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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패션계의 이면에는 착취당하고 있는 신입 디자이너들이 있다. 지난 10월 17일, 패션노조 회원과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서울패션위크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다.
▲ 화려한 패션계의 이면에는 착취당하고 있는 신입 디자이너들이 있다. 지난 10월 17일, 패션노조 회원과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서울패션위크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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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S/S 서울패션위크가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열렸다.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에 이은 세계 5대 패션위크로의 도약을 위해 서울시가 2000년부터 개최한 서울패션위크는 연 2회 매 시즌별로 진행된다.

서울패션위크 개막을 알리던 지난 1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옷을 입고 나온 패션노조 회원과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패션디자이너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알리는 기자회견과 함께 CHANEL 2015 S/S 컬렉션의 '여성해방 퍼포먼스'를 패러디한 퍼포먼스 겸 행진을 펼쳤다.

이들이 현장에서 나눠준 유인물에는 '무급인턴, 무급헬퍼, 최저임금 이하의 월급, 수당없는 연장근무와 야근=노동착취'라고 쓰여 있었다. 이번 기자회견과 행진은 패션계에 만연한 부당노동을 알리고자 '패션노조'라는 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트맨D(닉네임)'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패션노조는 현재 정식 노동조합은 아닌 커뮤니티의 이름이다).

서울패션위크가 막을 내리던 지난 22일, 배트맨D와 이야기를 나눴다.

패션노조, 패션계의 부조리를 말하다

- 패션노조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면서 패션계의 부조리와 동기 선후배들의 괴로운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샤넬의 2015 S/S 컬렉션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요, 그게 큰 영감을 주었죠. 대한민국 최대 패션쇼인 서울패션위크가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샤넬 콘셉트를 패러디한 행사를 열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폐션계의 부조리를 폭로하고 싶었고, 무작정 해보자는 생각에 알바노조에 도움을 청하게 되었죠. 패션 커뮤니티에 '패션노조' 페이스북을 홍보하고, 같이 할 사람들을 모았어요. 조직이 아니다보니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홍보를 해본 거죠. 10월 초, 페이스북을 개설하고 일주일 열흘 만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이 천명이 되었는데, 이번 퍼포먼스까지 2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셈이에요."

- 이번에 행사를 하면서 무급인턴, 무급헬퍼에 대한 지적을 했잖아요.
"학교에서는 기업연수라는 이름으로 무급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줘요. 한 달 반 정도의 기간인데 견학 겸 실습인 거죠. 일을 뭘 하는지 교수들도 신경 쓰지 않아요. 옷 포장을 하기도 하고,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서울패션위크처럼 큰 행사가 열리면 학교로 무급헬퍼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요(2015 S/S 서울패션위크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면, 행사프로그램 관리 및 운영 보조 자격조건으로 '30인 이상의 패션관련 학과 또는 대학교'라 정해져있다). 그렇게 학교 측으로 요청이 들어오면 비주얼이 괜찮은 학생들을 뽑는 식이죠. 디자인을 잘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행사의 데코레이션처럼 학생들을 쓰는 거죠."

10시까지 의무야근에 토요일도 출근... 이래도 월급여 60만 원

- 대학을 졸업하면 주로 어디에 취직하게 되나요?
"우선 대기업 공채가 있어요. 그리고 중소기업은 주로 상시적으로 채용공고가 나고요. 그 다음에는 개인디자이너 브랜드가 있죠. 개인디자이너 브랜드는 편집숍을 통해 옷을 공급하거나, 자체 로드숍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막내(신입 디자이너)가 되면 온갖 잡일을 해요. 디자이너 보조 역할을 하는데 시장 가서 원단이나 단추 샘플을 수집하고 디자이너가 그걸 고르면 또 개수에 맞춰 사오죠.

또 공장 가서 커뮤니케이션도 해야 하고요. 주방에서 메인 요리사들이 요리만 하지 재료 다듬기 같은 것은 안 하잖아요. 다 밑에 있는 사람들이 하지. 패션 쪽도 마찬가지예요. 새로운 막내가 들어올 때까지 계속 이렇게 일을 해요. 주로 1, 2년 걸리는데 저임금으로 이런 일을 하려니 버티기가 힘들어요."

- 디자인 말고 다른 일을 하는 사례도 있는 것 같던데.
"사실은 디자인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것도 드물죠. 신입 디자이너로 들어갔는데 하루 종일 피팅만 하다가 퇴근하는 경우도 있고, 창고 관리, 물류 관리, 매장 판매만 시키기도 하고, 택배기사 마냥 밖으로만 돌리기도 해요. 커리어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거죠.

