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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구미시 형곡동 우리 동네의 길목엔 이따금씩 '달웅이 즉석도너츠' 차량이 와서 장사를 한다. 차량에 내걸린 현수막 아래엔 '대한민국 최고 맛짱'이라고 적혀 있다.

 

지나가다가 달웅이 차량을 보면 즉석에서 밀가루 반죽을 해 기름에 갓 튀겨낸 따끈따끈한 도너츠들의 달달한 맛이 떠올라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든다.

 

 

몇 년 전부터인가 우리 동네 어귀의 한자리를 차지해 정기적으로 와서 장사를 하는 달웅이 즉석도너츠는 한결 같은 즉석 제조 판매방식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받고 있어 장사가 곧잘 되는 편이다.

 

길거리 장사는 맛에 대해 인정을 받고 안면이 트이게 되면 단골들이 확보되므로 성실하게 그리고 한결 같은 마음으로 장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침 출출한던 차에 설탕을 잔득 묻힌 달달한 단팔튀김빵과 찹살도너츠가 먹고 싶어 도너츠를 사러 달웅이네를 찾았다.

 

"3개 천원이고요, 3000원치 사면 10개 줘요."

 

난 도너츠 천원치만 사려고 했는데 쉽게 3000원치를 사게 만들었고, 1개를 덤으로 준다는 달웅이 아저씨의 상술이 재미있었다. 지난해에 도너츠를 사러 왔을 때는 웬지 무뚝뚝해 말을 걸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유들한 모습을 보이며 손님과의 대화를 시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에 깔려진 미리 만들어 놓은 도너츠들을 주면 될텐데도 새로 따끈하게 만들어 준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차량의 한켠에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부산어묵'이 따근한 국물과 어묵의 맛을 아른 거리게 했다.

 

어묵을 하나 집어들으니 달웅이 아저씨는 "종이컵에 간장 넣어 드시면 되고요, 여러 사람들이 쓰는 거니까 컵에 담아 드셔야 겠죠. 따끈한 국물도 드세요."

 

어련히 알아서 먹을 텐데도 달웅이 아저씨는 살갑게 말을 건네며 반죽된 도너츠를 부지런히 기름에 튀기는 작업을 한다. 어묵을 먹고 있다보니, 옆에 두어 사람이 더 와서 도너츠를 주문해 좁은 달웅이 차량내에서 아저씨는 더욱 분주해졌다.

 

도너츠 봉지를 받아들곤 아저씨에게 "따근한게 좋네요. 이럴 때 먹어야 제일 맛있죠"라며 말을 건네곤 돈 계산을 했다.

 

"20년 동안 이 일을 해서, 아마 제 도너츠 맛이 제일 좋을 겁니다."

 

순간 아저씨의 얼굴에 대한 분석과 나이 그리고 20년 전의 연도가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계산 들어갔다.

 

나보다 나이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 아저씨라고 생각했는데, 젊은 시절부터 도너츠를 만들어 왔다니 조금 놀라웠다.

 

난 달웅이 아저씨가 우리동네에 처음 와서 장사를 했을 때는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차량 도너츠 판매를 시작한 사람인줄로만 생각했다. 처음 봤을 때는 달웅이 아저씨의 풍기는 회사원 같은 이미지와 적은 말수가 웬지 소심해 보였는데, 그것에 대한 선입견이 이날 모두 사라졌다.

 

이날 저녁 늦게 까지 차량에 불을 켜고 장사를 하는 달웅이 차량을 보니 내가 만약 저렇게 하루종일 한 곳에 붙어서 장사를 한다면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들게 만들기도 했다.

 

달웅이 아저씨의 반복되는 밀가루 반죽과 도너츠를 튀기는 일 그리고 손님을 대하는 다양한 일들이 한자리에서 모두 이루어 진다. 한시라도 자리를 비우게 되면 업무가 마비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 오는 것은 아니므로 요령껏 쉬는 시간을 갖는 노하우도 있으리라.

 

하루의 삶이 달웅이 도너츠 차량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아저씨의 생산적인 하루를 보며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손님을 즐겁게 하고, 실질적으로 노력한 만큼 정직하게 대가를 받아가는 달웅이 아저씨의 직업이 매력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대졸자의 절반이 취업이 안되고 50~60대의 은퇴자들은 일할 데가 없어 놀고 있는 이 시대의 현실에서 달웅이 도너츠 차량 하나로 1인 다역을 하며 하루를 알차게 보넨다는 것은 사실 부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덥거나 추운 계절이 오면 장사하기가 쉽지는 않은 현실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성실하게 일하다보면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겨 어떤 계절이든 무난하게 장사를 하는 수완을 발휘하게 된다.

 

차량을 이용해서 과일판매를 하는 사람도 있고 옷이나 인형 등 다양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신의 기술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판매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창조적인 일이 아닐까.

 

정부 3.0 정책의 기본인 개방, 공유, 소통, 협력으로 일자리와 신성장동력을 창출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만들자는 비전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번듯한 가게도 아니지만 달웅이 즉석도너츠는 정부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의 일자리를 견실히 잘 다져 가고 있다.

 

성실함과 정직한 맛을 자랑하는 달웅이네 즉석도너츠에서 따끈한 도너츠와 함께 부지런한 삶의 노하우를 전수 받아가 보시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달웅이 즉석도너츠, #노점 차량판매, #한국유통신문 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 수학무료동영상 강의, #팩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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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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