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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트리오 중 맏오빠인 정진국(70)씨와 중간인 박옥경(64)씨가 웃고 있다. 안타깝게도 막내인 채후자씨(59)씨가 과로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함께 하지 못했다.
▲ 정진국씨와 박옥경씨 노년트리오 중 맏오빠인 정진국(70)씨와 중간인 박옥경(64)씨가 웃고 있다. 안타깝게도 막내인 채후자씨(59)씨가 과로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함께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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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식당이라기에 찾아간 곳이 수상하다. 시골마을(용인시 옥산리 상산마을) 집들을 지나 한참 들어간다. 헉! 마을 중심부근에 식당이 하나 달랑 있다. 이런 곳에 식당을? 사실 그 식당 위치보다 그 식당 주인들의 사연이 더 쇼킹하다.

시골집과 식당이 붙어 있다. 왜?

"어서 오라"며 입구에서 나를 반기는 정진국(70)씨. 그는 '노년트리오' 중 맏오빠다. 한눈에 봐도 시골 할아버지 스타일이다. 굳이 대문 앞에까지 와서 기자를 맞는 습관은 70년 묵은 것일 게다.

오른쪽은 시골집이고, 왼쪽은 식당이다. 두 곳은 붙어 있다. 시골집은 아직 뭔가 수리중이다. 진국씨가 "여길 고쳐서 사람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만들 예정"이라며 설명해 준다. 단순히 식당만 할 생각이 아니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도대체 무엇을 하겠단 거지?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묘령의 여인이 기자를 맞는다. 그 여인은 트리오 중 중간인 박옥경(64)씨다."세 분이시라 들었는데, 한 분은?"이라고 당장 물었다. "그 분(채후자씨, 59)은 오늘 과로로 인해 병원에 있다"며 진국씨가 양해를 구한다.

전직 일죽도서관장인 채후자씨는 노년트리오 중 막내다.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실력(행사기획, 홍보, 사람모으기 등)을 발휘하고 있다.
▲ 채후자씨 전직 일죽도서관장인 채후자씨는 노년트리오 중 막내다.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실력(행사기획, 홍보, 사람모으기 등)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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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경씨가 자신의 작품을 내 앞에 내놓는다. 초석잠 장아찌와 매실 장아찌를 맛보라 한다. 살짝 먹어보니 맛깔스럽다. 이때까지의 장아찌완 판이하게 맛이 다르다. 식당 장식장엔 옥경씨의 작품이 하나 가득이다.

트리오의 만남은 운명

트리오의 전직 경력이 다양하다. 진국씨는 안성 죽산사람으로, 농촌개발 연구에 힘쓰는 농민이다. 옥경씨는 판교의 교회에서 12년간 음식봉사를 해본 여성이다. 후자씨는 안성 일죽도서관 관장을 해온 여성이다.

각자의 처소에서 각자의 세계를 추구하던 그들에게 한걸음 더 도약할 변화의 기회가 필요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그들에겐 생활이었던 것. 그래서 2년 전 그들은 만났다. 아니 만나고야 말았다.

노년트리오는 직접 밭에서 농작물을 수확해서 음식에 사용한다. 안전한 먹을거리는 이래서 확실히 담보가 된다. 지금은 맏오빠 정진국씨와 막내 채후자씨가 함께 농작물을 수확 중이다.
▲ 농사일 노년트리오는 직접 밭에서 농작물을 수확해서 음식에 사용한다. 안전한 먹을거리는 이래서 확실히 담보가 된다. 지금은 맏오빠 정진국씨와 막내 채후자씨가 함께 농작물을 수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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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그들은 공통분모를 발견하게 되었다. '안전한 먹을거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들이 각자의 처소에서 꾸어 왔던 꿈이 서로 만나자마자 불꽃을 튀었다. 급기야 이 뜻을 모아 한곳에 피워 보자는 의지가 오늘 이 식당을 만들어 냈다. 소위 동업이다.

