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독일 3사 대표 여러분, 2013년도 (3사가) 5조4천억 원의 판매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 금액의 93%를 독일에 가져가고 있습니다...(중략)...아우디 폭스바겐, 사회투자는 0.08%인 37억에 그치고 있습니다. 벤츠 역시 0.06%, BMW 0.22%. 그런데 차를 국내에서 많이 판매하기 위해서 BMW 443억, 벤츠 288억, 아우디는 534억, 총 1265억 원을 광고비로 사용하셨습니다."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여러분들의 사회 공헌은 기업 윤리에도 맞지 아니하고 양국 간 무역협정, 기본적인 호혜평등 원칙에도 벗어나는 일"이란 질타도 이어졌다. 그의 말을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조규상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부사장,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 코리아 사장이 듣고 있었다. 27일 오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모습이다.

수입차 업체들 "배짱 영업, 비도덕적 판매전술"

한-EU FTA 발효 이후 BMW 520d 가격은 오히려 1.4%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EU FTA 발효 이후 BMW 520d 가격은 오히려 1.4%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 bmw.co.kr

관련사진보기


이날 이 의원은 작심한 듯 "배짱 영업"이란 표현을 써가며, '독일 3사 대표 증인들'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먼저 이 의원이 문제삼은 것은 부품 가격과 수리비 문제.

그는 "수입차 대당 수리비가 276만 원으로 국산차의 94만 원보다 약 2.9배나 높고, 부품 가격은 4.7배나 차이 난다"며 "국내 소비자들은 외제 3사 차들을 굉장히 비싸게 구매하고 수리비까지 이중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의원은 "수입차 정비센터도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판매에만 신경 쓰고 사후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등에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폭주하는데도 이에 대한 조치가 무성의하다"고 비판했다. "3사는 서비스센터 확충하고, 고용창출 확대하고, 자사 부품을 국내에서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선 이는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이었다. 김 사장은 "수리비나 부품 등 가격은 미국, 중국, 일본에 비해서 훨씬 싸고 단지 독일에 비해 0.6%만 비쌀 뿐"이라면서 "BMW는 직간접적으로 약 6천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고, 사장 취임 후 납부한 세금이 2조 원에 달하며, 지금까지 본국에 송금한 돈은 단 한푼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수입차 업체들의 유예 할부 금융 서비스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그는 "여러분들이 이런 제도를 도입해서 우리 한국의 젊은 친구들을 신용 불량자로 만들고 사회 진출 초보자들의 삶을 사회적으로 망가뜨리는 비도덕적인 판매 전술을 펼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으로 들여오지 말아야 할 제도"란 표현과 함께 "이런 제도는 삼가 해달라"는 직접적 주문도 덧붙였다.

이에 수입차 대표들은 '거리 두기'에 나섰다. 김효준 사장은 "별도 자회사라서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소비자 편익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했고, 조규상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부사장 역시 "별도 독립된 회사에 대해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희 회사는 과도한 판촉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각각 '선'을 그었다. 그러자 양측 공방(?)은 한-EU FTA로 확산됐다.

관세 철폐 후 오히려 수입차 가격 올랐다?

현재 수입차 업체들은 유예 할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 서비스 화면
 현재 수입차 업체들은 유예 할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 서비스 화면
ⓒ mercedes-benz.co.kr

관련사진보기


"한-EU FTA 발효 이후 유로화가 떨어졌고, 또 관세가 1500cc 이상은 적어도 8%에서 완전 철폐됐고, 1500cc 이하도 2016년 7월에는 완전 관세가 철폐됩니다. 관세가 철폐됐고 유로화는 떨어졌는데 여러분들은 자동차 값을 교묘하게 더 얹어서 비싸게 받고 있습니다. 좋지 않은 상거래 행위라고 봅니다. 자동차 값이 필연적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여러분들은 자동차 값을 올려 받고 있단 말씀이에요."

