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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31일 오전, 관사에서 오른쪽 손목을 그어 자해했다. 인천지방검찰청 특수부(부장검사 정순신)가 30일 오전 뇌물수수 혐의로 이 청장의 집무실과 관사 등을 압수수색한 이튿날이었다.

이 청장, 관사 압수수색 이튿날 자해

연수경찰서 관계자는 "31일 오전 2시 10분께 이 청장 비서실장이 '청장님이 '그만 죽어야겠다'는 문자를 보냈다'며 112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신고 접수 후 경찰 기동타격대와 강력팀 등 20여 명을 보내 오전 4시께 연수구 송도1교와 송도2교 사이 인도에서 길을 걷던 이 청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연수경찰서는 이 청장을 송도동 이 청장 관사로 귀가 시켰다. 그러나 이 청장은 이날 오전 5시 55분께 관사에서 오른쪽 손목을 그어 자해 했다.

이 청장 부인이 피를 흘리고 있는 이 청장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이 청장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천지검은 지난 2013년 8월에 무산된 영종도 용의무의지구 에잇시티(8City)개발 사업과 관련해 이종철 청장이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30일 압수수색은 이와 관련된 수사의 일환이었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30일 오전 송도동 인천경제청 내 이 청장 집무실과 인근 이 청장 관사, 서울에 있는 이 청장 자택, 이 청장의 혐의와 관련 된 인물의 자택 등 총 4곳에 수사관 10여 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청장은 인천 용유무의지구 개발사업 시행사인 (주)에잇시티의 임원 A씨와 가까이 지내면서 현금과 고가 양복 등 금품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지검은 제보를 통해 이 청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한 뒤,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압수수색해 확보한 각종 내부 문건과 컴퓨터 자료 등을 분석한 뒤 이르면 다음주 중 이 청장을 소환할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해 31일 오전, 인천지검 관계자는 "이 청장이 자해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들었다"며 "구체적인 소환 날짜가 잡힌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필요에 따라 보강수사를 더 진행할 계획이고, 때가 되면 이 청장을 소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주)에잇시티의 임원 A씨 역시 현재 외부와 연락이 두절 된 상태다.

317조 원의 부동산 신기루... 재무제표도 공개 안 하는 법인

이종철 인천경제청장이 뇌물수수 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에잇시티 개발사업은 사업비만 317조 원이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까지 불린 용유·무의지구 복합레저관광 부동산 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7년 7월,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K-캠핀스키가 '용유·무의 개발 사업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고, (주)에잇시티는 이 사업의 특수목적법인 시행사였다.

기본협약 체결 후 캠핀스키는 한국 법인 케이원코리아(KI Korea)를 설립했다. 이어서 2009년 2월,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캠핀스키는 용유·무의지구 24.4㎢(약 738만 1000평)을 문화관광레저 복합도시로 개발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 '용유무의프로젝트매니지먼트(용유무의PMC주식회사)'를 설립했다.

2010년 5월 인천시가 이 개발계획을 '인천시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했으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사업은 수렁에 빠졌다. 이후 2011년 12월 캠핀스키는 대한항공과 대우건설 자본을 끌어와 용유무의PMC(주)를 새로운 특수목적법인 (주)에잇시티로 전환했다.

에잇시티의 자본금은 63억 원으로 최대주주는 캠핀스키그룹(36%)이고 대한항공과 대우건설이 각각 23.8%씩 지분을 보유해 공동 2대 주주였다. CS자산관리가 나머지 지분 16%를 보유했다.

그러나 (주)에잇시티 역시 지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민자 투자유치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2대 주주였던 대한항공과 대우건설 또한 이미 이 사업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았다.

사업에 진척이 없자 인천경제청은 지난 2013년 1월, 에잇시티 측에 인천도시공사 100억 원, 캠핀스키 100억 원, 영국 SDC그룹 100억 원, 한국투자증권 200억 원 등 사업비 500억 원을 마련해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뒤 인천경제청은 (주)에잇시티에 "2013년 7월 31일까지 400억 원을 증자하지 못할 경우 기본협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에잇시티가 자금조달에 실패하자,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8월 1일부로 (주)에잇시티로부터 용유·무의지구 개발 사업권을 공식적으로 박탈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 2013년 8월 10일 (주)에잇시티와 체결한 용유·무의지구 개발사업 기본협약을 폐지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부분개발로 전환 후 시행사 공모를 통해 6개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한편, (주)에잇시티에는 인천도시공사도 2009년 3월에 19.9%에 해당하는 지분투자를 했다. 그러나 에잇시티가 사업비 얼마를 집행했고, 얼마의 손해를 입었는지 알 길이 없다. (주)에잇시티는 2009년 설립됐지만 사업보고서와 주주현황은 물론 재무제표조차 공개된 게 없다.

금융감독원 누리집에 지난 4월 전자공시 된 자료를 보면, 감사를 진행한 한미회계법인은 "회사 내부통제제도의 중요한 취약점으로 인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등 감사범위 제한 때문에 회계감사기준에서 요구하는 감사절차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현근 인천경실련 문화관광위원장은 "인천경제청과 인천도시공사가 설립투자 혹은 지분투자를 통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가 수십 개에 달한다"며 "이로 인한 사업보증 및 지급보증 규모만 수백억에 달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인천시 재정위기의 주범이 이들 SPC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SPC의 사업현황, 지분율, 인사 등 운영에 관한 정보공개를 요청해도 민간자본이 참여하고 있어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기 어렵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인천시와 인천시의회는 이 문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시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경제자유구역, #인천경자유구역청, #캠핀스키, #에잇시티, #인천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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