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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전 댓바람부터 안 좋은 일로 아내와 다투었다.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평소 성정이 욱한 내가 그만 또 참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루의 시작은 아침의 기분이 좌우하는 법, 아내와 다투고 나온 터여서 온종일 기분이 안 좋았다. 직장 상사가 평소와는 달리 구겨진 내 미간을 보며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부부싸움까지를 '고자질'한다는 건 '누워서 침 뱉기'인지라 함구했다. 대신 "그냥 피곤하네요"라며 엉뚱한 핑계를 댔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아베 마리아>에 생각난 장소, 인주 공세리 성당의 모습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아베 마리아>에 생각난 장소, 인주 공세리 성당의 모습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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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에 생각난 인주 성당

오늘처럼 주간 근무를 하는 경우 주로 한 평 남짓의 주차부스에서 일한다. 따라서 마음을 줄 수 있는 친구는 라디오가 전부다. 헌데 그 라디오에서 <아베 마리아>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우리들의 사랑은 기약할 수 없어~ 명동성당 근처에서 쓸쓸히 헤어졌네~ 떠나가는 뒷 모습 인파 속으로 사라질 때~ 나는 눈물 흘리며 슬픈 종소리 들었네~ 아베마리아 아베마리아~ 이렇게 방황하는 나에게 용기를 주세요~"

<아베 마리아(Ave Maria)>는 가톨릭교회의 기도문 중의 하나로 '천사의 인사'라고도 한다. 이 기도의 원형은 동방교회에서는 6세기부터, 서방교회에서는 7세기 초부터 의식에 이용됐다고 알려졌다.

이 노래를 듣자 지난 봄에 찾았던 충남 아산시 인주면의 공세리 성당이 기억의 창고에서 불쑥 뛰쳐나왔다. 당시 죽마고우를 천안에서 만나 바람이나 쐬고 오자며 삽교천을 다녀오다 들렀다.

고풍스런 건물에서 장중한 분위기가 났다. 비단 가톨릭 신자가 아닐지라도 금세 어떤 숨 막히는 엄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장엄함과 더불어 '힐링'의 분위기까지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오후에도 주차부스에서 라디오의 애청은 이어졌다. 평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역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오늘 아내와 다투고 출근했더니 지금껏 우울하네요, 진행자님께선 부부싸움 안 하시죠?" 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DJ는 "세상에 부부싸움 안 하는 부부가 있을까요?"라는 즉답과 함께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이니 퇴근하는 즉시 화해를 시도하라는 조언을 해 주어 고마웠다.

지난 시절 내 정서(情緖)가 방향타를 잃은 적이 있었다. 정서적 배고픔에 시달리며 성당 앞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신부님을 뵈었더라면 대뜸 나 역시 가톨릭신자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또 다른 라디오에선 사람이란 화두에 대해서도 진행자와 애청자 간에 문자메시지를 매개로 하여 '대화'가 이뤄졌는데 결론은 이랬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게 사람이며 또한 가장 싫은 것 역시 사람이다."

만병의 근원은 마음에서 오는 것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퇴근하는 즉시 아내에게 먼저 화해를 청했다. 차가웠던 아침의 한랭전선을 따뜻한 기후로 치환했다.

그러니 문득 다시 떠오른다. 정서적으로 굶주렸을 때 찾아도 좋은 그 곳, <아베 마리아>가 생각나는 인주성당을 다시 찾고 싶다.


태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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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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