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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도 야근이었다. 그래서 평소처럼 오후 3시 무렵 집을 나섰다. 주간근무의 경우엔 새벽 5시 전에 기상하지만 야근의 경우엔 오후 2시가 적당하다. 그 시간이면 목욕을 하고 면도와 화장(스킨+ 로션)까지 넉넉히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윽고 도착한 회사 앞. 시간은 채 오후 4시도 안 되었다. 회사 근처엔 공원 겸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다. 따라서 늘 그렇게 그 시설물을 이용하여 운동을 한다. 덕분에 건강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아무튼 운동을 마친 뒤 회사 건물 밖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에 내장된 라디오를 듣던 중이었다. 지하의 경비실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직속상관(直屬上官)께서 손을 흔들며 다가오셨다.

"안녕하세요~ 바람 쐬려 나오셨군요?"
"그류, 지하는 공기가 탁한지라 이렇게 가끔 나와서 신선한 공기도 좀 먹어줘야 돼유. 근디 벌써 나온규?"
"저야 뭐 습관이 돼서 늘 이 시간이면 나오잖아요."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상관이 다시 물으셨다.

"근디 저녁은 먹고 나온규?"
"아뇨, 이따 가방에 넣어온 컵라면하고 냉동실에 있는 밥을 해동(전자레인지)하여 먹으면 돼요."

그러자 벌떡 일어난 상관께선 "나, 금방 돌아올 거니께 여기서 꼼짝 말고 앉아 있슈~"라더니 어디론가 쏜살같이 가시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돌아온 상관이 내게 건네주신 건 김밥 한 줄이었다.

"이거랑 컵라면이랑 같이 먹어유."
"......!"

순간 짠한 고마움이 해일(海溢)로 몰려왔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불우했던 소년가장 시절, 하루는 돈을 못 벌어 500원짜리 국수조차도 사 먹을 수 없는 날이 있었다. 그래서 단골 국숫집을 무시로 들락거리며 돈이 안 드는 맹물만 연신 들이켜던 중이었다.

그런 나를 유심히 지켜보시던 주인아줌마께서 "너, 나가지 말고 거기 그냥 있어"라더니 냉큼 국수를 말아 주시는 게 아닌가. "이거 먹거라. 공짜여~" 순간 눈물이 핑 돌면서 어찌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아~ 내겐 왜 저런 천사표 마음씨를 가진 엄마가 없단 말인가... 내가 출근하면 늘 그렇게 "(지금) 나온규(나온 거요)?"라며 참 살갑게 대해주시는 직장상관을 난 사석에선 "형님"이라 부른다.

아무튼 상관이 주신 김밥 한 줄은 참 뜨거운 김밥에 다름 아니었다. 헌데 전자레인지에 데우지도 않았거늘 그 김밥은 어찌 그리 뜨거웠을까? 그건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장르'인지라 구태여 첨언하지 않으련다.
첨부파일
SAM_8325.JPG


태그:#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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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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