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요새처럼 '마피아'란 단어가 흥행한 때도 없다. 원래 '마피아(Mafia)'는 '아름다움' 혹은 '자랑'이란 뜻이다. 19세기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산적들이 기원이며, 후에 반정부결사조직으로 발전했다. 살인·밀주·매춘·마약 거래 등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했다.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무조건 '팔은 안으로 굽는' 특유의 문화가 근저에 깔려 있다.

세월호 참사로 '해피아'란 단어가 등장했다. '해피아'는 '해양수산부+마피아'를 뜻하며, 해양수산부의 일을 위임받은 산하기관에 해양수산부 출신들이 포진한 데 기인한다. 유관기관의 핵심보직을 독식한 이들은 '봐주기'식 일처리를 하고, 그 결과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벌어졌다. 관련 단체만 한국선급·선박안전기술공단·해운조합 등 무려 14곳이나 된다.

수많은 마피아 중 가장 위험한 마피아

이런 일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있다. 산업통상부 관련 '산피아', 재정경제부 관련 '모피아', 교육부 관련 '교피아', 법계 관련 '법피아', 정치인 관련 '정피아', 군대 관련 '군피아', 국세공무원 관련 '세피아', 소방방재청 관련 '소피아', 도로공사 관련 '도피아', 코레일 관련 '철피아' 등….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후 5월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관피아 척결'을 내세웠다. '해피아'를 비롯하여, 앞에 열거한 모든 것을 척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러나 '관피아'가 사라지기는커녕, 심지어는 친박 인사 관련 '박피아', 박 대통령 선대위 관련 '선피아'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가장 어둡고 답답한 마피아 그룹은 따로있다.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 관련 '핵피아'가 그것이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에도 우리나라의 핵 찬성론자들이나 원전관련 종사자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국가적 이익과 미래를 패망의 늪으로 안내하면서도 국가에서 상을 받는 사람들이다.

지난 24일 국정감사장에서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최근 원전비리로 기소된 한수원 임직원 80명 중 27명이 장관상 이상의 정부 포상을 받았다. 이들은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도 상을 받은 것이다. 일례로, 최근 발생한 불량케이블 납품으로 건설 중인(신월성 1·2호기, 신고리 3·4호기) 원전이 중단됐다. 발전 손실액 1조 5350억 원에 대체 전력구입비까지 합쳐 총 9조 9500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

원전마피아의 핵심은 '돈'이라는 '맘몬'

<원전마피아>(신문 <아카하타> 편집국 지음 / 홍성현 옮김 / 나름북스 펴냄 / 2014.10 / 1만 5000원)
 <원전마피아>(신문 <아카하타> 편집국 지음 / 홍성현 옮김 / 나름북스 펴냄 / 2014.10 / 1만 5000원)
ⓒ 나름북스

관련사진보기

최근 일본의 '핵피아'를 심도 깊게 파헤친 두 권의 책이 화제다. 하나는 <일본 원전 대해부-누가 원전을 재가동하려 하는가>(관련 기사: "일본의 '핵피아'... 한국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가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전마피아>다. <원전마피아>는 '이권 종속의 구조'인 원전주변의 마피아적 행태를 심층 취재를 통해 밝힌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의 대량 방사능 유출 사고 후에도 일본은 여전히 원전을 유지·존속하려는 움직임에 변함이 없다. 원전이익공동체인 '원전마피아'는 아베 신조 정권을 압박하여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강원도 삼척의 주민들은 지난 9일 주민투표(84.9% 반대)를 통해 원전유치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원전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사무를 대상으로 찬반투표가 실시된 것"은 "법적 효력이 없다"며, "안전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원전이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하여 원전-지역 간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특단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역경제발전'이란 단어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 개념인지 <원전마피아>는 잘 보여준다. '원전머니'를 매개로 한 유착관계가 원전을 보는 핵심이다. 책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간사이 전력의 돈이 63개 마을에 유입되는 시스템이 완료됐다. 소위 마을 전체를 매수한 것이다. 원전이 있는 마하마초의 경우 2006년 12억 3000만 엔, 2007년 10억 2000만 엔의 기부금이 익명으로 들어왔다. 이를 빗대어 '간사이 전력느님'(간사이 전력+하느님)이라고 표현한다.

