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프로 야구에서 열릴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더비 매치(같은 연고지를 둔 두 팀의 라이벌 경기) '엘넥라시코(스페인 프로 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더비매치 엘클라시코를 패러디)'가 가을 야구에서 열린다.

LG vs. 넥센, 더비 매치의 승자는?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와 양상문 감독이 지휘하는 LG트윈스는 오는 27일부터 5전 3선승제로 벌어지는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히어로즈가 리그에 진입한 2008년부터 올해까지 7년 동안 벌어진 엘넥라시코의 총 전적은 76승 50패(승률 .603)로 넥센의 절대 우세. 하지만 LG는 올 시즌 7승 9패로 격차를 줄였고 준플레이오프 승리로 상승세를 타고 있어 시리즈의 향방은 쉽게 점치기 어렵다.

[넥센 히어로즈] MVP후보만 4명 배출한 진짜 영웅들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5회초 2사 2루 넥센 박병호가 시즌 50호째 홈런을 때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박병호의 50홈런은 2003년 이승엽과 심정수가 각각 56, 53홈런을 기록한 이후 11년만의 대기록이다.

지난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5회초 2사 2루 넥센 박병호가 시즌 50호째 홈런을 때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 연합뉴스


지난 2008년 현대 유니콘스 선수들을 중심으로 창단한 신생 구단이 새 마스코트를 '히어로즈'라고 발표했을 때 야구 팬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마치 국가대표 선수 한 명 없던 삼미 야구단의 마스코트가 '슈퍼스타즈'라고 했을 때 느꼈던 올드 팬들의 기분이 이랬을까.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히어로즈라는 마스코트를 비웃는 야구 팬은 아무도 없다. 올 시즌 프로 야구의 개인 기록을 보면 마치 히어로즈 선수들만 야구를 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개인 타이틀을 독식했다. 히어로즈는 올 시즌 투타 14개의 개인 타이틀 중 무려 10개를 싹쓸이했다.

신고 선수 출신의 1번 타자 서건창은 프로 야구 사상 첫 200안타를 돌파하며 타율(.370), 최다안타(201개), 득점(135개) 등 타격 3관왕을 차지했다. 무려 15년 만에 50홈런을 돌파한 박병호는 3년 연속 홈런(52개)과 타점(124개) 타이틀을 가져갔으며 '평화왕' 강정호는 유격수로 40홈런 117타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장타율(.739) 타이틀을 획득했다 .

팀 홈런(199개), 팀 득점(841점) 1위, 팀 타율 2위(.298)에 빛나는 무시무시한 넥센의 타선은 단기전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투수 입장에서는 언제 한 방이 터질지 모르는 타선만큼 무서운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투수 쪽에서도 넥센의 독주는 마찬가지. 에이스 앤디 밴 헤켄이 7년 만에 20승 투수로 등극하며 다승왕을 차지했고 2선발 헨리 소사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률왕(.833)에 올랐다. 세이브왕 손승락(32개)과 홀드왕 한현희(31개)는 2년 연속 최강의 필승조임을 재확인했다.

홈에서의 2경기는 '원투펀치' 밴 헤켄과 소사를 내보낼 수 있지만, 믿고 맡길 토종 선발이 부족하다는 점은 히어로즈 마운드의 약점이다. 옆구리 부상을 당한 토종 최다승 투수 문성현(9승 4패 5.91)의 등판이 불투명한 가운데 올 시즌 LG전에 강했던 오재영(5승 6패6.45, LG전 1승 1.83)의 활약이 절실하다(염경엽 감독은 1차전 선발로 밴 헤켄 대신 소사를 예고했다).

넥센은 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먼저 2승을 거두고도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아쉽게 가을 야구를 마감한 바 있다. 비록 상대는 바뀌었지만 넥센은 1년 후 다시 한 번 홈에서 가을 야구를 시작한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영웅들이 작년의 실패를 이겨내고 삼성이 기다리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LG트윈스] 가을에 부는 바람은 LG를 위한 신바람

 19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 대 NC 다이노스의 경기.1회초 2사 1, 2루 LG 최경철이 3점짜리 홈런을 쳐낸 뒤 주먹을 불끈 쥐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 대 NC 다이노스의 경기.1회초 2사 1, 2루 LG 최경철이 3점짜리 홈런을 쳐낸 뒤 주먹을 불끈 쥐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바람이 강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LG에게는 예외다. 가을에 부는 바람은 LG를 위한 '신바람'이기 때문이다.

LG는 NC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4경기 평균 7.75점을 내는 화끈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LG는 4경기에서 3개의 홈런과 12개의 장타를 때려냈는데 그 중심엔 '빅뱅' 이병규가 있었다.

정규 리그에서 타율 .306 16홈런 87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병규는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타율 5할(16타수 8안타) 6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비록 홈런은 없었지만 결승타가 2개나 있었고 8개의 안타 중 5개가 장타였을 정도로 4번 타자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533(15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 1도루의 맹활약으로 MVP에 오른 최경철의 활약도 기대된다. 최경철에게 넥센은 지난 2012년 5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잠시 머물렀던 팀이기도 하다. 자신을 내친(?) 염경엽 감독에게 달라진 최경철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후 휴식일이 단 하루였던 탓에 LG는 마운드 운용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플레이오프 1선발로 나서게 될 우규민의 책임감이 커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우규민이 올 시즌 넥센전에서 2승 1패 3.13으로 비교적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것.

좌타자가 많았던 NC 타선과는 달리 넥센은 서건창을 제외한 주력 타자 대부분이 우타자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유원상, 이동현, 정찬헌 같은 우완 불펜들의 활약이 시리즈에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즌 성적, 선수들의 개인 기록, 상대 전적 모두 LG가 뒤진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이나 데이터는 올 가을 LG에게는 별로 두렵지 않다. LG는 이미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신바람을 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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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넥센 히어로즈 LG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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