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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3~25일, 남편과 2박 3일간 제주도 여행을 했다. 시간이 되면 돈이 아쉽고, 돈이 생기면 시간이 되지 않아 미루고 미루기를 몇 년, 정말 어렵게 가게 된 제주도였다.

우리의 제주도 여행을 아는 주변 사람들의 첫인사는 모두 제주도 여행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들에게 '첫날은 어디에 갔으며'를 시작으로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등 여행이야기를 하다보면 거의 대부분 이렇게 반문하곤 했다.

"그럼 렌트(카)는 안 했어?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도 여행이 가능해? 어떻게?"

거의 대부분 약속이나 한 듯 이와 비슷하게 묻곤 했다. "버스를 타고 다녔다"는 우리의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이라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돈이 없어서, 혹은 돈을 아끼려고 차를 렌트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지, "요즘 렌트비는 얼마하지 않는다"라거나, 저렴하게 렌트를 할 수 있는 사이트까지 알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어쩌면 그들의 반응은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 여행은 차를 렌트하거나 본인 차를 가지고 가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도 얼마 전까지 그랬다.

남편과 연애를 하던 1980년대 말 당시 작은 규모의 사업을 하고 있던 남편은 자기 차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지라 우리의 데이트는 언제나 차를 타고 이뤄졌다. 결혼 후에도 남편은 가까운 거리도 차를 끌고 가야만 할 정도로 차에 의존했다. 이런 남편이 어떻게 불편한 대중교통으로 제주도 여행을 했을까.

우도에서 본 성산일출봉.
 우도에서 본 성산일출봉.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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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에서 본 여행 둘째날의 일출. 날씨 때문에 일출을 볼 수 없는 날이 많다고 한다. 전날까지 태풍 풍윙 때문에 통제했다고 한다.
 성산일출봉에서 본 여행 둘째날의 일출. 날씨 때문에 일출을 볼 수 없는 날이 많다고 한다. 전날까지 태풍 풍윙 때문에 통제했다고 한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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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와 우도를 오가는 여객선에서 본 우도.
 성산포와 우도를 오가는 여객선에서 본 우도.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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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과 2013년, <오마이뉴스>의 기획기사 '아름다운 숲 상'에 참여하게 됐다. 나무와 자연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그 기획기사 제의가 반갑고 설렜다. 그러나 그간 남편과 내차를 가지고 가는 여행만 해왔던 터라 막상 떠나려니 막연하고 불편하긴 했다. 그러나 이 여행에 홀딱 빠져버렸다. 

홀딱 빠져버렸으니 자랑은 당연했다. 나의 자랑에 기차의 낭만 운운하던 몇 사람이 올 여름 기차를 타고 휴가를 갔다 왔다. 우리는 올여름 휴가도 대중교통으로 다녀왔다. 지난 8월 중순 2박 3일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해 강원도 여행을 즐겼다.

남편과의 첫 대중교통 여행이었다. 내심 남편도 불편해 할까 신경 쓰였다. 그런데 남편도 좋았나 보다. 여행 중에 "아무리 바빠도 두 달에 한 번씩은 이렇게 차 놓고 기차타고 여행하자"던 남편이 집에 돌아와선 "매달 조금씩 돈을 모아 떠날 수 있는 한 언제든 떠나자"라는 제의까지 했으니 말이다.

강원도 여행 그 한 달 후 가게 된 게 바로 제주도 여행. 버스를 이용한 우리의 제주도 여행을 궁금해 할 사람들이 많아 2박 3일간의 일정을 잠깐 밝힌다.

제주도에도 아름다운 숲 상을 탄 곳이 여러 군데다. 그러나 태풍(풍윙) 때문에 숲 탐방은 어려울 거라, 제주도가 처음 방문인 남편에게 가고 싶은 곳을 물었다. 남편은 뜻밖에도 시티투어버스를 타보자고 제의했다.

김포공항을 오전 8시 5분 출발해 제주도 국제공항에 9시에 도착(55분 소요)했다. 제주공항 관광안내소에서 알려준 대로 2번 출구에 있는 버스 승강장에서 시티투어버스(박스기사 참고)가 오기를 기다렸다. 몇 사람이 우리와 함께 시티투어버스를 탔다.

태풍 풍윙으로 제주도는 잔뜩 흐렸다. 공항을 출발해 용두암, 돌 문화공원, 한라숲생태공원 등을 가는 시티투어 노선을 보니 아름다운 숲 상을 받은 곳이 2곳(사려니 숲길, 삼다수 숲길)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이중 기사아저씨가 추천해 준 곳은 삼다수 숲길. 그러나 30여분 걷다가 돌아서고 말았다. 걷는 동안 시작된 이슬비가 그냥 걷기 불편할 정도로 굵어졌기 때문이다.

점점 굵어지는 비때문에 우리가 선택한 것은 비와 상관없이 구경할 수 있는 박물관 같은 곳이나 제주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현지 주민이 우리의 히치하이킹을 선뜻 받아줘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줬다. 그리고 일러준 버스를 타고 제주도에서 가장 크다는 동문시장으로 갔다.

