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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의 한 펜션.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화천의 한 펜션.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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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 좀 소집해 주세요. '장사 잘되는 방법'에 관한 무료 강의를 해 드릴게요."

지난 27일, 이기복 화천군 펜션 민박 협회장을 만났다. 숙박 업주들의 친절 마인드 함양을 통한 고객유치 전략 협의를 위한 자리였다.

"산골이다 보니 SNS나 인터넷 사용에 미숙한 업주들이 많다"는 말에 난 무료 강의를 자청했다. 고객 유치에 관한 나름대로 독특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숙박 업소, 주말이나 휴일에 더 비싼 이유

"들쑥날쑥한 숙박업소 요금과 청결 등 서비스 개선이 필요한데..."

지난 9월에 열렸던 주요 업무 보고 석상. 최문순 화천군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눈치를 챘는지, 군수는 "기획 담당이 한번 해 보시지 않으시겠어요?"라는 제안을 했다.

'아뿔싸 군수는 내가 눈을 돌린 걸 눈치챘던 거다.'

생각에 따라서 업무 성격과 상관없이 내가 속한 부서를 지목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업무추진 능력을 인정 받았다는 단적인 증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천군의 숙박 업주들 일부는 군 장병 또는 면회객들에게 주말과 휴일엔 정해진 요금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다 보니 지역 전체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여론도 일었다. 군부대와 인접한 자치단체의 공통적 사항일 것이다. 

"주중 내내 손님이 없다가 주말에 면회객들이 몰리는데, 손해는 만회해야 할 것 아니냐."

숙박 업주들의 논리는 주중의 손해를 면회객 등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사정을 알지 못하는 고객들과의 마찰은 불가피했다. 대책이 필요했다. 군수가 내게 과제를 던진 이유다.

소비자 고발 게시판, 철저한 검증 요구

"행정에서 우리에게 해 준 게 뭐 있냐? 쓸데없는 이야기 들을 필요도 없다." 

지난 9월에 개최한 숙박 업소 대표자 간담회. "군청에서 운영하는 '관광정보 홈페이지' 중 '숙박업소'란에 '불친절업소' 공개 등 '칭찬업소'메뉴를 신설하겠다는 말에 업주들은 발끈했다. 군청에서 아무런 지원도 해 준 것도 없으면서 '이래라 저래라' 강요하지 말라는 거였다.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시설을 해 놓고, 텃밭에 상추나 배추를 심어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일 듯하다."

두 번째 개최한 펜션민박협회 임원진들과의 토론회. 고객 유치 및 친절의 생활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1실 2인 기준 10만 원을 받든 20만 원을 받든 홈페이지에 요금 게시를 하고, 그 이상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선택은 고객들의 몫이다. 또 불결한 환경이나 불친절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고객들이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장치도 만들겠다" 는 말에 한 임원은 이의를 제기했다.

"경쟁업소에서 거짓 정보를 올릴 수 있고, 친척이나 지인을 동원해 칭찬 글을 게시할 수도 있다." 

이 문제 제기에 대해선 "그래서 특정업소를 거론한 불만 글에 대해선 즉시 일반 고객들의 열람이 불가능 하도록 조치하고, 사실 여부 확인을 통해 열도록 하겠다. 또 칭찬 글이 달린 업소도 확인토록 하고 사실일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칭찬의 글이 많이 올라온 업소에는 군수가 인증한 패를 전달한다. 불친절 업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말에는 참석자 모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대로 망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

행정에서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친절 교육'에 대해 업주들은 이미 식상해 하고 있었다. '위생 담당'부서에서 실시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참석한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공무원 당신들이나 친절 하라"라는 뒷담화도 있었단다. 이행의 일환으로 벌써 세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뭔가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했다.

나는 "'SNS를 이용한 업체 홍보' 그러면 다소 부담을 느낄 테니까, '장사 잘되는 법'이란 주제로 제가 무료 강의를 한번 해 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내 제안에 그들은 '대체 뭘 어떻게?'라는 눈빛으로 내게 집중했다.

"제가 26살 때 족발집을 딱 두 달하고 망했거든요. 그래서 망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할까 합니다."

내 강의 중 'SNS를 이용한 홍보, 이렇게 하면 망한다'라는 과목이 있다. 한 번 제대로 망해보자는 거다. 그러나 뒤집어 해석하면 이는 성공하는 비결이 된다. 앞으로 제대로 망하는 방법, 타 업소와의 차별화 전략, 적극적 노출, 소비자 생각 읽기 등에 대한 강의를 진행해 볼 계획이다.

세 번째 추진 과제는 군 장병들에 대한 설문조사 실시다.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화천 사회에 대한 불만, 선호하는 음식,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답을 도출해 지역 내 상인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다.

"왜 쓸데없이 일을 만들어서 하려고 그러냐. 상인들 자발적으로 개선되도록 내버려 두면 될 것을..."

한 선배 직원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으나,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 또한 공무원들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화천숙박, #화천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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