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물의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도록  풀을 관리하면 병충해 없이 잘 자란다.
 작물의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도록 풀을 관리하면 병충해 없이 잘 자란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동네)사람들이 풀 때문에 보기 안 좋다는데. 깨끗하게 농사짓지 않으면 (밭을) 빌려주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 건가?"

몇 해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농부의 밭을 빌려 농사를 지었을 때의 일이다. 결국 이듬해에 밭을 돌려줘야 했다. 밭 주인의 입장을 더 이상 난처하게 만들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당시 근처에서 농사짓던 농부들에게 눈총을 받거나 핀잔을 듣기도 했다.

"농사가 장난도 아니고, 풀을 키워서 농사가 될 것 같으면 내가 벌써 했지."
"재미있는 농사 하시는데, 그렇게 하면 농사 망해요."
"농사 몇 년이나 해봤소? 풀씨 날리고 벌레 꼬이게 하지 말고 비닐치고 약 쳐요."

잡초는 무조건 없애 버려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관행농(비닐, 화학비료, 농약)을 따르는 농부들에게 '풀과 함께'하는 농사를 이해시키기는 무척 어렵다. 잡초는 뿌리째 뽑아 없애야 할 하찮은 풀이라는 것. 이는 우리 사회에서 생각이 다르면 '종북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고 손가락질하는 것과 같다.

광합성 위해 치열한 경쟁

작물을 풀과 함께 키우면 병충해가 생기고, 수확량이 줄어들지 않느냐고 많이 묻는다. 이 말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풀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식물은 햇볕을 흡수한 뒤 물과 이산화탄소로 광합성 해서 생육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광합성은 식물이 성장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광합성을 두고 식물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밀려난 풀은 소멸하거나 정착할 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

자연에서 생존 방식을 터득한 풀은 뛰어난 광합성 능력을 갖춘 반면에, 인간의 필요에 의해 육종(育種)기술로 유전자가 개량된 작물은 야생의 풀보다 광합성 능력이 떨어진다. 광합성 능력이 떨어지는 작물은 풀과 함께 자라면 백전백패로 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농사는 풀을 없애는 방법으로 검은 비닐과 제초제를 널리 사용한다. 검은 비닐과 제초제는 흙 속의 생물들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토양 먹이 그물을 무너뜨린다. 그것은 곧 병충해 방어벽을 없애는 것으로, 작물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

풀에 대한 가치는  과학으로도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풀에 대한 가치는 과학으로도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풀의 기(氣)를 꺾는 시점

작물이 무조건 풀에게 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뿌리와 잎이 활착되고 생육이 빨라지는 시기에는 풀과 대등하게 경쟁하면서 풀을 이겨낸다. 중요한 것은 작물과 풀이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때 까지는 풀이 작물보다 더 크게 자라지 않도록 기(氣)를 꺾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 풀을 잘라주는 것이다. 뿌리째 뽑지 않고 줄기 밑동을 잘라주며, 그 자리에 풀을 덮어준다. 잘라낸 풀을 흙 위에 덮어주면 새로운 풀이 자라지 못하거나 늦게 싹을 틔운다. 그 사이에 성장한 작물들이 그늘을 드리우면 풀은 자라지 못한다. 풀은 광합성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기 때문에 햇볕을 막아버리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작물의 뿌리를 뽑지 않으면 깊이 내려가서 흙을 갈아준다. 봄에 뽑은 고추의 뿌리는 1미터 이상 뻗어갔다.
 작물의 뿌리를 뽑지 않으면 깊이 내려가서 흙을 갈아준다. 봄에 뽑은 고추의 뿌리는 1미터 이상 뻗어갔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떼알 구조와 토양먹이그물

풀을 뿌리째 뽑지 않고 줄기 밑둥을 잘라주면, 뿌리가 흙을 파고들면서 토양을 살아 숨 쉬는 떼알 구조로 만들어준다. 떼알 구조의 흙은 공기가 잘 통하고, 수분과 양분을 보존하는 능력이 높아서 작물이 건강하게 잘 자란다.

또한, 풀의 뿌리는 흙 속에 다양한 토양 생물을 공존하게 해준다. 특히, 미생물과의 공생을 통해 병충해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야생의 풀은 병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풀을 함께 키우면 작물도 병충해에 걸릴 위험이 많이 줄어든다. 작물 수확을 끝낸 뒤에도 뿌리째 뽑기 보다는 줄기 밑동을 잘라주는 것이 농사에 훨씬 유익하다. 흙 속에 남은 뿌리는 좋은 흙을 만들고 양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풀을 키운다고 손가락질 받는 것처럼, 수확이 끝난 밭에 작물을 뽑아내지 않고 밭에 그대로 두는 것도 '게으른 농부' 취급을 받는다. 그렇지만 몇몇 작물을 뽑지 않고 다음 해 봄까지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추운 겨울에 냉해를 입은 작물은 더 이상 열매를 맺지는 못하지만 뿌리는 죽지 않는다.

땅 속 깊은 곳까지 뿌리를 뻗으면서 쟁기질하듯 흙을 깊이 갈아준다. 가을에 뽑아낸 뿌리와 겨울을 보내고 봄에 뽑아낸 뿌리의 길이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알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편은 '영양장애와 병충해'에 대한 것입니다



태그:#광합성, #잡초, #미생물, #토양먹이그물, #떼알구조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