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의 신', 활력하면 신동엽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4 KBS TV 봄 개편 설명회 및 밥상의 신 기자간담회'에서 방송인 신동엽이 활력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밥상의 신>은 입맛 까다로운 왕이자 밥상의 신인 신동엽의 만찬에 초대된 스타 손님들이 과거 임금에게 진상되었던 팔도의 귀한 음식들을 맛보기 위해 퀴즈를 풀어가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목요일 저녁 8시55분 방송.

방송인 신동엽 ⓒ 이정민


현재 TV 예능에서 가장 많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MC는 신동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두드러지게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을 장악하지는 않지만, <SNL 코리아> <안녕하세요> <밥상의 신> <동물농장> <마녀사냥>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먹지?> <불후의 명곡> <언스타일> <용감한 기자들> 등 무려 9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이 중 KBS 2TV <밥상의 신>은 폐지가 결정되었지만, MBC <세바퀴>에서 하차하는 이휘재, 박미선 대신 이유리와 함께 진행자로 발탁되며 끊임없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특집 프로그램과 시즌제 프로그램의 MC를 간간히 맡는 것을 더하면 그의 스케줄은 1주일이 모자를 정도다.

한 매체에서는 신동엽의 주급이 무려 1억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을 정도. 그러나 신기하게도 신동엽이 이정도의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많은 수의 프로그램을 소화해 낸다면 분명 'TV만 틀면 나온다'는 불평이 이어졌을만도 한데 신동엽에게는 유독 그런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신동엽의 진행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신동엽이 맡은 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나 야외 촬영이 극히 제한된다. 더군다나 신동엽이 주가 되기보다는 곁가지가 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안녕하세요>에서는 컬투와 이영자와 함께, <마녀사냥>은 성시경 허지웅, 유세윤과 함께 진행을 하며 발언권을 그들에게 넘기고, < SNL >이나 <불후의 명곡>은 아예 호스트가 따로 있거나 가수들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메인 MC자리를 내세운 <용감한 기자들>이나 <밥상의 신>에서도 신동엽이 주가 되기 보다는, 각각 기자들과 패널들에게 그 분량을 넘기며 때때로 재치있는 한마디를 던지고 정리하는 역할로 만족한다. <동물농장>에서는 아예 대사 자체가 많지 않다.

'99만남' 신동엽, '동엽신 최고' 20일 오후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에서 열린 jtbc <99인의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방송인 신동엽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99인의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는 자칭타칭 잉꼬부부라고 자부하는 세 쌍의 부부가 출연, 팔불출 아내의 남편 자랑을 통해 99인의 돌싱녀 판정단에게 가장 높은 득표수를 얻은 남편이 '최고의 남편'으로 선정되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일요일밤 11시 방송.

▲ 신동엽 그에게 대중이 원하는 것은 유재석이나 강호동과는 달리 프로그램 안에서 그의 명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재치있는 한마디와 패널들을 아우르는 진행. 여기서 멈추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존폐가 진행자의 이름값과 직결되는 선택을 피하면서 신동엽은 무려 9개의 프로그램을 꿰찰 수 있었던 것이다. ⓒ 이정민


신동엽은 '주류'에서 물러나길 선택하며 오히려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공중파 외에는 출연하지 않는 강호동·유재석과는 달리, 케이블과 종편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가치를 다방면으로 활용했다. 이전의 신동엽이라면 상상하기 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신동엽은 자신의 특장을 끊임없이 개발했다. 일명 '섹드립'이라고 불리는 19금 발언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지키며 재치 있는 언변을 펼쳤다. 그러면서도 프로그램을 책임지기보다는 주변 상황을 활용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최소화 했다. <밥상의 신>의 폐지가 결정된 와중에도 신동엽의 브랜드는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그가 맡은 프로그램이 '신동엽'의 이름값에 기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신동엽에게 대중이 원하는 것은 유재석이나 강호동과는 달리 프로그램 안에서 그의 명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재치있는 한마디와 패널들을 아우르는 진행. 여기서 멈추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존폐가 진행자의 이름값과 직결되는 선택을 피하면서 신동엽은 무려 9개의 프로그램을 꿰찰 수 있었던 것이다.

신동엽은 강호동의 후속으로 <강심장> MC가 되어도, <세바퀴>에 이휘재 후속으로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최고의 MC로 평가 받던 예전에는 신동엽의 투입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신동엽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시청률을 견인할 수 있었고, 그는 MC와 꽁트, 이야깃거리를 모두 제공하며 프로그램을 살리는 역할을 맡아야 했다. 그런 신동엽의 위치가 한때 흔들린 것은 그의 프로그램이 기대하던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서부터였다.

당시 사업 등으로 신동엽의 집중력이 분산된 시기기도 하지만 신동엽의 이미지의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결국 그는 케이블과 종편으로도 눈을 돌렸고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프로그램에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신동엽이 굳이 아니어도 좋을 프로그램을 선택하면서 존재감은 내보일 수 없었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장점을 쪼갰다. 한 번에 꽁트와 재치, 진행까지 모두 맡아야 했던 예전과 달리,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꽁트를 선보이고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재치있는 언변을 구사했다. 그러면서 신동엽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곁가지가 되었다.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결국 최고의 MC라는 칭호는 간직하면서도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에 상관없이, 신동엽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굳이 신동엽이 아니어도 좋지만, 신동엽만한 진행자도 없다는 이미지는 그에게 있어 지금 가장 큰 날개가 되어주었다. 신동엽의 전략이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SNL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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