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로스터에 넘쳐나는 선발투수 정리에 들어갔다. 그 첫 번째 희생양은 한때 구단의 프랜차이즈 출신으로 간판 스타의 영광을 누렸던 채드 빌링슬리였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보도를 통해 빌링슬리의 계약 조항 중 2015년에 걸려 있던 1년 1400만 달러 구단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밝혔다. 대신 빌링슬리에게는 바이아웃 300만 달러가 지급된다.

선수들이 다년 계약을 할 때, 기본 계약 이외에 옵션을 넣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1년을 더 뛰는 옵션 또는 바이아웃 금액 지급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조항을 넣는데, 빌링슬리의 경우는 구단에서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빌링슬리는 2003년 다저스에 지명되어 마이너리그를 거친 뒤 2006년부터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빌링슬리가 선발투수로 데뷔할 당시 선발 로테이션에서 자리를 비워줘야 했는데, 그 자리를 비워주고 불펜으로 밀려났던 선수는 한국인 투수 서재응(현 KIA 타이거즈)이었다. 이후 서재응은 탬파베이 데빌레이스(현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되었다가 2007년 5월을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 경기에 등판하지 못했고, 2008년부터 KIA에서 활약했다.

어쨌든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한 빌링슬리는 2006년에 7승 4패 평균 자책점 3.80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7년에는 12승 5패 3.31로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으며, 후배 클레이튼커쇼의 데뷔 시즌인 2008년에는 16승 10패 3.14로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빌링슬리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고, 2009년 올스타 게임에도 출전했다. 다저스는 빌링슬리와 커쇼를 장차 팀의 원투 펀치로 키울 계획이었고, 2012년까지는 그 시나리오가 잘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빌링슬리는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자신의 설 자리를 잃어갔다. 다저스에서는 2013년부터 잭 그레인키와 류현진을 영입하여 빈 자리를 채웠고,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트레이드된 선수가 있을 정도로 선발투수가 넘쳐났다. 물론 다저스는 2013년에 커쇼와 류현진을 제외하고는 다른 선발투수들이 최소 1차례 이상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무려 10명의 선발투수를 가동시켰다.

빌링슬리는 코티존 주사를 맞은 뒤 재활하여 2013년에 다시 등판했지만 부상 재발로 단 2경기 등판에 그친 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다. 2014년에 다시 복귀를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근육 파열로 단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빌링슬리는 2014년까지 3년 3500만 달러의 계약과 2015년 1400만 달러의 구단 옵션이 걸려 있었으나 다저스는 건강하지 못한 빌링슬리에게 1400만 달러의 연봉이 과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에 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300만 달러의 바이아웃만 지급했다. 일단 빌링슬리는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되었고,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빌링슬리는 재활에 매진하여 2015년에는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가을에 접어들면서부터 연봉 규모에 상관 없이 다저스에 잔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빌링슬리에게는 다저스에서 선발투수로서는 자리가 생기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저스는 커쇼-그레인키-류현진의 3인방이 최소 2017년까지 자리가 보장되어 있다. 3명 중 계약이 가장 빨리 끝나는 그레인키가 2017년까지 잔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댄 하렌 역시 1년 1000만 달러의 옵션이 자동 행사되었다. 시즌 전반기에 노히트노런 게임을 기록하며 재기 가능성을 보였다가 엉덩이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조시 베켓은 은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남은 자리는 1자리 뿐이다.

그러나 빌링슬리가 다저스와 재계약에 성공한다 해도 다저스의 5선발 자리가 빌링슬리에게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맷 매길, 스티븐 파이프(토미 존 서저리로 후반기 복귀 예정) 등 40인 보호선수에 포함되어 있는 유망주들과 경쟁을 펼쳐 살아 남아야 한다.

게다가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최근 5년 동안 3번의 월드 챔피언을 차지한 것에 더 자극을 받은 다저스가 FA 시장에서 연봉 1000만 달러 수준으로 새로운 투수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팀 연봉 총액에서 뉴욕 양키스를 넘어 30개 구단 중 최고액을 기록한 다저스는 팀 연봉 감축 차원에서 빌링슬리의 옵션을 포기한 것이다.

밑바닥에서 스타에 오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부상으로 무너지는 데에는 한 순간이다. 빌링슬리는 이러한 대표적인 예가 되었고, 선수 생활의 기로에 놓인 셈이 되었다. 한때 촉망받던 프랜차이즈 스타 빌링슬리가 다시 재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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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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