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영이 10년 만의 가을야구 승리를 거두며 넥센 히어로즈를 살렸다.

넥센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승제) 3차전에서 선발 오재영의 역투와 강정호, 유한준의 홈런포에 힘입어 LG 트윈스를 6-2로 제압, 2승 1패로 앞서나갔다.

1차전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2차전에서 LG의 신바람 야구에 대패를 당하며 분위기 싸움에서 밀리는 듯하던 넥센은 승부의 분수령으로 꼽혔던 3차전 승리를 따내며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 4차전에서 넥센은 헨리 소사, LG는 류제국을 선발로 예고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의 승부수, 3차전을 지배했다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원동력이었던 타선이 포스트시즌 들어 침묵하자 넥센의 염경엽 감독은 타선에 칼을 댔다. 외국인 타자 비니 로티노를 2번에 배치하고 이택근을 7번으로 내렸다. 7번이었던 이성열은 8번으로 밀려났다.

염경엽 감독의 승부수는 대성공을 거뒀다. 2차전에서 연신 배트를 헛돌리며 체면을 구겼던 강정호가 2회초 드넓은 잠실구장의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강정호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포스트시즌 홈런이다.

마운드에서는 선발로 나선 오재영이 역투했다. 올 시즌 5승 6패 평균자책점 6.45에 그쳤으나 LG를 상대로는 4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83으로 강했던 덕분에 선발 기회를 잡은 오재영은 염경엽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보답했다.

오재영은 자로 잰듯한 제구력으로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파고들며 LG 타자들을 압도했다. LG 타선은 오재영의 구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4회까지 무득점으로 침묵하며 선발 코리 리오단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5회초 투수진이 대량 실점을 하고 나서야 뒤늦게 반격에 나선 LG는 5회말 오재영이 잠시 흔들린 틈을 타 오지환의 볼넷, 최경철의 좌전 안타, 대타 최승준의 몸에 맞는 볼로 만루 찬스를 잡았으나 정성훈의 희생플라이로 단 1점을 올리는 데 그친 것이 뼈아팠다.

정성훈에 이어 대타로 나선 채은성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1루수 파울 플라이로 허무하게 돌아서며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넥센 1루수 박병호는 잡기 쉽지 않았던 파울을 낚아채며 호수비를 선보였다.

오재영, 10년 만의 가을야구 승리 '감격'

강정호의 홈런 이후 다소 소강상태였던 넥센 타선은 5회초가 되자 다시 터졌다. 하위 타선이었지만 선두 김민성이 중전 안타로 물꼬를 트자 이택근이 중전 안타를 터뜨리며 흐름을 이어갔다.

이때 타석에 들어선 이성열이 희생번트에 실패했으나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2루타가 터지며 2-0을 만들었고, 9번 타자 박동원이 LG 우익수 이진영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터뜨리며 주자 2명으로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결국 LG는 리오단을 마운드에서 내렸으나 넥센은 로티노가 다시 우중간 2루타를 터뜨리며 순식간에 5-0으로 달아났고, 5회에만 대거 4득점을 올리는 응집력을 과시하며 '빅 이닝'을 만들었다. 홈런을 포기하고 타격의 정확성으로 승부한 염경엽 감독의 선택이 빛을 발한 대목이었다.

넥센은 8회초 유한준의 솔로 홈런으로 1점을 추가했고 선발 오재영에 이어 한현희, 조상우,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투입해 LG의 막판 추격을 단 1실점으로 막아내며 6-2 승리를 거뒀다.

이날 6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역투한 오재영은 신인 시절이던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선발승을 거둔 이후 10년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투수가 되는 남다른 감격을 누렸고, 유한준은 2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반면 LG는 2차전에서 폭발했던 타선이 이날 5안타 2득점으로 부진하며 홈 구장에서 열린 3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과연 넥센이 4차전 승리마저 따내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는 대구행을 확정 지을지, 아니면 벼랑 끝에 몰린 LG가 대반격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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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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