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는 유가족이기 이전에 엄마 아빠입니다. 부모예요."

노란 리본 배지를 착용한 200여 명의 한동대학교 학생들 앞에 선 최순화씨가 울먹이며 말했다. 세월호 참사 198일째인 10월 30일 오후 7시, 한동대 학관 101호에서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가 열렸다.

한동대 독립언론 <당나귀>가 주관하고 학생단체 '하나인'(한동아시아인권법학회)이 공동주최했다. 유가족으로는 고 고우재 학생 아버지 고영환씨와 고 이창현 학생 어머니 최순화씨가 참석했다.

"사망 원인을 몰라서 사망신고를 못해"

10 월 30일에 있었던 한동대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에 200여 명의 학생이 참석했다.
 10 월 30일에 있었던 한동대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에 200여 명의 학생이 참석했다.
ⓒ 임성현

관련사진보기


간담회는 2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당신의 바다, 우리의 바다 : 세월호 참사 146일의 기록> 영상으로 시작했다. 사건 당일의 모습이 담겨 있는 영상으로 객석의 분위기는 시작부터 숙연해졌다.

진행을 맡은 최경준씨는 시간순으로 세월호 참사의 사실관계를 분석한 후에 단상으로 유가족을 세웠다. 고영환씨는 "포항까지 와서 영상을 보고 여러분 앞에 서니, 우리 아들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객석에 있던 학생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은 당시 구조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최순화씨는 "구조는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다"라며, "구조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은 다 거짓말이었고,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도 잘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고 고우재 학생 아버지 고영환 씨 "사망 원인을 몰라 사망 신고를 못 해..."
 고 고우재 학생 아버지 고영환 씨 "사망 원인을 몰라 사망 신고를 못 해..."
ⓒ 임성현

관련사진보기


가장 첨예한 사안인 특별법에 관해서 고영환씨는 "현재 특별법 내용에 유가족이 빠졌다. 그래서 지금도 반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순화씨는 "유가족은 처음부터 기소권과 수사권이 있는 특별법을 요구했다. 헌법학자들도 기소권과 수사권을 주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10월까지 법을 제정한다고 하는데, 우리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을 것 같다"라고 호소했다.

유가족이 전면에 등장한 최초의 사건으로 현실적인 고충을 묻는 질문에 고영환씨는 "우재의 사망신고를 하러 갔는데 할 수가 없었다. 사고 원인은 쓸 수가 있는데 사망 원인은 쓸 수가 없었다. 뭐라도 알아야 쓸 텐데 아는 게 없었다"며, "그동안 아들에게 해준 게 없다. 놀아주지도 못하고, 안아주지도 못했다. 그런 아들을 사망신고하려고 하니까… 나중에 하늘에서 아들을 만나더라도 왜 죽었는지는 말해줘야 할 것 같았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고 이창현 학생 어머니 최순화 씨. "우리는 유가족이기 이전에 엄마, 아빠다"
 고 이창현 학생 어머니 최순화 씨. "우리는 유가족이기 이전에 엄마, 아빠다"
ⓒ 임성현

관련사진보기


최순화씨는 "우리를 유가족이라고 한다. 우리는 부모다. 아이들이 살아있는데 가만히 있어야 했다. 내 자식이 살려달라고 하는데, 아무도 구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상처로 남았다"라고 말했다.

2부에서는 대학생으로서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논의했다. '오보학 개론'을 발제한 한동신문사 편집국장 전광준씨는 언론 참사에 관해 이야기했다. 전광준씨는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언론도 함께 침몰했다"며, "언론 참사는 편집권 종속, 체계 시스템의 부재 등의 문제에서 비롯되었으며, 근본적으로는 KBS, MBC 등의 사장 선임 구조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학부 지은혜씨는 '시선의 권력'이라는 주제로 법제와 책임에 대해 발제했다. 또한, 경영경제학부 김해지씨는 '사람은 숫자가 아니다', 법학부 차윤경 씨는 '미래로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각각 이윤추구와 생명에 대한 무감각, 관계의 불가피성과 치유에 대해 논의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 하며 사는 게 진정한 행복이라는 걸 알았어요"

간담회를 진행하는 최경준 씨와 한동대 학생 패널들
 간담회를 진행하는 최경준 씨와 한동대 학생 패널들
ⓒ 임성현

관련사진보기


한동대는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학교다. 유가족도 특별히 기독교인으로 초청했다. 주요 사안과 함께 기독교인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영환씨는 "솔직히 하나님이 왜 이런 일을 나에게 일어나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하나님은 살아 계신다는 믿음밖에 없다. 믿음은 계속 가져야 하는데, 아직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순화씨는 "예수님은 철저하게 낮은 자의 편이셨다. 교회에서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서 속상했다"며, "4·16 이후로 더 깊이 알게 된 하나님은 절대 그런 분이 아니다. 차가운 바다 속에 주님도 함께 계셨다고 믿는다.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최씨는 "지혜의 왕 솔로몬이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고백했다. 이제서야 그 말이 이해가 된다"며, "스펙 쌓는다고 욕심부리지 말고, 성공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하영씨는 "사회를 외면하지 않고 우리가 배운 것들로 문제를 풀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민감할 수도 있는 주제를 꺼내줘서 고마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유가족
 학생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유가족
ⓒ 임성현

관련사진보기


간담회 장소 앞에서는 세월호를 추모하는 전시회가 열렸다. 한동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작품은 모두 유가족에게 전달됐다. 만화작가 방한나 씨의 작품도 전시됐다. 방씨는 이날 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유가족에게 작품을 설명했다. 방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자 그리스도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회장 한 편에는 방명록이 설치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유가족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산업정보디자인학부 김예슬씨는 직접 제작한 세월호 추모 티셔츠를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간담회 장소 앞에 전시 된 만화작가 방한나 씨의 작품
 간담회 장소 앞에 전시 된 만화작가 방한나 씨의 작품
ⓒ 임성현

관련사진보기


간담회가 끝난 후 학생 패널과 유가족은 서로를 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최순화씨는 "한동대 학생들을 보면서 생동감을 느꼈다. 내 안에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영환씨는 "정말 고맙다. 앞으로도 잊지 말고 계속 말하고 행동해달라"고 전했다.

간담회를 총괄한 최경준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고, '잊지 않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사건을 통해 마주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씨는 마무리 발언으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인용했다.

"역사는 이렇게 기록한다.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자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자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동대 독립언론 <당나귀>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태그:#한동대,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