한-EU FTA 체결 후 자동차 관세율 변화를 보면, 1500cc 이상은 2011년 7월 1일부로 8%에서 5.6%로, 다시 1년 후에 3.2%, 작년에 1.6% 그리고 올해 7월 1일자로 완전히 철폐됐다. 1500cc 미만 차도 2016년 7월부터는 관세가 완전히 없어진다. 이 의원의 지적에 따르면 관세 철폐 이후 자동차 가격이 오히려 올랐다는 말이 된다.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보도도 같은 날 <시사위크>를 통해 나왔다. 27일 <시사위크>는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 상위 10개 모델 중 가장 대중적인 1500~2000cc미만 유럽산 독일브랜드 5개 차량의 한-EU FTA 발효 이후 가격변화 추이를 추적해본 결과, 4개 모델이 3년 전 가격 대비 관세가 철폐된 현재가격이 되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나머지 1개 모델도 관세인하 분(8%→0%)에 턱없이 모자란 1.5% 인하되는데 그쳤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 1위인 BMW 520d의 경우, 2011년 초 6240만 원에서 1차 관세인하로 90만 원을 인하했으나 5개월 후 2012년형을 출시하면서 200만 원을 인상해 1차 인하 전보다 되레 110만 원 비싸졌다"고 한다. 또한 "2013년 7월, 3차 관세인하로 520d 가격을 60만 원 내렸으나 불과 두 달만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면서 90만 원을 인상했으며, 4차 관세 인하를 한 달 앞둔 6월에는 '커넥티드 드라이브'를 520d를 비롯한 주요모델에 기본으로 장착해 가격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30~190만 원을 올렸다"고도 전했다.

이어 <시사위크>는 "결국 520d의 가격은 2011년 FTA 발효 전(관세율 8%) 6240만 원에서 4차에 걸쳐 관세가 인하돼 '무관세'가 됐음에도 6330만 원으로 오히려 1.4%가 올랐다"면서 "올 상반기 판매 2위인 폭스바겐 티구안의 경우도 2012년 7월 2차 관세인하로 50만 원을 내렸으나 업체 측은 이듬해 3월 '물가 인상'을 이유로 60만 원을 인상했으며, 이와 같은 단순 가격 인상은 3차 관세 인하 때도 반복됐다"고 전했다. "티구안은 FTA 발효 전 4450만 원에서 현재 4480만 원으로 0.7% 가격이 올랐으며, 골프는 발효 전 3390만 원에서 50만 원 인하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중국은, 수입차 벌금 폭탄에 '알아서' 가격 인하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입차 업체들의 부품 및 수리비 가격, 유예 할부 서비스, 한-EU FTA 이후 차량 가격 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오른쪽).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장관 불참 대책 논의하는 주승용-이윤석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입차 업체들의 부품 및 수리비 가격, 유예 할부 서비스, 한-EU FTA 이후 차량 가격 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오른쪽).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와 관련한 수입차 대표들의 '반론'은 다소 옹색했다. 이 의원의 지적에 김효준 BMW 코리아 사장은 "BMW는 한-EU FTA로 인한 가격 인하 요건이 생겼을 때, 단 한 건의 예외도 없이 모두 가격 인하했다"고 했지만 "그 후 옵션이 추가된 경우 가격이 다소 인상된 경우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했다.

조규상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부사장도 역시 "한-EU FTA 발효 이후 가격 인하를 반영하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일부 반영했다"면서도 "다만 최근 소비자 안전을 고려하여 안전 장치와 최신 기술을 적용하다 보니 관련 차량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산차 업계는 "교묘한 상술" 또는 "관세 인하를 악용한 끼워 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커넥티드 드라이브 가격을 모르는 상황에서 관세 인하 시점에 옵션도 아닌 기본 사양을 강제로 적용시키는 것은 가격 인하를 피해 가려는 꼼수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중국 반독점 당국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자동차 부품 가격 부당 상승과 차량 가격 담합 등의 이유로 아우디에 사상 최대인 약 19억 위안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나비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BMW, 벤츠 등 유럽 브랜드 뿐 아니라 도요타·혼다 등 일본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EU FTA 자체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국감장의 '일회성 증언'으로 도외시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우리나라 정부 당국에 있음을 중국 사례가 보여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태그:#BMW, #벤츠, #메르세데스, #아우디, #이윤석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