이제까지 먹어본 수많은 순대와 순대국 중 가장 맛있게 먹은 동문시장의 수제 찹쌀 순대와 순대국.
 이제까지 먹어본 수많은 순대와 순대국 중 가장 맛있게 먹은 동문시장의 수제 찹쌀 순대와 순대국.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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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시장의 수제 찹살 순대. 가정에서 쓰는 보통 수저 크기 굵기이다.
 동문시장의 수제 찹살 순대. 가정에서 쓰는 보통 수저 크기 굵기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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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해변 해녀회관에서 먹은 전복죽과 전복과 소라회. 전복죽은 인근 식당보다 가격이 싼데다 내장까지 넣어 끓여 고소해 내돈 주고 횡재한 기분으로 먹었다. 전복죽 1만원. 소라와 전복은 한접시 1만원부터.
 성산일출봉 해변 해녀회관에서 먹은 전복죽과 전복과 소라회. 전복죽은 인근 식당보다 가격이 싼데다 내장까지 넣어 끓여 고소해 내돈 주고 횡재한 기분으로 먹었다. 전복죽 1만원. 소라와 전복은 한접시 1만원부터.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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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시장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장이란다.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오동통한 순대와 머리고기를 바로 썰어 끓여주는 순대국, 막걸리 한 병으로 점심을 먹은 후 동문시장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쏘다녔다. 해산물 등을 사서 택배 주소를 불러주는 사람들이나 아이스팩을 넣고 특별포장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동문시장에서 구경을 실컷 한 후 제주도 민속박물관에서 오후를 보낸 우리는 동문시장 건너편에 있는 흙돼지촌 인근에 숙박을 정했다. 그리고 흙돼지촌에서 제주 흙돼지오겹살과 제주 올레 소주로 저녁을 먹었다. 이튿날에는 성읍민속마을로 이동, 구경을 한 후 제주도 특산물인 말고기 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후 서귀포로 이동해 정방폭포를 구경한 후 버스를 타고 성산포로 향했다.

서귀포에서 성산포로 향하는 버스는 해안선과 해안선 마을길을 달렸다. 제주도 지도를 펴놓고 아래쪽에서 오른쪽 해안선을 따라 위로 올라간다. 이런지라 우리처럼 버스를 타고 서귀포에서 성산포로 갈 때 버스 오른쪽 의자에 앉으면 바다를, 왼쪽에 앉으면 마을을 보며 갈 수 있다.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는데, 타고 내리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도로가 막히지 않았던 것을 참고하면 자가용으로 가도 이 정도는 걸릴 것 같다.

성산포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푼 후 갈치회와 우럭회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6시 10분전 해돋이를 보고자 성산일출봉에 올랐고, 6시 25분쯤 떠오르는 해를 봤다. 일출을 본 후 보성에서 왔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알게 됐는데,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단다. 태풍 영향권에 드는 날 등 날씨가 따라주지 않거나 날씨 때문에 통제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어쨌건 우리는 운이 좋았다. 태풍이 물러간 직후의 일출이라 더 맑고 아름다운 것 같았다. 성산일출봉 아래 해변의 해녀회관에서 전복죽과 소라ˑ전복회 한접시로 아침을 먹은 우리는 우도로 향했다. 성산포에서 우도는 배로 10분쯤. 우도에서 보트도 타고, 우도를 순회하는 관광버스를 타고 우도 8경을 구경한 후 성산포 선착장 인근에 있는 버스 승강장서 제주도 시내로 나오는 버스를 탔다.

성산일출봉 해변 해녀회관의 해녀들. 인근 마을에서 운영하는데, 매일 몇사람씩 짝을 지어 근무한다, 어떻게 해녀가 되었는가 물었더니 엄마가 물일을 하시니까 호기심에 물속에 들어가 놀게됐고 해녀가 됐다고.
 성산일출봉 해변 해녀회관의 해녀들. 인근 마을에서 운영하는데, 매일 몇사람씩 짝을 지어 근무한다, 어떻게 해녀가 되었는가 물었더니 엄마가 물일을 하시니까 호기심에 물속에 들어가 놀게됐고 해녀가 됐다고.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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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읍민속마을의 지붕. 제주에는 벼가 자라지 않아 짚풀이 없기 때문에 띠로 엮는다.
 성읍민속마을의 지붕. 제주에는 벼가 자라지 않아 짚풀이 없기 때문에 띠로 엮는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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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읍민속마을의 천연기념물 제161호로 지정된 '제주 성읍리 느티나무 및 팽나무 군' 일부 모습이다.
 성읍민속마을의 천연기념물 제161호로 지정된 '제주 성읍리 느티나무 및 팽나무 군' 일부 모습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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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후에야 알게 됐는데, 제주도 여행 전에 준비해야 할 3종 세트가 있단다. 왕복 비행기표와 렌트카 계약 그리고 숙박권이 그것. 그런데 우리가 여행 전에 준비한 것은 떠나는 날의 비행기표 달랑 두 장. 이런 우리를 동생과 친구가 걱정하며 돌아올 비행기표라도 예매하라고 귀띔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떠났다. 

