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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청와대에 서명지를 전달하기 위해 '3보 1배'를 하며 광화문광장을 출발하자 경찰이 세종대왕 동상에서 가로막았다. 경찰들이 항의하는 유가족들을 카메라로 채증하고 있다.
▲ 유가족 채증하는 경찰 지난 9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청와대에 서명지를 전달하기 위해 '3보 1배'를 하며 광화문광장을 출발하자 경찰이 세종대왕 동상에서 가로막았다. 경찰들이 항의하는 유가족들을 카메라로 채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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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무분별한 집회 채증으로 인한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돼 온 가운데, 내년도 경찰의 채증 장비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16.8%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50만 원대의 카메라(렌즈 포함) 61대와 180만 원대 카메라 렌즈 66대 등 총 5억 8597만 원의 채증 장비를 구입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경찰 채증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우려하며 경찰청장에게 채증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바 있지만 고가의 장비를 동원한 경찰의 채증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456만 원 카메라 61대 새로 구입... 2014년에 비해 16.8%늘어

3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채증 장비 구입 내역과 2015년 채증 장비 구입 계획을 확인한 결과, 경찰은 '집회시위 현장 불법행위 증거수집' 명목으로 5억 8597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품목별로 보면 동영상 촬영용 캠코더 '소니 HDR PJ790'(개당 159만 원, 39대), 사진 촬영용 카메라(렌즈포함) '캐논 EOS 7D'(개당 456만 원, 61대), 카메라 렌즈 '니콘 AF 24-70mm(개당 180만 원, 66대)', 635만 원 가량의 소음측정기 20개 등 5억 8597만  원의 예산을 잡았다. 이는 올해 채증 장비 예산인 5억 145만 원에 비해 16.8%(8452만 원)가 늘어난 것이다.

사진 촬영용 카메라 '캐논 EOS 7D'은 1800만 화소의 기능을 가진 고성능 카메라다. 또 카메라 렌즈인 니콘 AF 24-70mm는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카메라 렌즈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고가의 장비를 동원한 경찰의 채증이 날수록 고도화된다는 지적을 일으킨다.

최근 3년 간 경찰은 16억7257만 원의 세금을 채증 장비 구입에 사용했다. 지난 2012년에는 6억1546만 원을, 지난해에는 5억5566만 원을 사용했으며 올해에는 5억145만 원을 썼다.

인권위 자제 권고에도 고성능 카메라 구입은 여전

지난 5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차 범국민촛불행동'에 참가했던 참가자들중 일부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다. 캠코더를 든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의 얼굴을 채증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차 범국민촛불행동'에 참가했던 참가자들중 일부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다. 캠코더를 든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의 얼굴을 채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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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무분별한 채증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행 경찰청 예규인 '채증활동 규칙'은 '채증은 각종 집회·시위 및 치안 현장에서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촬영, 녹화, 녹음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중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에 대한 해석이 자의적이어서 경찰 채증이 논란이 됐다.

또 경찰이 진보 시민단체가 연 세월호 집회에는 471건을 채증한 반면,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집회에는 한 차례도 채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또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경찰은 채증요원 294명에게 보상금을 나눠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지난 4월 인권위는 집회·시위 참가자에 대해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채증의 범위·방법·자료관리 기준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동의를 구하지 않는 채증은 초상권 침해 우려가 있다"며 "또 채증을 당한 사람에게 정보를 정정·삭제할 수 있는 권리도 주어지지 않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이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영장없이 채증을 하려면 불법행위가 진행 중이거나 끝난 직후,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같은 지적이 일자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원칙적으로 채증 카메라 활용은 불법 행위 직후 또는 직전 등 채증 활동의 취지와 범위에 맞게 해야 한다"며 "미란다 원칙을 고지할 때나 현행범 체포 등 공무집행 장면을 스스로 촬영해 논란에 대비하는 용도로 명확히 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진선미 의원 "전액 삭감 요구"... 경찰청 "사용연한 지나 구입"

진선미 의원은 "경찰 채증은 이미 증거 수집을 넘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준"이라며 "채증 장비 추가 구입 예산은 전액 삭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 의원은 "스마트폰 등 개인장비를 이용한 채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증 장비 예산에 대해 경찰청 정보국 관계자는 "장비의 사용 연한이 지난 품목과 수량에 맞춰서 새로 구매하는 것"이라며 "예산은 조달청에 등록된 단가를 기준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성능 장비라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이 정도 기능을 갖춘 장비여야 제대로 된 촬영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태그:#채증, #진선미 의원, #강신명 청장, #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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