서로의 꿈엔 공통점이 있었다

옥경씨가 "우리가 돈만 벌 목적이라면 여기에 내선 안 되었을 것"이라며 웃는다. 진국씨가 "식당 외에 식당 옆에 1000평을 더 임대했다. 거기다간 농사도 짓고 음식체험장을 만들려고 준비 해가고 있다".며 또 웃는다.

옥경씨의 탤런트를 활용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탤런트? 그건 옥경씨의 요리 실력이다. 교회 사람들에게 일요일마다 요리해주며, 익혀왔던 요리 실력 말이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맛나게 하는 요리비법은 쉽지 않지만, 그녀는 잘해왔다.

이집의 조리장이자 중간인 박옥경씨의 작품이다. 이 음식들은 전혀 조미료를 쓰지 않았고, 직접 담구거나 재배한 재료들로 만든 요리다. 안전한데다 맛나기까지 한, 금상첨화의 작품이었다.
▲ 요리 이집의 조리장이자 중간인 박옥경씨의 작품이다. 이 음식들은 전혀 조미료를 쓰지 않았고, 직접 담구거나 재배한 재료들로 만든 요리다. 안전한데다 맛나기까지 한, 금상첨화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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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녀의 원래 꿈은 '피클, 절임, 소스'등을 파는 전문점을 내는 거였다. 그동안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자신만의 각종 요리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일종의 요리 쇼핑몰이다. 육순의 나이에 인터넷 쇼핑몰이라니.

지금의 자리는 진국씨가 다리를 놓았다. 진국씨의 친구의 시골집 마당과 별채를 임대하고, 땅도 임대했다. 농촌을 생각하며 약초를 재배해오던 진국씨에게도, 소스전문점을 생각하던 옥경씨에게도 음식체험장은 좋은 아이디어다.

각자의 경력이 서로에게 시너지로...

옥경씨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들이 하지 않은 각종 소스와 요리를 지금도 꾸준히 새롭게 시도한다. 덕분에 그녀에겐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그녀만의 소스 노하우가 꽤나 많다.

박옥경씨가 만든 각종 소스, 조청, 장아찌 등이 담겨 있는 병들이 식당 한곳에 하나 가득이다. 여기엔 옥경씨의 평생 요리 노하우와 실력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 작품 박옥경씨가 만든 각종 소스, 조청, 장아찌 등이 담겨 있는 병들이 식당 한곳에 하나 가득이다. 여기엔 옥경씨의 평생 요리 노하우와 실력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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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국씨는 오랫동안 농촌개발에 대한 연구를 해왔기에, 어떡하면 농촌사람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트리오의 체험장을 통해 상산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잘사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후자씨는 일죽작은도서관에 근무하면서 행사를 기획하고, 치러내고, 사람을 모으는 일을 해왔다. 자신의 탤런트를 트리오의 작품에 쏟을 예정이다. 식당과 사랑채와 체험장 등을 엮어서 모델링을 하고 알리는 역할을 잘 해낼 거다. 사실 이 취재도 채후자씨가 연결한 거다.

식당을 나서니 그제야 상산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느 집에선 불을 때는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평범한 시골마을 풍경이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산이 마을을 폭 감싸고 있다.

거기에 서니 "사람들이 우리가 직접 재배한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어보고, 안전한 반찬을 만들어서 가져가고, 시골마을을 보며 사랑채에서 쉬어가게 한다"는 그들의 계획이 시골저녁 노을에 어우러져 붉게 타는 듯했다.

시골집과 식당이 붙어 있다. 요즘 맏오빠 정진국씨는 시골집을 수리해서 사랑채로 만드느라 분주하다. 조만간 사람들이 쉬어갈 사랑채가 완성될 예정이다.
▲ 전경 시골집과 식당이 붙어 있다. 요즘 맏오빠 정진국씨는 시골집을 수리해서 사랑채로 만드느라 분주하다. 조만간 사람들이 쉬어갈 사랑채가 완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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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년, #노후대책, #한식당, #체험장,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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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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