'여행 일정은 물론 숙박도, 돌아오는 날만 정하되 비행기도 상황에 따라 정하자, 많은 곳을 간다고 시간이나 일정에 매이며 조바심내지 말고 몇 군데 가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많이 보고 느끼자'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런 선택은 매우 현명했다는 생각이다. 암만 생각해도 말이다. 어디에 갈지 정하지 않고 갔기 때문에 현지의 날씨에 맞는 곳을 선택할 수 있었으며, 미리 정해둔 숙박지로 간다고 여행지를 서둘러 떠나야만 하는 조급함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의 날씨에 따라 여행지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기에 성산 일출봉 일출도 보고 맑은 날 우도에서 즐기는 등,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단체로만 갔었다. 그래서 제주도는 막연히 먼 곳이었다. 결코 혼자 떠날 수 없는.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 어느 곳이나처럼 언제든 새벽에 일찍 떠났다 밤늦게 올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남편 역시 처음 가는 곳이라 막연했던 곳을 대중교통으로 여행하며 몰랐던 많은 것들을 얻었다며 다음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하잖다. "운전을 하지 않아 여유있게 돌아본 덕분에 제주도 지리가 명확하게 들어왔다"고, "아마도 차를 몰고 쉽게 갔다면 몰랐을 것들을 많이 알게 됐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런데 많은 곳을 가야만 여행이 알차고 즐거울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명한 곳을 많이 가는 것보다 한 곳을 가더라도 많은 것을 보고 제대로 느끼고 충분한 휴식을 얻는 게 여행의 원래 목적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제주도 여행 이야기는 쓰지 않으려고 했다. 한때 신혼여행지 1순위일 정도로 남달랐던 제주도였으나 이제는 참 많은 사람들이 가는지라 특별할 게 없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뒤늦게나마 쓰는 이유는 참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는 렌터카를 이용해야만 여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때문. 그래서 막연히 먼 여행지라고 여겨 선뜻 떠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에 나설 수 있길 바라며 말이다.


대중교통으로 제주도 여행을 하려면...

삼다수 숲길 인근 도로의 시티투어버스 안내문(왼쪽)과 우도의 바이크 빌려주는 곳.
 삼다수 숲길 인근 도로의 시티투어버스 안내문(왼쪽)과 우도의 바이크 빌려주는 곳.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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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공항을 비롯하여 버스터미널과 제주시청 등에서 시티투어버스를 탈 수 있다. 공항에서는 2번 출구에서 탈 수 있다. A코스와 B코스가 있는데 구간이 같다. 같은 곳을 반대로 운행하기 때문이다. 어른 1명당 5천원. 시티투어버스 기사에게 5천원을 주고 표를 끊는데 하루 몇 차례고 환승이 가능하다. 첫차는 오전 8시, 막차는 오후 5시다. 버스터미널 포함 19곳에 정차한다.

제주 시내버스는 100번 이하. 중산간(외곽) 혹은 중산간과 시내를 오가는 경우 7로 시작되는 세자리 번호 차가 운행된다. 제주 시내에 있는 버스터미널서 성읍민속마을로, 성읍민속마을에서 서귀포로, 서귀포에서 성산포로 갈 때도 711, 721, 722와 같은 7로 시작되는 버스들을 타고 이동. 중간에 시내의 짧은 거리를 주로 운행하는 두자리 숫자의 버스로 환승했다. 요금은 대개 2천원선. 한 번 환승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서울에서 쓰던 교통카드를 충전해 썼다.

외부인으로서 2박 3일간 대중교통을 이용한 경험으로 말하면, 제주도 교통체계는 비교적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시티투어버스가 한 노선만 있는 게 좀 아쉽긴 하다. 그런데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보여 한편 안타깝고 아쉽기도 했다.

오른쪽 사진은 우도의 바이크 등을 빌려주는 곳이다. 이런 곳이 몇 군데 더 있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다. 우리도 이용해 볼까 기다리다가 그만 뒀다. 사고가 나는 등으로 파손되거나 인명 피해시 100% 운전자 책임이라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더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트를 타는 곳과 우도 관광버스 기사나 상인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위험하다고.

우도는 그리 크지 않다. 한바퀴 도는데 대략 4시간 걸린다는데, 5천원을 내면 어디든, 몇 번이고 환승이 가능한 우도관광버스가 많이 운행되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거나 걷거나를 절충해 다녀보는 것이 가능하다. 가급 위험한 바이크 보다는 이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우도에서 아쉬웠던 것은 100% 현금만 가능했다는 것. 현금 인출기가 있으나 항구 가까이에는 전혀 없고, 선착장에서 20분이나 걸어가야 하는 마을 가운데 있어서 이용이 쉽지 않은 만큼 현재로선 현금을 가지고 가야 불편하지 않다.



태그:#제주도, #여행, #성산일출봉, #우도, #제주시티투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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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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