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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2008년도에 방과후 로봇강사로 로봇교육을 위해 방문했던 곳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 구미시 원호동에 위치한 원호초등학교 이 학교는 2008년도에 방과후 로봇강사로 로봇교육을 위해 방문했던 곳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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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9시 구미시 원호초등학교에서는 구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주관하는 '또래상담자 교육'이 4주간 주 1회 일정으로 시작되었다.

또래상담자란 친구가 고민이 있거나 괴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다가가 위로해주며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도움을 주는 친구를 의미한다.

또한 또래상담자 교육 프로그램은 자기에 대한 탐색 및 상담자의 기본자세, 대화방법 등을 훈련 받은 뒤 학급에서 고립된 친구들에게 관심과 심리적인 지지를 보내줌으로서 학급원 간에 갈등을 중재하고 어려움에 처한 또래 친구를 도와줄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준다.

2012년도에 구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제11기 청소년자원상담원 교육과정을 수료한 뒤 청소년자원상담원으로 봉사활동 하고 있는 난, 상반기 또래상담자 교육에 이어 하반기에 처음 시작된 이번 교육에서도 한 반을 맡아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나 말고도 함께 간 자원상담원 선생님들과 함께 원호초등학교 교무실에 들러 교감 선생님께 인사드린 후 복도에서 교장 선생님을 만나 다시 한 번 인사를 드린 뒤 맡은 반으로 이동했다.

또래상담자 교육에 오신 자원상담원 선생님들께 격려 말씀을 전해주셨다.
▲ 복도에서 만난 조동익 원호초등학교 교장선생님 또래상담자 교육에 오신 자원상담원 선생님들께 격려 말씀을 전해주셨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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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다 변수란 것이 있는지라 예기치 못하는 상황도 늘 염두해야만 했다.

보통 남녀학생이 반반씩 섞인 상태로 또래상담자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이날은 내가 담당할 반의 아이들이 모두 남학생으로 구성된 또래상담자 교육생들이었고, 여 선생님들은 남학생만 있는 경우는 부담스러워해 내가 맡을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에너지와 역동이 넘치는 남학생 아이들로 이뤄진 반은 여성 자원상담원 선생님들께는 다소 벅찬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5학년 5반의 14명의 남학생들을 인솔해 방과후 교실로 이동한 후 또래상담자 교육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학급은 학생들의 다양성이 존재하는데 5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늘 한 두명의 톡톡 튀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교육 초기에 잘 관찰하여 구스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또래상담자 교육을 하는 낯선 선생님을 처음 보게 되었을 때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탐색을 하게 된다. 또한 학생들을 처음 만나는 선생님 역시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관찰하며 교육에 임하게 된다.

14명의 남학생 아이들이 4명과 3명으로 팀을 나눠 자리에 앉았고, 명찰에 이름과 별명을 쓸 수 있도록 얘기했다. 그런데 가운데에 있는 한 학생은 내가 묻는 물음에 대해 정상적인 대답보다는 과도한 대답과 꼬리말 잇는 성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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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래상담자 프로그램은 3~4명씩 그룹을 만들어 진행된다. '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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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세 보이는 학생이 있을 경우 한 학생으로 인해 교육 분위기가 한쪽으로 휩쓸릴 경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제일 먼저 이 학생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관심을 보여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학생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러주면서 지속적으로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처음 만나 서로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다소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는 학생일지라도, 선생님의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 학생은 곧 마음의 문을 열고 분위기를 따라오게 된다.

포인트는 학생이 미안해 할 정도로 관심의 표현을 해주게 되면 반항적인 학생 또한 머쓱한 생각에 마음속의 빗장을 풀고 선생님에게 동화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아이들에게 또래상담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아는지를 물어보며 또래상담자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또래상담자가 필요한 이유는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이 보다 쉽게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대상이 바로 친구이기 때문이다. 친구를 도와주려는 따뜻한 마음과 경청하는 법을 배운 학생이 곁에 있게 되면 선생님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고민을 의외로 쉽게 풀어 줄 수가 있다.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 '나비 효과'의 예를 들었고, 친구에게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미미한 일일지라도 그 것이 연결의 고리가 되어 나중에 되돌이킬 수 없는 큰 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더불어 또래상담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인 '경청'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를 했고 '경청'만 잘하게 되면 이미 훌륭한 또래상담자의 자질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알려 줬다.

