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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시시비비'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김서중(성공회대 교수), 김성원(민언련 이사), 김수정(민언련 정책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택수(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신태섭(동의대 교수), 엄주웅(전 방통심의위원),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 이병남(언론학 박사), 이완기(민언련 상임대표), 이용마(MBC 기자), 정연우(세명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 말

지난 9월 1일 'MBC 상암시대 개막기념식'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신사옥 광장에서 열렸다.
 지난 9월 1일 'MBC 상암시대 개막기념식'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신사옥 광장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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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MBC뉴스에 나오는 사람의 절반이 바뀌었고, 시청자들이 국민이 원하는 기자들과 기사가 나오지 않고 있다. MBC보도국에 이어 이제는 교양제작국까지 해체시키려 하고 있다. … 마봉춘을 기억하시는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 싸움을 끝낼 수 없다." - 이성주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위원장

27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MBC 문화방송 신사옥 앞에서 열린 'MBC 교양제작국 해체, 일방적 조직개편 규탄 언론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자유언론 실천'이라는 DNA를 끊으려는 포석에 맞서 사활을 걸겠다는 언론인과 언론단체의 의지가 표출됐다.

언론의 뼈아픈 부끄러움을 말하는 동시에 사회가 처한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강조한 40년 전 자유언론 실천선언은 이후 투쟁하는 언론노동자의 DNA였다. '본질적으로 자유언론은 언론종사자들의 실천 과제'라는 것이다.

'박바라기' 방송이 된 MBC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맞춰 줄 세워진 김재철-김종국-안광한 체제는 국민의 방송 MBC를 'MB의 방송'에 이어 '박바라기'로 전락시켰다. 공정성 파괴와 비판기능 제거 등 계속되는 공영방송 자해 행위는 시청자들과 국민들이 MBC에 거는 작은 기대조차 꺾었다.

파업 당시 국민들이 보내준 '힘내라 마봉춘'이란 응원의 구호는 조롱에 이어 '무관심'과 '외면'으로 변해가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MBC 경영진은 또 다른 뇌관을 건드렸다. 그동안 외부에서 조금씩 수혈하면서 내부를 헤집고 뜯어나갔다면,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DNA 재배치를 들고 나온 것이다.

보도국의 경우 2012년 파업 때 뽑았던 시용 기자들과 이후 계속해 충원된 경력 기자들로 채워지고 있고, 정치·경제·법조 등의 주요 출입처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방송을 살리겠다고 싸웠던 기자들은 해고와 징계 등으로 취재 업무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시사교양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년간 시사교양 신입 PD 채용은 이뤄지지 않았고, 2012년에는 시사교양국을 해체시켜 교양제작국으로 축소했다. 그리고 PD들은 비제작부서로 쫓겨나거나 해고됐다.

2014년 10월 27일 현재 이용마 기자(전 노조 홍보국장)는 967일째, 정영하 전 MBC본부장과 강지웅 PD(전 노조 사무처장)는 938일째, 박성호 전 MBC 기자협회장은 881일째,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861일째, 이상호 기자는 651일째 제대로 된 MBC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교양제작국 해체 시도... 결국 공영성 저버리나

27일 오후 2시, 언론시민단체들이 '공영방송 MBC를 기어이 침몰시키고야말겠다는 것인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27일 오후 2시, 언론시민단체들이 '공영방송 MBC를 기어이 침몰시키고야말겠다는 것인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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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는 노동조합에 일방적으로 조직 개편안을 던졌다. 노사가 함께 논의하는 절차부터 생략했다는 건, '조직 내 민주주의는 이미 끝났다는 것'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개편안 내용에 있다. '방송의 공공성' 등 공적 가치를 뒤로 한 채 미디어 환경 대응, 수익성 중심, 조직 효율화 등에 무게를 둔 것이었다. 개편안은 교양제작국 해체와 각종 수익 창출 부서 신설 그리고 인력 재배치로 이어지며 최종적으로 'DNA 변이'를 꾀하고 있었다.

부사장 직속의 특임 사업국이 만들어지고, 기존 교양제작국의 다큐는 콘텐츠제작국으로 편입됐고, 나머지는 예능 1국의 제작 4부로 넣었다. 그리고 보도본부 안 뉴미디어 뉴스국에 뉴스사업부가 만들어지고, 드라마본부에는 드라마 마케팅부가, 예능본부 안에도 예능마케팅부가 신설됐다.

교양제작국 PD들은 회사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언론사로서 겪고 있는 전에 없는 신뢰도 추락과 방송사로서의 수익성 악화가 교양국 하나를 희생양 삼아 탈출할 수 있는 것인가?"라며 "시사·교양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같은 직종인 시사·교양PD들의 조직을 통합하고 프로그램 시너지를 복원시키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 왜 이런 길을 마다하는가?"라고 안광한 사장에게 공개 질의를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답은 없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번 개편안은 무조건 돈을 버는 데에 집중하라는 뜻"이라며 "이쯤 되면 사측은 '공영방송 포기선언'도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회사가 공영성을 포기하고 사원들을 다시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면 우리 선택지도 적어질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단체 행동을 경고했고, 곧바로 투쟁에 들어간 상태다.

기로에 선 MBC, 그들의 선택은...

언론시민사회단체들도 현 사태를 절대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새언론포럼, 한국PD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직개편안을 밀어붙이는 MBC 경영진의 모습이 마치 '승객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었던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며 경영진이 하루 빨리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어 "이 같은 '조직 자해 행위'에 더 이상 인내하고 침묵하다가는 자칫 조직 전체가 무너지고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로부터 결국 완전히 외면 받고 말 것"이라며 "사내의 양심 있는 절대 다수의 직원들, 그리고 언론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이 같은 상황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는 이제 공영성 포기의 길로 갈 것인가,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올 것인가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 웹진[e-시민과 언론]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민언련 웹진 기획위원입니다.



태그:#MBC, #교양제작국, #민언련, #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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