며칠 전 동대문 시장에 면접을 보러 갔어요. 그런데 면접을 보다가 '키보드 타자를 잘 치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왜그러냐고 물으니 업무 보조를 시키려 했다고 해요. 그리고는 출퇴근을 매장으로 하라는 거예요. 오전 9시에 매장 문을 열면 사장이 오후 2시쯤 올 거라며. 그래서 정확하게 2시에 오시냐고 물으니 그냥 그쯤이래요. 퇴근도 매장에 있다가 하라는데, 한 달에 두 번 쉬고 월 150만 원 준다는 거예요. 근로계약서 물어보니 안 쓴대요. 4대 보험도 안 들어준다고 하고. 그러더니 저보고 일할 거면 죽을 각오하면서 일하래요. 그 이야기를 10번은 하더군요."

- 근로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드문가 봅니다.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보니 주변에 근로계약서 썼는지를 좀 물어봤어요. 대기업 빼고는 중소기업이나 디자이너브랜드 과반 이상이 안 써요. 그냥 구두로 계약하고 일하는 거죠."

- 소위 '막내'로 일하면 급여가 어떻게 되나요?
"제가 봤을 땐 평균 60만 원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소위 인지도가 높은 디자인 브랜드는 심한 경우 월 30만 원까지도 주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서 일했다는 게 경력으로 남을 테니, 인지도를 무기삼아 행패를 부리는 거죠. 이런 곳은 근무환경도 좋지 않아요. 오전 9~10시 출근에 거의 매일 새벽에 택시 타고 들어가고 한 달에 두 번 쉬고요.

이번 일을 하면서 패션 쪽 노동환경에 대한 사연을 이메일로 받고 있는데요.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하는 사람이 메일을 보냈어요. 아침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하는데 주로 오후 10시까지 의무 야근이래요. 물론 야간수당도 없고, 토요일도 출근하고... 60만 원을 받고 이렇게 일했다더군요."

피팅 가능한 디자이너 모집은 몸뚱아리 차별!

 구인사이트에 올라온 막내 디자이너 구인광고. 피팅이 가능한 자를 선호한다는 말이 버젓이 써있다.
 구인사이트에 올라온 막내 디자이너 구인광고. 피팅이 가능한 자를 선호한다는 말이 버젓이 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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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패션노조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구인광고에 명시된 '몸뚱아리 차별'에 대한 글이 올라왔는데요.
"디자이너를 뽑으면서 피팅(모델)도 해야 한다는 게 만연해요. 구인광고에서 오픈하는 경우도 있지만, 면접 때 피팅모델을 염두에 두고 보기도 해요.

조금 큰 업체에서 디자이너 뽑을 때야 대놓고 '피팅 가능한 사람'같은 문구는 쓰지는 않지만, 실제 면접 때 사이즈를 보는 경우는 많아요. 사례들을 모아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려고 해요. 패션디자이너를 채용할 때는 오직 디자이너의 역량만을 봐야지, 몸까지 심사하는 것은 불합리하죠."

- 이러한 불합리한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새로운 정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고객의 욕구(니즈)를 파악하는데는 민감한 사람들이 이런 문제는 외면해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디자이너들은 신분이 노출될까 두려워하며 인터뷰도 하지 않아요. 일이 정말 힘들고 소위 '병맛'인데, 조직 내부를 고발하자고 하면 갈등을 너무 많이 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시기들을 다 보낸 사람들은, '우리도 그렇게 일 배웠다'며 당연시 해요. 드라마 보면 패션 디자이너들이 유독 직설적이잖아요. 학교에서 이런 일도 있었어요. 디자이너 출신 교수님이 아이들이 다 볼 수 있게 성적표를 들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학생들 표정이 좀 그러니까 '너희는 인권이 없지'라는 거예요. 처음에 시작하면서 자신도 피해자였을 텐데 실무자가 되어 가해자가 되었다가, 교수나 강사가 되어서까지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거죠."

- 이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떠나는 사람들도 많겠어요.
"지난 번에 모 대학 패션디자인학과 출신인 여성 디자이너가 언론에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이 일을 시작하고 10년이 지나고 주변을 둘러보니 나밖에 안 남았더라. 여기는 버티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인 것 같다'라고. 처음에는 열정과 꿈 때문에 이렇게 무보수, 저임금으로 일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지만, 20대 중후반만 되면 미련없이 패션업계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요."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실 계획인가요?
"다음에는 배트맨 가면을 쓰고 올 블랙으로 퍼포먼스를 해보고 싶어요. 머리띠 두르는 것보다는 더 효과적인 것 같고요. 더 많은 사례들을 제보받아서 '몸뚱아리 차별'과 같은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생각이에요. 정식노조로 발족해보겠냐는 질문도 받는데, 현재 저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고, 또 일도 해야하기에 지금으로서는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와 부당한 사례를 제보받는 일을 중심으로 할 생각입니다."

You are not Free! 자유롭지 않은 패션 디자인 노동자들. 한달에 30~60만원 받으며 야간노동은 기본, 이틀을 쉰다고 한다.
▲ You are not Free! 자유롭지 않은 패션 디자인 노동자들. 한달에 30~60만원 받으며 야간노동은 기본, 이틀을 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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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서희 님은 알바노조 홍보팀장입니다. 알바노조 02-3144-0936 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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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