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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2학년 4반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29일 오후 7시 화랑유원지 소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00일 안산시민문화제에서 안산시민과 국민에게 띄우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단원고 2학년 4반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29일 오후 7시 화랑유원지 소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00일 안산시민문화제에서 안산시민과 국민에게 띄우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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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빈이가 사고 당한 순간이 떠오를 때마다 숨이 턱 막히면서 가슴이 아파옵니다. 주먹을 쥐고 가슴을 내리치는 게 한두 번이 아니고, 경빈이가 금방이라도 뛰어 들어올 것 같아서 아직도 기다립니다. 아들 생각이 나서 주방에서 음식도 못하고, 아이 아빠는 직장도 못나가고 방황 아닌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그만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하고, 세월호로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유가족들이 법과 질서를 무너뜨리고 심지어 정치까지 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질책을 받겠끔 언론은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진상규명만을 원한다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외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진실이 밝혀져야 우리 미래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 갈 수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기에 부모인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제발 지치지 말고 우리와 함께 힘내서 가시면 좋겠습니다. 우리처럼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후벼 파 지고, 심장이 도려내지는 아픔을, 숨조차 쉽게 쉬어지지 않는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정의로운 사회, 깨끗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함께 해 주세요.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맘껏 뛰어 놀 수 있도록 만들어요. 가만히 있으면 절대 바뀌지 않을 대한민국을 부모인 우리가 한뜻으로 이제 행동해 바꿔 나가면 좋겠습니다.

맑은 날도 슬프고, 흐린 날도 슬프고, 가을이 오는 소리도 슬프네요. 아들과 함께 주말마다 산에 올랐는데 언제쯤 그 산에 오를 수 있을지, 그 산을 오를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리 아들 경빈이랑 이 편지를 읽을 자녀를 둔 대한민국 부모님들과 약속을 합니다. 약하지만 강한 경빈이 엄마 전인숙 드립니다."

윤달로 9월 초엿새인 29일, 가을 밤은 찼다. 밤 하늘에 외로이 걸려있던 초승달은 동에서 서로 찬찬히 떨어졌다. 손이 시릴 정도로 찬 어둠의 정적을 찢고 하나, 둘 모여든 시민들의 손에는 촛불이 쥐어져 있었다. 서로의 촛불을 기운삼아 어둠과 냉기를 몰아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와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 주최로 화랑유원지 소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00일 안산시민문화제에서 단원고 2학년 4반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울먹임 끝에 편지낭독을 마쳤다.

29일 오후 7시 화랑유원지 소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00일 안산시민문화제에 참석한 여고생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머리 위로 초승달이 걸려 있다.
 29일 오후 7시 화랑유원지 소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00일 안산시민문화제에 참석한 여고생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머리 위로 초승달이 걸려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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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문화제는 학생, 주부, 상인, 회사원, 노동자 등 500여명이 참가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구축을 위한 촛불을 들었다. 1, 2부로 나눠 진행된 문화제는 먼저 안산지역 엄마아빠 20여명이 참여한 '엄마 아빠들의 합창'과 안산지역 극단 '동네풍경'이 상황극으로 문을 열었다. 이들은  여야 합의의 세월호 특별법을 신랄하게 풍자하며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오는 31일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이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다짐의 약속을 했다. 여야는 이날 추가협상을 할 예정이었으나 진상조사위원장 선임 방식과 유가족의 진상조사위 참여 여부 등 핵심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연기됐다. 하지만 돌발변수가 없는 한 특별법 처리는 극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과 유가족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특별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내일과 모레 국회에서 유가족의 마지막 의지를 모아 최선을 다하겠다. 유가족의 진상조사위원회 참여 부분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협상해 나갈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드린다."

촛불 시민들, 합동분향소에서 실종자 이름 외치며 "어서 돌아오세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신부를 꿈꿨던 단원고 2학년 5반 박성호 임마누엘을 위해 목수들이 재능기부로 지난 18일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1박2일 캠프때부터 짓고 있던 작은 성당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신부를 꿈꿨던 단원고 2학년 5반 박성호 임마누엘을 위해 목수들이 재능기부로 지난 18일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1박2일 캠프때부터 짓고 있던 작은 성당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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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에 이어 진행된 2부 퍼포먼스에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합동분향소 앞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커다란 원을 만든 후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의 이름'을 부르기를 시작했다.

이날은 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의 인터넷 카페 '엄마의 노란손수건'에서 준비한 생일케이크가 전해졌다. 케이크의 주인은 진도 앞바다에서 295번째로 시신이 수습된 단원고 2학년 3반 황지현양. 이날은 지현이의 18번째 생일로, 엄마아빠는 참사 197일 만에 팽목항에서 딸을 맞이했다. 다른 유가족이 대신 전해 받은 생일케이크는 '실종자 이름 부르기'를 마친 시민들과 함께 합동분향소로 들어가 중앙 제단 옆에 가지런히 놓였다.

분향소 한 켠에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신부를 꿈꿨던 단원고 2학년 5반 박성호 임마누엘을 위해 목수들이 재능기부로 짓고 있던 작은 성당이 점차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었다.

"조은화님, 어서 돌아오세요~  / 허다윤님, 어서 돌아오세요~ / 남현철님, 어서 돌아오세요~ / 박영인님, 어서 돌아오세요~ / 양승진님, 어서 돌아오세요~ / 고창석님, 어서 돌아오세요~ / 권혁규님, 어서 돌아오세요~ / 권재근님, 어서 돌아오세요~ / 이영숙님, 어서 돌아오세요."

29일 오후 7시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29일 화랑유원지 소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00일 안산시민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합동분향소 앞에서 한 목소리로 ‘실종자 이름 부르기’를 외치고 있다.
 29일 오후 7시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29일 화랑유원지 소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00일 안산시민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합동분향소 앞에서 한 목소리로 ‘실종자 이름 부르기’를 외치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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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참사 200일 , #안산시민문화제, #세월호 특별법 , #합동분향소 작은 성당, #세월호 실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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