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탈북 화교인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처벌하려고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증거를 조작해 제출하는 등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결하였습니다. 국정원이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빌미삼아 무고한 이의 인권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사법부마저 속이려고 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통탄을 금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국가정보원장은 물론이거니와 국정 책임자로서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자인 유우성씨와 가족들에게 깊이 사과해야 합니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보기에는 이 판결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간첩조작을 위해 여동생에게 가한 폭행과 협박 수사해야

유우성씨를 기소하기 위해 국정원 직원들이 그의 여동생 유가려씨에게 가한 폭행과 협박 등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 직원들이 조작 및 위조된 증거를 법정에 제출한 것은 유우성씨에 대한 간첩혐의 재판 1심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기 때문입니다.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유는 유우성씨가 간첩이라고 한 그의 여동생 유가려씨의 진술이, 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 내에서 행해진 폭행, 협박, 회유 등에 의한 것이었음이 확인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27일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와 함께 증거조작 의혹뿐만 아니라 가혹행위에 대해서도 특별검사가 수사하게끔 특검법을 제정할 것을 국회에 청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특검은 임명되지 않았고 검찰은 증거조작 부분에 대해서만 수사하고 기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따라서 지금에라도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몰아가기 위해 여동생에게 가한 폭행과 협박 등 가혹행위에 대해 수사하고 처벌하게끔 특검이 임명되어야 합니다.

또 이번 사건은 국정원이 탈북자에 대해 조사를 한다는 명분으로 운영하고 있는 '중앙합동신문센터'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유우성씨의 여동생 유가려씨 이외에도 간첩으로 몰린 탈북자들의 사례를 보면 합동신문센터의 인권침해와 가혹행위가 있었습니다.

합동신문센터에 입소한 탈북자들은 독방에서 장기간 수용되는데 독방 수감은 고문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합동신문센터에 있는 동안 가족이나 변호인 등 외부인과의 접촉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법원의 영장도 없이 신체의 자유를 통제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간첩혐의의 피의자가 되어 수사대상자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신원조사나 이탈동기에 대한 조사같은 '행정조사' 기회를 활용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접견권 등은 철저히 봉쇄되고 강압수사가 횡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안보를 위해서일지라도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대원칙을 어기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외부의 통제와 감시가 매우 어려운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수사권을 폐지해야 하지만, 최소한 합동신문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행위를 근절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합동신문센터의 주된 기능이 신원이나 탈북경로와 동기 등에 대한 행정조사를 위한 것이라면, 인권침해행위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정원 소관이 아니라 법무부나 통일부로 이관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국회가 국정원, 특히 국정원 합동신문센터를 개혁하는데 나서야 합니다.

중대한 국가범죄에 대한 낮은 처벌수준도 항소심에서 높여야 해

마지막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법원이 인권침해는 물론이거니와 사법 시스템까지 농락하려는 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에 비해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주범에게는 징역4년형을 구형했는데, 법원은 2년6개월로 낮추었습니다.

권력기관들의 자의적인 권력행사와 반헌법적인 행위를 통제해 '법의 지배'를 구현해야 할 사법부가 이같은 범죄행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은 자신의 책임을 소홀히 한 것입니다. 검찰은 1심 재판부의 낮은 형량에 대해 항소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항소심에서는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되어야 합니다. 법원이 이같은 국가범죄의 처벌수준을 낮게 다루어서는 안 되기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