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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특별한 좌우명은 없고요. 인생의 신조가 있다면 '인생은 아름다워!'예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기에도 바쁜 인생이랍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에요?"

여행이 좋아 26년 6개월 동안 해왔던 초등교사 생활을 접고, 일 년에도 몇 번씩 배낭을 메고 홀연히 떠나는 최순자(블로거 이름: 쨍쨍, 아래 쨍쨍)씨의 이야기다. 흔히 해외여행을 떠날 때 '고맙습니다, 비싸니 깎아주세요!'와 같은 생존형 언어를 먼저 외우는 여행자와는 달리, '아름다워요!, 저는 행복해요!'라는 현지어부터 배운다는 그녀.

바라만 보아도 좋은 그대
▲ 2014년 이란 여행 중 바라만 보아도 좋은 그대
ⓒ 최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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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웃음이 가득한 그녀는 항상 머리에 꽃핀을 꽂고 다닌다. 외국에 여행 나가면 아름답다고 찬사를 받는 이 꽃핀이 유독 한국에서는 서러운 일을 많이 당한다. 사람들은 '굳이 꽃을 꽂는 이유'를 물어보거나 무례한 말도 서슴지 않고, 때로는 미친 사람 아닌가 하는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기 때문이다.

쨍쨍은 그냥 꽃이 좋아서 꽃핀을 할 뿐이다. 그녀에게 아름다움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 즉 '쨍쨍다움'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당신처럼 살듯이, 저는 저처럼 살고 싶다'던 쨍쨍의 소망을 쭉 이어간 덕분일까? 꽃핀과 형형색색의 화려한 옷, 그리고 환한 웃음은 이제 그녀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1편 여행 이야기에 이어 지난 17일 제주 쨍쨍랜드에서 나눈 그녀의 인생에 대한 일문일답이다.

연애는 나의 힘!

- 쨍쨍을 떠올리면 웃음과 활력이 떠오릅니다. 무한 긍정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끊임없는 연애질이지요. 저는 그저 사람이 좋을 뿐입니다.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사랑하는 게 더 편해요.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는 것이죠. 내가 가진 사랑을 주고 그가 가진 사랑을 나에게 주니, 얼마나 좋아요?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 멘토를 소개해 주세요.
"하영숙 선생님('하영숙의 사는 게 행복한 여자' 블로그 운영 중)입니다. 그분 또한 교사였는데 저보다 5년 먼저 명퇴하고 세계를 여행하시는 분이시지요. 제가 명퇴하려고 할 때 다들 만류를 해서 망설이던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하영숙 선생님을 찾아가서 저의 고민을 말씀드렸더니, '다 들어보니 떠나야 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네. 당장 그만두고 떠나!'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세상구경이 좋아 지금도 세계를 여행 중이신 분이랍니다. 정말 멋지죠?"

-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을 것 같은데, 버킷리스트를 알려주세요.
"제주에서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이 세 가지 있었는데요. 그중 고사리 꺾기와 귤 따기는 이미 했고요! 내년에는 해녀 학교에 다녀보려고 합니다. 참, 전통혼례로 결혼식도 해보고 싶어요. 60세가 되기 전에 마라톤 풀코스에도 도전하려고 합니다. 하프코스는 2번 성공했으니,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완주할 수 있겠죠?  지인이신 스님께서 추천해주신 '쨍쨍 노는 학교'도 만들고 싶어요. 지난여름, 실험적으로 해보았는데 일 중독이던 우리 큰 오빠가 1기 졸업생이었어요. 노는 재미와 사는 재미를 널리 알리고 싶네요."

기자가 던진 수많은 질문 중, 버킷리스트에 대한 답을 할 때 쨍쨍의 눈이 가장 빛났고 말도 빨라졌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 삶에 대한 열망이 생긴다며, 자신의 꿈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그녀는 참 아름다웠다.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는 그녀
▲ 제주에서의 쨍쨍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는 그녀
ⓒ 최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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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선 길을 잃어도 좋다

- 제주에서 이어지는 또 다른 여행기를 잘 보고 있습니다. 많고 많은 곳 중에 왜 '제주'를 베이스캠프로 삼았는지?
"그동안 세계 여행을 해보고 다시 제주를 찾으니,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또 어디에 있겠노?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주에는 산, 바다, 오름, 숲! 아름다운 것들이 다 있으니, 하루하루가 색다르고 행복하네요."

