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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는 장르에 있어서 일본은 무시할 수 없는 나라이다. 규모에서 그리고 인지도에서 미국과 함께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는 것이 일본 '망가'이다. 그들이 만들어 낸 수많은 신화는 여전히 전 세계의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많은 국가의 만화들이 일본의 만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다. 일본만화의 부산물이 생산되는 한, 이들의 왕좌는 굳건할 것이다.

한국만화에서 일본만화의 잔재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은 문화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만화에서 자주 연출되는 특유의 구도가 그대로 등장하는 일도 흔하다. 일본문화를 보고 자란 세대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국만화계의 주류가 웹툰으로 옮겨간 지금 시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인지,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작가들에게 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강풀이나 주호민, 이태호 같은 작가의 웹툰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그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화풍을 가진 채로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이다.

네이버 인기 웹툰 <헬퍼>의 가장 큰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헬퍼>는 우리의 이야기를 한다. <헬퍼>에서는 의성어조차도 토속적이다. '얼쑤!'와 같은 의성어를 통해서 흥을 돋운다. '탁! 콰악! 쿵!'처럼 식상하며 단순한 의성어에서 벗어난다. 우리식의 의성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토속적 느낌을 살리고, 작품 자체의 고유 색깔을 극대화한다. 틀에 박혀 있지 않은 방식이다.

<헬퍼>가 '우리네 정서'를 자극하는 장치는 의성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지난 28일 오후에 업데이트 된 가장 최신 에피소드를 보자. 도깨비와 돌하르방이 중요 캐릭터로 등장하고, 싸움의 기술도 '씨름'이다. '홍동백서'나 '패가망신'처럼 우리 삶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심지어는 삼신할머니처럼 우리 신화 속 인물도 등장한다. 판타지임에도 저승이라는 배경 속에서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울림은 더욱 크다. 한국적인 요소들이 판타지 안에서 구현되며 토속적 정서가 주는 맛이 극대화됐다.

만약 한국역사에 기반을 둔 이야기를 만화가 풀어나간다면, 우리만의 고유한 요소가 가미되는 부분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헬퍼>는 본래의 배경과 한국적 요소 사이의 관련성이 떨어진다. 다른 만화가 흔히 그렇듯, 일본만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클리셰'를 재사용했어도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헬퍼>의 작가는 의도적으로 한국적 요소를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어색하지 않다. <헬퍼>의 토속성은 작품의 재미를 더욱 극대화시켜준다. 한국 신화가 가미되며 작품 중 세속적인 장치들도 환상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헬퍼>의 가치는 극화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흑백의 그림에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남색 등 몇 가지 색깔만을 사용해서 만화적 연출을 극대화 시킨다. 몇몇 장면의 묘사만 봐도 타 작품에 비해 차고 넘친다. 연출과 대사도 훌륭하다. 하지만 역시나 <헬퍼>를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은 다양한 상징과 한국적인 요소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림체의 독특함 때문에 처음에는 보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연출과 이야기가 점차 완성도를 더해가고, 수많은 암시와 복선이 깔린다. 동시에 우리의 흥을 돋우는 한국적 정서가 가미된다. 웹툰 <헬퍼>는 만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적어도 한번은 봐야 할 작품으로 추천할 만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trjsee.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헬퍼, #장광남, #킬베로스, #HELL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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