15기의 원자로가 있는 후쿠이 현은 100억 엔(2009년 현재)의 교부금을 받았다. '만남의 해변공원' 조성사업을 하면서 하지도 않은 공사를 했다고 부풀려 45억 엔을 받아내기도 했다. 쓰루가 시는 2010년까지 467억 7000만 엔을 받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을 위해 폭력조직이 개입하기도 했는데 한 명당 3만 엔씩을 지급했다고 한다.

경주시 방사능폐기물처분장 건설도 비슷하다.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에 주민들이 방폐장 건설에 찬성했다. 정부가 3000억 원에 '플러스 알파'로 한수원 본사 이전과 양성자 가속기 배치를 제시했다. 경상북도는 유치하는 시·군에 100억 원을 주기로 했다. 더 가관은 경주시와 경주시의회였다. 방폐장 유치 찬성표가 많은 읍·면 지역에는 포상금 50억 원을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원전 찬성론자들의 '공해가 없고 원가가 저렴한 전력생산 수단'이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 말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위험한 원전시설이 한 지역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지역경제발전'이라는 공허한 슬로건이 내걸리고, 거기에 걸려들면 돈맛에 취하여 미래를 볼 줄 모르는 '맘몬'에 신접하게 된다.

적법한 절차였다? 참 우습다

이강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레디앙>의 기고를 통해 '핵피아(원전마피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책결정 과정에 개입하고 정부예산을 특정 소수의 기업과 개인에게 부당하게 편성"하여 결국 "국가 재정의 왜곡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한다"고 말한다. '핵피아'는 정치·산업·학계·언론·관료까지 뭉친 카르텔로 그 힘이 대단하다.

일본의 원전마피아는 1974년 '전원3법'이란 법을 만들었다. 이 법은 원전이나 관련시설이 입지해 있는 지역에 정부의 특별 교부금을 주자는 것이다. 후쿠시마는 2009년까지 2717억 엔의 교부금을 받았고, 후쿠이 현은 3245억 엔을, 아오모리 현은 2010년까지 2143억 엔의 교부금을 받았다. 그 많은 사례를 다 열거할 수 없다. 모두 적법하게 지불되는 '원전머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의 경우 MB 집권 5년 동안 원자력 관련 지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원자력발전기술개발사업(2008)', '원자력융합원천기술개발(2009~2012)' 등의 예산이 MB집권 첫 해 508억 원에서 마지막 해에는 3275억 원으로 뛰었다. 미래부의 R&D 예산을 추월한 수치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은 전체 발전원에서 26%를 차지하는 원전의 비중을 29%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정권의 원전정책은 MB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다. 원전에 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부는 삼척 시민의 투표는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적법한 절차'가 '지역경제발전'이란 말과 어울려 빚어낸 결과가 일본의 원전이요, 후쿠시마 원전사고다.

책이 증언하는 일본 원전마피아의 행위는 다양하다. 아카시미 지구 원전건설 찬반투표에 찬성표를 던지는 주민에게 100만 엔씩을 준다. 전력업계는 정치자금 모금의 3대 명가다. 전력요금 인상안을 눈 깜작할 사이에 통과시킨다. 전원개발촉진세법을 만든다.

이외에도 기부금을 뿌리고, 낙하산 인사를 임명한다. 미디어의 비판을 봉쇄하고, 원전반대 인사의 사회활동도 막는다. 원전반대 인사의 비리를 폭로하고 청문회에 찬성인사나 원전관련인의 참석 독려하고 사전공모한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지경이다.

책을 읽으며 일본의 원전마피아가 하는 짓을 우리나라의 원전마피아도 배워온 것은 아닌지 의아하다. 원전마피아는 근절되어야 한다. 카시와자키 시의 시의원인 모치다 의원의 말이 실감나 적으며 글을 맺는다.

"원전을 유치한 결과 원전머니로 지역시설을 짓는 것이 지역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출현하였습니다. 정작 원전은 돈으로 주민의 단결과 자치를 자해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본문 60쪽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원전마피아>(신문 <아카하타> 편집국 지음 / 홍성현 옮김 / 나름북스 펴냄 / 2014.10 / 1만 5000원)



원전마피아 - 이권과 종속의 구조

<신문 아카하타> 편집국 지음, 홍상현 옮김, 나름북스(2014)


태그:#원전마피아, #핵피아, #마피아, #원자력, #방사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