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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200일을 맞아 교내에 안산에서 분향할 학생들을 모집하는 현수막을 걸고자 했지만 학교측은 '세월호'가 정치적이라며 불허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영남대 정문 옆에 걸린 현수막.
 영남대학교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200일을 맞아 교내에 안산에서 분향할 학생들을 모집하는 현수막을 걸고자 했지만 학교측은 '세월호'가 정치적이라며 불허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영남대 정문 옆에 걸린 현수막.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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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200일을 앞두고 함께 분향할 학생들을 모집하는 현수막을 게재하려 했지만 학교 측이 정치적이라며 승인해주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영남대 '세월호 기억하기 모임'의 이지원(심리학과, 21)씨는 지난 28일 '세월호 참사 200일, 잊지 않기 위한 대학생들의 동행 노란버스'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학교 내에 설치하기 위해 학생지원센터를 찾았다.

현수막 2개를 만들어 하나는 학교 정문 왼쪽에 게재하고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종합강의동 한쪽 벽면에 설치할 계획이었다. 학교 정문 앞에는 경산시의 허가를 받아 설치했지만 교내에 설치하는 것은 학교 측이 불허했다.

이지원씨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족분들을 위로하기 위해 안산에 다녀오는 '노란버스'를 기획했다"며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현수막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학교 측이 정치적이라며 완강히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치적 기준이 뭐냐고 따지자 '판단은 우리가 한다'면서 무조건 세월호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가 주관적인 생각으로 정치적이라고 판단하는 처사에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또 학교 측이 세월호를 사이비 종교와 빗대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학생지원팀장이 "나는 사이비종교 포교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승인을 하지 않겠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영남대가 세월호 참사 200일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노란버스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현수막을 학내 규정을 들어 불허했다. 영남대가 제시한 게시물 관리규정.
 영남대가 세월호 참사 200일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노란버스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현수막을 학내 규정을 들어 불허했다. 영남대가 제시한 게시물 관리규정.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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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처는 '세월호'가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어 현수막 게재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월호 문제가 학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정치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현수막을 교내에 게재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영남대 학생처는 영남대 게시물 관리규정 제5조 '게시물의 내용은 교육목적, 일반사회통념 및 학칙 등에 위배되지 아니하여야 되며 특정 종교 및 정치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지 아니하여야 된다'는 규정을 들며 현수막이 정치적이라고 못 박았다.

"세월호 문제 정치권에서 시끄럽기 때문에 설치 불허했다"

백원기 학생지원팀장은 "세월호 문제가 정치권에서 시끄럽고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설치를 불허했다"며 "개인적인 판단이라고 하지만 학교에서 나에게 권한을 줬기 때문에 학교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백 팀장은 현수막 어디에도 정치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고 게시물 규정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묻자 "기자가 학교 규정을 간섭하느냐"며 "세월호 단어 자체가 정치적이다, 이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선우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밖에서 들어와서 거는 게 아니라 (세월호를) 기억하고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학생들을 모으는 것조차 정치적 선동과 이념으로 접근한다면 학생들에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문제가 대통령도 이야기했듯이 정쟁의 문제도 아니고 이념의 문제도 아닌데 영남대가 정권의 잣대로 정치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옹졸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영남대가 실질적 주인인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지원씨는 한 달 전부터 세월호 기억하기 모임을 만들고 학교 앞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일베' 회원으로 보이는 학생들로부터 성적인 모욕감과 함께 많은 협박과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애인이 있느냐', '네가 여자인데 그렇게 하면 괜찮을 것 같으냐' 등 성희롱과 협박이 많았다"며 "남의 아픔을 조롱하듯이 보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현수막, #영남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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