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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건, 김선일씨 피살사건부터 최근에는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 미군에 의한 평택 민간인 수갑 사건 법률대응, 미군주둔비부담금 특별협정 대응, 기지촌 피해 여성들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송,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들은 모두 '미군'과 관련이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와 함께 대표적인 불평등조약으로 꼽히는 '한미 SOFA' 개정이 왜 시급한지, 조항별로 꼼꼼히 따져봅니다. [편집자말]
[사례①] 지난 2012년 7월경 평택에서 미군기지 밖 순찰을 돌고 있던 미 헌병 7명이 상가 앞에 주차된 차량이 퇴거 요구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민간인 3명을 상대로 수갑을 채워 불법체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평택 경찰은 방대한 수사를 통해 미군들이 민간인들에게 불법적으로 수갑을 채운 사실을 확인하고 가해 미군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그러나 불법체포 혐의를 받은 미군 헌병 7명은 피의자 신분이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2013년 2월경 한국 검찰의 동의하에 한국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 거의 1년이 지난 2013년 6월경에야 "미군들이 적법한 권한을 넘어 민간인들을 불법체포했다"며 관련 미군들에 대한 전원기소 방침을 미군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미군 측은 "공무집행 중에 일어난 일"이라며 '공무증명서'를 제출하였고 이에 검찰은 이의제기를 하였다. 그러나 그 후에도 한미 소파(한·미 행정협정, Status of Forces Agreement in Korea, SOFA) 규정상 한미간의 절차 진행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다 6개월이 지난 2013년 12월 13일 법무부장관이 돌연 재판권불행사를 결정하였고, 검찰은 바로 '공소권 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려 사건을 종결지었다.

지난 4일 서울 용산미군기지 출입구 모습.
 지난 4일 서울 용산미군기지 출입구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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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②] 지난 2001년 1월,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지하수가 대량의 기름에 오염된 사실이 알려졌다. 기름이 유출된 현장에는 강한 휘발성 냄새가 진동했다. 흡착포를 대자마자 흥건히 젖을 정도로 기름이 묻어나왔다. 조사 결과, 기름 성분은 국내에 시판 중인 기름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서울시의 보고서에 따르면, 녹사평역 지하수에는 매일 7∼10ℓ의 휘발유와 등유가 쏟아져 나오는 걸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하수가 용산기지 사우스포스트(미8군 남쪽) 영내에서 녹사평역 방향으로 흐르고, 역 주변에서 다른 유류 노출 흔적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기름의 출처가 미8군기지 내 주유소 주변인 것이 확실시 되었다.

사고 당시 미군은 기지 내부의 오염원을 모두 제거하고 정화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06년 양수처리 중인 녹사평역 지하수를 조사한 결과, 발암 물질로 알려진 벤젠이 5개 조사 지점에서 기준치의 최저 14.8배에서 최고 1988배까지 초과할 만큼 큰 오염이 발견되었다.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오염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녹사평역 기름 유출은 기지내부 오염 원인과 사고 발생 이유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군이 이행했다는 조치가 제대로 되었는지 현장 확인도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자체 예산으로 지하수 오염조사 및 정화작업을 수행하고 그 비용을 대한민국으로부터 소송을 통해 배상받고 있다. 이게 다 불평등하고 환경권 보호에 역행하는, 한미 소파 규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

만일 사례①에서 가해자가 미군이 아니라 내국인이었다면, 그는 당연히 불법체포죄로 한국 법정에 기소되어 최소 징역형을 선고받고 처벌받았을 것이다. 가해자가 미군이라는 이유로, 내국인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해자를 법정에 기소조차 하지 못하는 법 제도 앞에 살고 있다.

내국인 피해자가 헌법에 보장된 재판절차진술권,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받고 있음은 누가 보아도 명백하다. 특히 다른나라 소파에 비해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재판권이 부당하게 제약되어 있고, 미군범죄인들에게 과도한 형사적 특혜를 부여한다는 점이 한미 소파에 불평등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군 범죄 처벌도 못하고, 조사도 못하고 왜일까?