제주에서 집을 구하기까지, 그녀가 블로그에 올린 집 구하기 여정은 험난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난관들을 헤치고 외관부터 남다른 쨍쨍랜드가 탄생하였다. 그녀는 제주 쨍쨍랜드에 있을 때도 세계를 여행하듯이 하루하루를 즐기고 음미하며 산다. 유적지와 관광지는 나오지 않는 여행기를 쓰는 그녀답게, 국내에서 지내며 겪은 일들을 올린 게시글에도 자연과 사람들이 늘 가득하다.

-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거의 메일 게시글이 올라옵니다. SNS로 사생활을 공개하는 데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사람들은 자기 볼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해요. 타자 본위의 삶을 살면 남의 시선이 두려워 글을 쓰기 힘들어지죠. 저는 그저 쓰고 싶다는 욕구를 배설할 뿐이에요. 뽐내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싶어서이지요. 자기 본위의 삶을 살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요."

전 세계 아무나씨가 나의 전속 사진사

한국에 있을 때도 그녀는 쉴 틈이 없다. 늘 새로운 곳을 찾아 걷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경험한 것들을 SNS에 아낌없이 풀어낸다. 특이한 점은 그녀가 올린 사진 중에는 그 흔한 셀카가 없다는 점이다. 그녀의 전속 사진사는 전 세계 '아무나'씨이다. 삼각대나 셀카 봉을 사용하지 않아도, 최고로 행복한 순간에 사진기를 건네니 전 세계 아무나씨가 그녀의 모습을 늘 아름답게 화면에 담아준다.

화내는 것을 수치로 아는 발리인들과 함께
▲ 발리 우붓에서 화내는 것을 수치로 아는 발리인들과 함께
ⓒ 최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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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 출간 제의를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쨍쨍의 책은 세상에 나오게 될까요?

"결정된 것은 아직 없어요. 제주에서 머물며 책 좀 써볼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방에 앉아서 책 쓰는 것보다 돌아다니는 것이 좋으니 어쩌겠어요? 한 권의 책에 그간의 여행을 압축하려면 좋은 인연, 행복한 추억들을 하나하나 골라내야 하잖아요. 기록을 정리하는 일이 힘들기도 힘들지만, 저는 여기저기 여행하는 일이 더 좋아서 책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 블로그에도 자신을 문학소녀라고 소개하시고, 배낭에 여행 안내 책 대신 읽을 책을 꼭 넣어서 다니시던데요. 쨍쨍이 손꼽는 인생의 책이 있다면?
"그리스인 조르바요. 폭풍의 언덕도 좋아하고, 이방인도 두고두고 읽어요. 백석, 김수영 시들도 좋아합니다. 저는 주로 고전을 읽어요.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어도 새롭거든요."

- 5년 후의 쨍쨍은 어떤 모습일까요?
"5년 후면 60세가 되는데, 노마드(유목민) 생활 10주년을 기념하여 에베레스트를 오르거나, 쿠바 어느 거리에서 아이들과 신 나게 연극놀이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물론 머리에 꽃을 꽂고요!"

2009년 1월, 쨍쨍은 쿠바 아바나에서 자신과 만나기로 한 친구들을 이야기하는 현지인에 속아 귀중품이 든 가방을 도난당했다. 여권이 없기에 이민국 수용소로 넘어가 독방에 갇힌 뒤 하염없이 울면서 누군가 도와주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다행히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도움으로 풀려나 한국으로 올 수 있게 되었을 때도, 쿠바가 전혀 밉지 않고 아바나가 더 사랑스럽게 보인다고 고백했던 그녀다. 수용소 철창에서도 철창 너머의 진흙탕 대신 하늘에 떠 있는 별을 품었던 그녀이기에, 언제라도 다시 배낭을 메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여행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 몽골 고비사막에서 여행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 최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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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은 없는 겁니다. 선택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박웅현, 『여덟 단어』 중에서)

쨍쨍 여행 이야기 쇼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오는 길에 기자가 떠올린 구절이다. 그녀는 인생에 놓인 수많은 선택을 한 뒤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사랑하는 교직을 떠날 때도, 유적지보다 현지인과 만나는 여행을 할 때도, 제주를 베이스캠프로 삼기 위해 이사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선택을 하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는 순간이 모여 아름다운 그녀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마음이 넉넉해지는 행복한 인생을 사는 그녀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쭉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쨍쨍 놀이터(http://jjaing21.blog.me/)에 놀러 가면, 그녀의 생생한 여행 이야기를 볼 수 있다.



태그:#쨍쨍, #최순자, #쨍쨍놀이터, #세계여행,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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