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국내 정상급 좌완 투수가 메이저리그(MLB)의 문을 노크한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김광현(26)이 29일 해외 진출을 공식 선언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상 좌완 김광현, 메이저리그 공식 도전

김광현은 SK 구단 주최로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시즌 메이저리그 도전과 12월 결혼 등 자신의 향후 거취와 생각을 밝혔다. SK 임원일 대표이사, 민경삼 단장 등도 함께 동석해 김광현을 지원했다. 구단은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전제 하에 김광현의 MLB 진출에 동의했다.

2007년 SK에 신인으로 입단한 김광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8시즌을 활약하며 구단 동의하에 해외 진출 자격을 얻었다. SK 구단은 김광현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 해외 진출 요건을 충족했을 때부터 이미 내부적으로 김광현의 미국 진출을 용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인다. 최근 류현진(LA 다저스)이 기대 이상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프로선수들에 대한 해외 구단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김광현의 해외 진출 가능성이 가시화되며 이미 올 시즌 그가 등판한 경기에 다수의 MLB 구단 소속 스카우터들이 찾아와 투구 내용을 꾸준히 지켜보기도 해 화제가 됐다. 뉴욕 양키스, 시카고 컵스, 미네소타 트윈스, 텍사스 레인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이름만 대도 쟁쟁한 구단들이 즐비하다. 류현진과 윤석민이  FA 시즌을 앞두고 MLB 스카우터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을 때와 비교해도 열기가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류현진과 국내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김광현은 8년 통산 185경기 등판해 83승 49패,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했다. 2008년 정규 시즌 최우수 선수(MVP)에 올랐고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2점대 이하 자책점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최근 몇 년간은 부상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2013년부터 재기에 성공한 김광현은 올 시즌 28경기 13승 9패 평균 자책점 3.42를 기록,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함께 전성기 기량을 거의 회복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도 높이 평가한 김광현의 강점은,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투수라는 희소성과, 나이에 비해 풍부한 경험이다. 김광현은 188cm의 장신에 최고시속 150km에 이르는 직구와 슬라이더가 일품인 좌완 파워 피처다. 한국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찾기 쉽지 않은 조건의 선수다.

또한 김광현은 2008 베이징올림픽 우승 주역이자,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국제무대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올해 타고투저의 광풍 속에서도 토종 투수 중 가장 좋은 3.42의 평균 자책점을 올렸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내년에 27세가 되는 김광현은 투수로서 전성기에 접어들 수 있는 나이다.

첫승 향해 역투하는 김광현 한국 야구 대표팀 투수 김광현이 22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B조 예선 태국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역투하고 있다.

지난 9월 22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역투하는 김광현 선수. 김광현은 지난 29일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 유성호


내구력 증명이 관건

반면 마이너스 요소는 '내구성'이다. 김광현은 여러 차례 부상에 시달린 바 있다. 김광현은 올해 부활하기 전 수술까지 고려할 만큼 심각한 어깨 부상에 시달렸다. 2010년에는 안면 근육 마비 증세를 경험하기도 했다.

김광현과 SK 구단 측은 부상은 이미 완치됐다고 밝혔다. 김광현이 올해 소화한 173.1이닝은 2010년 193.2이닝에 이어 개인 경력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이었다. 리그 전체로도 5위에 해당한다. 한 시즌 간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했다는 것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그 정도로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만한 내구력을 갖췄는지를 증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메이저리그는 팀당 162 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다. 휴식일이 짧고 장거리 원정에 따른 이동 거리도 매우 길다. 김광현은 국내에서도 데뷔 이래 한 번도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고, 160이닝 이상을 소화한 시즌도 세 번뿐이다. 체력적으로 메이저리그의 빡빡한 일정을 버텨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육체적인 내구성뿐만 아니라 내적인 부분도 검증에 포함된다. 김광현은 전성기에도 벤치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유형의 투수로 평가받았는데, 사실 이는 건강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김광현은 컨디션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경기력의 편차가 큰 투수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안정된 경기 운영 능력과 꾸준함에서 한 수위로 꼽혔던 류현진과 가장 차이를 드러낸 대목이다.

김광현처럼 힘으로 승부하는 파워 피처들의 흔한 단점은 구위는 좋지만 제구력의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올 시즌에도 제구가 되지 않을 때는 종종 난타를 당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국내보다 힘 좋은 타자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김광현이 풀타임 선발 요원으로 버텨내기 적합한 유형인지 우려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빅리그 입성 여부와 별개로, 김광현의 보직 여부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나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김광현을 메이저리그에서 4~5 선발 정도로 예상하는가 하면, 불펜 요원으로서 좌타자를 전담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에 더 적합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행, 빠른 결단 후 관리 돌입해야 

또 다른 변수는 몸값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김광현을 보는 시각이 선발이냐 불펜이냐의 차이는, 그의 포스팅 금액이나 향후 진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김광현의 주가가 2년 전 류현진이 MLB에 진출하면서 받아낸 포스팅 금액(약 2573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예상이다.

SK 구단은 합당한 대우가 보장될 때만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행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물론 조건에 상관없이 미국 진출에 대한 김광현의 의지가 워낙 강한 상황이라, 아주 터무니없는 제시액이 아닌 이상 큰 장애는 되지 않을 전망이다. 여러 가지 조건을 감안하면 김광현의 몸값은 최소 약 1000만 달러(약 105억 원) 이상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떤 구단이 김광현에게 러브콜을 보낼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관건은 가급적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광현보다 한 해 앞서 완전 FA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던 윤석민이 늦어진 계약과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몸 상태 탓에 첫 시즌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고 고전한 것은, 김광현이 참고할 만한 장면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