사례② 또한 마찬가지다. 내국인 또는 내국법인이 기름을 유출시켜 지하수나 토양을 오염시켰다면, 그는 당연히 환경 관련 법령에 따라 형사고발을 당한다. 또한 환경정책기본법상 '오염자 정화 책임'의 원칙에 따라 민사상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체가 미군인 경우엔 다르다. 동일한 환경 사건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오염자가 미군부대라는 이유로 내국인은 조사를 위해 오염원에 접근할 수조차 없다. 제대로 된 조사마저 거부당한 채 그 정화비용을 피해자인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한국의 환경 주권을 짓밟고 국민의 건강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한미 소파 본협정 제3조 제2항에 관하여'에 따르면, '합중국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의 관련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하는 정책을 확인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존중'이란 단어는 '준수'로 개정돼야 한다. 현재 한국 내에서 미군에 의해 벌어지는 모든 일은 주한미군의 한국 환경법규 준수 의무를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은 한미 소파 규정 탓이기 때문이다. 독일도 미국과 소파 규정을 맺고 있지만, 독일 내 미군기지들은 독일 환경법을 적용받는다.

한미 소파는 주한미군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한국과 미국간 협정으로, 국회의 정식 비준을 거친 조약이다. 국제법과 국제관례상 외국 군대는 주둔하는 나라의 법률 질서에 따라야 한다. 다만 외국군대는 주둔하는 나라에서의 효율적 임무 수행을 위해 두 나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일정한 특권과 면제를 제공받는다. 이는 파견국과 체류국 간에 주둔군지위협정(States of Forces Agreement, SOFA)의 체결로 보장된다.

현재 미국은 일본, 독일, 호주, 필리핀 등 40여개 국가와 소파를 맺고 있다. 그런데 한미 소파 내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불평등하며 후진적인 협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미 소파는 크게 본 협정과 부속문서인 합의의사록, 양해사항 등 3개의 문서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타 양해각서 및 합동위원회 합의사항 등이 이를 보완하고 있다.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법적인 근거가 되며, 한미 소파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통해 주둔하게 된 미군의 법적인 지위를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미 소파의 모법(母法)인 셈이다.

그런데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의 영토, 영해, 영공 전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상호성이 결여된 불평등조약이다. 한국의 군사주권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있고, 무엇보다 조약의 시효가 무기한으로 규정돼 문제가 많다. 자동적으로 한미 소파 역시 무기한 유효하다.

하루 한 건씩 발생하는 미군범죄... "처벌 강화를 위해 개정 논의 필요 시점"

'부평미군기지 맹독성폐기물 처리 진상조사 인천시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012년 10월 10일 국방부 정문에서 '주한미군 독극물 매립 규탄, 국방부 오염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부평미군기지 주변에 다이옥신 물질이 매립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부평미군기지 맹독성폐기물 처리 진상조사 인천시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012년 10월 10일 국방부 정문에서 '주한미군 독극물 매립 규탄, 국방부 오염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부평미군기지 주변에 다이옥신 물질이 매립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인천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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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용산기지이전계획(YRP) 및  연합토지관리협정(LPP)상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령부와 동두천 미2사단 201화력여단을 그대로 잔류시키기로 합의한 것도 근본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시설과 구역 등을 규정한 소파의 불평등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한미 소파의 근본적 개정을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이 불가피하다. 적어도 유효기간을 최소 10년 정도로 제한하고, 그때마다 변화된 국제정세 및 국내현실에 맞게 조약의 종료 및 개정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 김을동 최고위원도 "불평등한소파 협정은 1960년대 발효 당시와 시대상황이 달라진 만큼 미군범죄의 처벌 강화를 위해 개정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김 의원은 최근 5년간 1489건의 주한미군범죄 사건이 일어난다고 발표했다. 매년 300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하루 한 건씩은 미군범죄가 일어나는 셈인 것이다.

지난 시기 외국 군대가 체류국의 낙후된 법현실을 이유로 그 국가의 법률로부터 벗어나 특권적 지위를 누리고자 하였다면, 현재에는 외국군대의 주둔으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법적 문제를 체류국의 주권 및 국민의 기본권과 조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외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의 체결은 체류국의 주권보장을 의미하고 이는 상호성, 호혜성, 평등성의 원칙에 의거하여야 한다.

21세기 호혜적이고 평등한 한미관계의 정립을 위해 불평등한 주한미군지위협정의 전면개정은 시대적 필연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국제법의 원칙인 '상호 주권존중과 호혜평등 그리고 한국국민의 기본권과의 조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변호사이자 불평등한한미소파개정국민연대 집행위원장입니다.



태그:#한미소파개정국민연대, #민변, #한미 SO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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