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 대 LG 트윈스의 경기 6회초 1사. NC 이호준이 솔로홈런을 쳐낸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2014.10.24

지난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 대 LG 트윈스의 경기 6회초 1사. NC 이호준이 솔로홈런을 쳐낸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NC 다이노스가 아쉬움과 희망 속에 '한 가을밤의 꿈'을 마무리했다. NC는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3-11로 패하며 준플레이오프(준PO) 전적 1승 3패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마감했다.

NC는 프로 1군 진입 2년 차였던 올 시즌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첫 시즌 9개 구단 중 7위를 기록했던 NC는 2014 시즌에는 70승 57패 1무 승률 5할 5푼 1리로 3위를 기록하며 4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NC는 올 시즌까지 외국인 선수를 4명 보유할 수 있는 특혜를 십분 활용해 찰리 쉬렉-에릭 해커-태드 웨버로 이어지는 선발 3인방과 중심 타자 에릭 테임즈가 시즌 내내 좋은 경기를 펼쳤다. 토종 에이스 이재학과 마무리 김진성을 필두로 원종현, 이민호, 임창민 등 필승조가 안정적으로 활약하며 지난해보다 양과 질에서 한층 탄탄한 마운드를 구축했다.

야수진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데려온 이종욱과 손시헌이 팀에 노련미와 경험을 불어넣었다. 차세대 거포 나성범의 성장과 톱 타자 박민우의 발굴은 팀의 신·구 조화와 함께 NC의 선수 층을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두산 시절부터 리빌딩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던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도 NC가 짧은 기간에 탄탄한 궤도로 올라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첫 포스트 시즌... 중압감 있었다

시즌 내내 4강권을 벗어나지 않았던 NC는 이미 9월 말에 사실상 첫 포스트 시즌 티켓을 확정하고 여유있게 잔여 시즌을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NC는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1군 2년 차 만에 접하게 된 가을 야구는 NC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NC는 정규 시즌 최종일까지 치열한 순위 다툼을 펼쳐야 했던 4위 LG와 준PO무대에서 맞붙었다. 전력상 NC가 다소 우세했지만 우려한 대로 경험의 차이가 발목을 잡았다.

1차전에서는 선발 투수 이재학이 0.2이닝 만에 6실점으로 무너졌고 2차전에서는 타선의 난조와 박민우의 뼈 아픈 수비 실책 등이 겹치며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3차전에서 불펜과 수비가 살아났고 이호준의 결승 홈런이 터지며 포스트 시즌 첫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이미 넘어간 분위기를 뒤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차전부터 잘못 꿴 첫 단추가 결국 시리즈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은 셈이다.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NC에서 포스트 시즌 경험이 가장 풍부한 인물은 다름 아닌 김경문 감독이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4년 만에 다시 밟은 포스트 시즌 무대가 낯설었던 것인지 이번 시리즈에서 김경문 감독의 '마술'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다.

팀 내에서 가장 안정적인 구위를 자랑했던 찰리 쉬렉을 2차전 선발로 돌리는 대신 정규 시즌 데이터만 믿고 포스트 시즌 경험이 전무한 이재학을 1차전 선발로 올린 게 가장 큰 실책이었다. 굳이 포스트 시즌에서 나성범의 포지션 변경을 실험한 것도 자충수에 가까웠다.

팀의 미래를 이끌고 갈 토종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아주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전력을 다해 승리 확률을 높여야 할 포스트시즌 경기 운영으로는 맞지 않는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의 경험 부족에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접근했던 김경문 감독의 판단착오는 선발 로테이션의 난조와 잇단 수비 실책으로 이어지며 시리즈 초반부터 NC가 끌려다니는 데만 급급한 결과를 초래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1차전 완패 이후 두 번의 우천순연은 NC에게 분위기 반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지만 결과적으로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선발 로테이션이 또다시 꼬이며 2차전 선발 예정이던 찰리 쉬렉의 등판이 3차전까지 밀렸다.

찰리는 이번 시리즈에서 NC 선발 중 유일하게 5이닝을 소화한 선수였다. 결과만 이야기하면 찰리를 1차전에 투입했다면 4.5차전에 다시 등판했을 수도 있었다. 팀 내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이후의 마운드 운용에도 부담을 줬다. 좌완 노성호가 왼쪽 어깨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도 아쉬웠다.

막강하던 불펜도 내내 불안했다. 3차전에서 야수들의 호수비로 근근이 버텨냈지만 매 이닝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내며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밤 경기 후 하루 만에 낮 경기로 다시 치러진 4차전에서 NC 불펜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종반 집중타를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아쉬웠지만, 기대 더한 2014 시즌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타선도 이번 시리즈에서 평균 3.3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타격이 강하지 못한 LG에게 두 자릿수 득점만 두 번이나 허용한 것은 역시 경험과 집중력의 차이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을 다 발휘하기도 전에 마감한 포스트 시즌은 NC 선수들에게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법하다.

그럼에도 올 시즌 NC의 성장은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하다. NC의 기대 이상 선전은 기존 경남권의 터줏대감이던 롯데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하며 지역 라이벌이자 새로운 인기 구단으로써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랫동안 NC를 괴롭혀왔던 창원시와의 갈등과 신축구장 이전 문제도 해결의 조짐을 보이며 안정적인 연고지 정착을 위한 토대도 마련했다.

첫 포스트 시즌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NC의 젊은 공룡들은 그만큼 경험을 축적했다. 이는 앞으로 NC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다음 시즌 KT의 합류로 본격적인 10구단 시대가 열리는 가운데, 신흥 강호로 자리매김한 NC의 한 단계 더 큰 도약이 기대되는 201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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