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51회 대종상영화제 기자회견에참석한 남궁원 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과 이규태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 홍보대사 엄정화, 송강호.

2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51회 대종상영화제 기자회견에참석한 남궁원 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과 이규태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 홍보대사 엄정화, 송강호. ⓒ 대종상영화제


새로운 도약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51회 대종상영화제가 기자회견부터 파행을 빚으며 올해 전망을 어둡게 했다. 대한민국의 대표 영화상으로 반세기를 넘어 도약을 공언했으나 영화인들이 소외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51회 대종상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이규태 조직위원장과 남궁원 영화인총연합회장 등은 50회를 넘어 새로운 반세기를 시작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남궁원 회장은 반백년이 된 대종상의 변화와 비전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고, 이규태 조직위원장은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일부 영화인만이 아닌 모두의 축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우 송강호와 엄정화는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하지만 내부적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면서 영화인들의 화합의 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대종상영화제 운영주체와 관련된 질문에 "전권을 위임받았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주최하고 단체와 협약에 의해 위임을 받았다"고 밝힌 이규태 조직위원장의 말이 빌미가 됐다.

이에 영화인총연합회에 소속된 8개 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던 정진우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이 올해 영화제를 어떻게 보는지 한 말씀해 달라는 사회자의 요구에 "썩 잘되는 것 같지 않다. 조직위원장이 전권을 받았다고 하는데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다. 영화인들이 소외된 대종상영화제가 올바른지 묻고 싶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파장이 일었다.

정진우 감독협회 이사장은 "분명 작년 8월 6일 대종상 조직위원회와 본인 간에 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이 집행위원장이 되고 8개 협회장들이 집행위원이 되는 것을 협약했는데도 이를 뒤엎었다"며 "남궁원 회장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처지가 아니다. 책임을 져라"고 비판했다.

정 이사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지세한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에 집행위원회에서 해야 할 일을 조직위원회가 다 하기로 하고 들러리를 세웠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따라 나온 남궁원 회장을 향해 "영화인을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니면 이게 뭐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로영화인들 "대종상영화제가 영화인들 들러리 세우고 있다"

 한국영화감독협회 정진우 이사장이 28일 오후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제51회 대종상영화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영화제 파행 운영에 대해 강력한 항의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협회 정진우 이사장이 28일 오후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제51회 대종상영화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영화제 파행 운영에 대해 강력한 항의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 오마이스타


올해 대종상영화제에 대한 불만은 기자회견 전부터 충무로 쪽에서 계속 흘러나왔다. 일부 원로영화인들은 "영화인총연합회가 주관해야 할 대종상영화제가 엉뚱하게 다른 쪽에 넘겨졌다"고 주장하면서 불만을 나타냈다. 

예전 대종상영화제에 주요 역할을 맡았던 한 원로영화인은 지난 23일 "대종상을 영화인이 아닌 사람이 주관하는 것에 대해 영화인들을 들러리 서게 만드는 대종상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면서 "정진우 감독이 가장 많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공식 기자회견을 한다니 잘 마무리 된 것 아니겠냐"며 "대종상영화제가 무슨 이권사업도 아닌데 돈을 주고, 이익을 낼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개인적으로 더 이상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인은 28일 저녁 전화통화에서 "문제가 잘 합의된 줄 알았는데, 오늘 기자회견이 시끄러웠던 것을 보니 그게 아니었던 같다"면서 "논란이 커지는 것 같다. 그래도 대종상은 일단 치르고 봐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충무로 분위기를 전했다.

충무로 쪽 인사들은 정진우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2013년 8월 6일 협약에 대해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를 인정해 주는 조건으로 영화인들이 대종상영화제에 함께 참여하기로 약속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인 참여 보장 협약이 바뀌면서 불협화음 생긴 듯"

대종상영화제는 그간 영화인총연합회에서 주관해 왔으나 2012년 2월 총회를 열어 별도의 단체로 독립시키면서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일부 원로영화인들의 대종상영화제를 독립시킨 결정이 무효라는 소송을 냈고, 결국 법원이 2012년 11월 이를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리면서 존재 근거가 없어지게 됐다.

그러나 2013년 2월 영화인총연합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이사장에 당선된 남궁원 이사장이 그해 4월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에 행사주관을 일임한다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영화인총연합회는 행사의 주최자로,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는 행사를 주관하는 쪽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당시 남궁원 이사장은 "영화인총연합회에서 해야 하는 게 맞지만 저쪽(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 측에서 이미 준비해 놓은 부분도 있고, 자칫하면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관하도록 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영화인들의 참여를 보장하기로 한 협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진우 감독이 공개적으로 밝힌 2013년 8월 협약이 바로 그 부분이다. 하지만 올해 이 협약이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변경됐고, 이로 인해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원로영화인들 사이에서는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수 천 만원에서 1억 원 정도를 영화인총연합회에 지원하고, 영화인복지기금 조성에도 어느 정도의 돈을 내놓는 조건으로 대종상영화제 운영에 대한 전권을 받은 것 같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문제는 이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사장이 임의대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원로영화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인데, 28일 기자회견에서 정진우 감독이 남궁원 이사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대종상영화제 이규태 조직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구체적 협약 내용을 묻는 질문에 "전권을 위임받았다"고만 밝힐 뿐 그 외의 답변은 피했다.

영진위 "영화인들 중심 행사 아니면 문제될 수 있어"

대종상영화제는 지난해 운영주체가 불분명한 상태가 되면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올해는 1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지원대상이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아닌 '영화인총연합회'로 돼 있어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영진위 관계자는 "대종상 행사 지원금 1억 원을 영화인총연합회에 주는 것으로 돼 있지만 영화인총연합회가 대종상영화제 집행위원회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있기 때문에 지원대상이 누구냐는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영화인들이 중심이 된 집행위원회가 아닌 조직위원회가 전권을 위임받아 대종상을 주관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해서 판단할 계획"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영화인총연합회와 대종상조직위원회 사이의 이뤄진 지원 협약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파악하고 있다"면서 "영진위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 51회 대종상영화제는 11월 21일 금요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홀에서 개최되며, KBS 2TV를 통해 생중계 된다. 이에 앞서10월 27일~11월 7일까지 예심을 거쳐 11월 10일 후보작(작)을 선정하고, 11월 11일~18일까지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지점에서 후보작 상영회를 가진다. 11월 17일에는 핸드프린팅 행사를 진행한다.

대종상영화제 송강호 남궁원 영화인총연합회 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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