오!마이셀카봉-조안 영화 <소리굽쇠>에서 향옥 역의 배우 조안이 27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셀카봉을 이용해 셀카를 찍고 있다.

영화 <소리굽쇠>에서 향옥 역의 배우 조안이 27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셀카봉을 이용해 셀카를 찍고 있다. ⓒ 조안


인터뷰 중 조안이 가장 많이 던진 단어는 '미안했다', '고마웠다'였다. 2012년 촬영을 마친 <소리굽쇠>가 이제라도 개봉할 수 있어서 고마웠고, 배우의 재능 기부만 드러나고 스태프들의 노고는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하는 게 미안했단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교감하러 가서 오히려 치유를 받았고, 영화를 위해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이 모이는 것에 조안은 마냥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분명 변화무쌍한 여배우의 모습과 함께 인간적인 조안의 심성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배우 입장에서 드라마도 하고 영화도 하면서 오고가는 게 어렵다는데 제가 일단 그럴 수 있어서 감사하죠. <소리굽쇠>는 근데 다른 작품과는 달라요. 전작들이 배우로서 욕심이 많아서 임한 작품이라면 이 영화는 그 취지와 따뜻한 동기가 제겐 큰 의미입니다. 물론 배우로서도 책임감을 놓지 않으려 했어요. 조명, 촬영, 소품팀 등 많은 분들이 고생한 결과라는 게 꼭 주목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조안도 세른 셋이다. 뭇 여배우들이 그렇듯 30대로 접어드는 게 참 싫었던 사람이었다. 조안은 "사실 스무 살을 넘을 때부터 나이를 많이 의식했다"며 "작품 한 두 개를 마치면 1년이 훅 지나가는 게 너무 충격이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제가 모래시계를 정말 좋아해요. 시간의 흐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든요. 모래가 빠져나가는 모습이 마치 인생의 흐름같이 보여요. 볼 때마다 뭔가 아쉬운 느낌이었는데 이젠 내려놨습니다! 만이라고 우겨도 20대는 아니잖아요(웃음).

오히려 30 대로서의 제 모습이 기대돼요. 마음을 바꾸니 안 보이던 것들도 보이더라고요.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아도 되고,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연기에 대해 기대도 생겨요. 20대가 파릇한 풀이었다면 30대는 잘 익은 과일에 비유할 수 있죠. 좀 더 즐기면서 살래요!"

밝은 성격의 조안이라지만 그라고 힘든 경험이 없겠는가. 조안은 상처는 결국 "신과 사람이 해결해준다"며 자신만의 행복론을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한 조안은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신은 적절하게 대응해준다"고 말했다.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만큼 조안 역시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며 소소하지만 귀중한 바람을 보였다.



소리굽쇠 조안 추상록 위안부 나눔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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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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