또래상담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이들과의 서먹함을 덜어내기 위해 게임을 하게 된다.

교실 앞에 공간을 만들어 학생들을 앞으로 나오게 한 뒤, 평소에 그다지 친하지 않던 친구끼리 짝을 지어 보도록 주문했다. 장난기 많은 친구들 관계라 꽤나 소란스러웠지만 서로 등을 맞대어 천정을 보게끔 등에 업는 것을 반복하도록 했고, 아이들은 저마다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 했다.

이어서 과일 장수 아저씨 게임을 위해 의자를 원형으로 배치한 뒤 설명과 함께 게임에 들어갔다.

술레가 과일장수며 몇가지의 과일을 정해 놓고 과일장수가 부르는 과일을 좋아하는 학생들끼리 의자를 바꿔 앉아야만 하는 놀이다. 항상 자리가 하나 모자라며 자리에 앉지 못하면 술레가 되는 게임이다.
▲ 교육의 경직된 분위기를 없애주는 '과일 장수 아저씨' 게임 술레가 과일장수며 몇가지의 과일을 정해 놓고 과일장수가 부르는 과일을 좋아하는 학생들끼리 의자를 바꿔 앉아야만 하는 놀이다. 항상 자리가 하나 모자라며 자리에 앉지 못하면 술레가 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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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통해 아이들과의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이 된 뒤 또래상담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을 하게 되면 보다 효과적으로 아이들의 가슴 속에 새겨지게 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또래상담자 교육을 진행하려 했지만, 과일 장수 아저씨 게임의 막바지 무렵에 갑자기 장난기 많은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바지를 장난으로 내리는 바람에 피해를 입은 학생이 울음보가 터져 울음이 그치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우는 아이에게는 다소 미안했지만 나의 속마음은 아이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한 아이에 대해 또래상담자로서의 역할을 선보일 수 있게하는 '좋은 기회'다 싶어 흐믓했다.

게다가 1교시 쉬는 시간에 또다른 학생은 복도에 나가서 아이가 울게 된 이유를 여자 친구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그 사실을 내게 다가와 호들갑을 떨며 일러바쳤다.

"친구를 울게한 원인 제공자는 따로 있는데 점점 일이 커져만 가는구나!"

'나비효과'처럼 별일 아닌 일이 크게 번져나갈 수 있는 상황의 예로 '친구의 울음보 터진 사건'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게 되었다.

장난을 친 아이에게 책임지고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도록 부탁을 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며 우는 친구에게 다가가 미안함을 표시했다.

아무런 생각없이 던진 돌에 연못이 파장을 일듯 아이들의 돌발적인 행동이 예기치 못하는 일을 낳게 한다.
▲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는 장난기 많은 학생으로 인해 교육의 집중도가 높아졌다. 아무런 생각없이 던진 돌에 연못이 파장을 일듯 아이들의 돌발적인 행동이 예기치 못하는 일을 낳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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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변의 또다른 친구들에게도 우는 친구가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는 것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친구야 미안해, 정말! 다른 친구들도 별로 신경 안 쓰니까 걱정마!"

어느정도 우여곡절이 있는 첫날 교육이었지만 원할히 프로그램은 진행되었다.

앞으로 남은 3주동안 지켜야 할 약속을 네가지 정한 뒤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모두가 일어선 채 함께 선서 했다.

선서를 함으로서 약속의 의미를 더욱 가슴 깊게 새길 수 있게 한다.
▲ 약속 지키기 선서를 하는 아이들 선서를 함으로서 약속의 의미를 더욱 가슴 깊게 새길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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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지키기 선서 뒤 '친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친구와 과거에 좋지 않았던 관계에 대해 적어 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또래상담자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5학년 5반의 담임 선생님께서 들어와 교육 현장 사진을 찍으시길래, 조금 뻘줌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약속 지키기 선서'를 다시 한 번 하는 노련한 모습으로 대처했다.

첫날 교육은 아이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고, 남은 교육 기간 중 아이들이 또래상담자가 되기 위한 명확한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이날 또래상담자 프로그램은 우연히 교육 중에 울음보가 터진 아이를 위해 진심으로 위로해 주려는 5반 아이들의 성향이 엿보여 훈훈한 분위기를 느끼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구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또래상담자 프로그램, #원호초등학교 또래상담자 프로그램, #한국유통신문 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 수학무료동영상 강의, #조동익 원호초등학교 교장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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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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