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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유배문학관 모습
 남해유배문학관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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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지인들과 함께 남해유배문학관을 방문했다. 남해읍 남변 오거리 3만5565 제곱미터(1만2000여 평)에 세워진  남해유배문학관은 2010년 11월 1일 김만중의 어머니 윤씨 부인의 생신날 개관했다.

남해군에 유배 문학의 싹을 틔운 것은 남해 청년 회의소였다. 1988년 9월 제19차 경남지구 JC회원대회 기념으로 노도에 서포김만중선생유허비를 세워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남해에서 창작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자 한 것이다.

우리 문학사에서 잘 알려진 남해의 유배 문학인으로는 김구, 김만중, 류의양, 남구만, 이이명, 권도 등을 꼽을 수 있다. 지인들을 위해 유배 문학에 관한 강의를 해준 남해유배문학관 김성철 관장은 남해군의 대표적인 역사 문화 정신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들었다.

▲ 호국정신 - 고려 시대 불력으로 나라를 구하고자 팔만대장경을 판각한 지역  ▲  애민충절정신 –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죽음으로 강토와 백성을 지켜낸 지역 ▲ 유배문학정신 – 역사의 굴절로 조정을 떠나 민초로 살면서도 능절의 문학을 꽃 피운 지역

유배문학에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배어 있기도 하고, 들끓는 울분이 가득하기도 하고, 초월의 경지에 이른 열락이 꿈틀대기도 했다.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부귀영화를 잃고 절망의 땅에 유배된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았다. 김성철 관장이 한 마디 덧붙였다.

"유배는 죽이기 위해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왕족들의 대부분은 유배기간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되지 않았더라면 목민심서 같은 작품은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지인들에게 유배문학에 대해 강의하는 남해유배문학관 김성철관장
 지인들에게 유배문학에 대해 강의하는 남해유배문학관 김성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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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관장은 유배지에서 지은 유배문학을 다음과 같이 6가지로 구분했다.

▲ 임금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작품 ▲ 부모 형제를 그리워하는 작품 ▲ 유배지의 경승을 노래한 작품 ▲ 유배지에서의 불우한 삶과 정서를 담은 작품 ▲ 임금의 깨우침을 바라는 목적이 있는 작품 ▲ 유배의 한과 절망을 초월하고자 읊은 작품

남해 유배문학은 다른 지역의 유배문학에 비해 장르가 다양하다. 그것은 서포 김만중의 두 한글소설 <구운몽> <사씨남정기>와 함께 평론집인 <서포만필>이 있기 때문이다. 김만중은 <서포만필>에서 "자기 나라 말을 버려두고 남의 나라 말로 시문을 짓는다는 것은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과 같다"며 한글 사용을 강조했다.

남해유배문학을 대표하는 서포 김만중의 시와 그림
어머니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남해유배문학을 대표하는 서포 김만중의 시와 그림 어머니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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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유배문학관 전시실을 둘러보는 여수넷통 회원들
 남해유배문학관 전시실을 둘러보는 여수넷통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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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체험 모습. "네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말에 체험대에 오른 학생이 깔깔댄다
 형벌체험 모습. "네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말에 체험대에 오른 학생이 깔깔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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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 문학은 충신이 임금을 그리워하여 부른 노래라는 제한적 특징을 뛰어넘는 주제가 있다. 김만중은 한글 소설을 통해 숙종에게 피끓는 상소를 올렸고, 수십 편의 시로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달랬다. 김만중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대표적 <사친시>의 한 구절이다.

"오늘 아침 어머니 그리워 글을 쓰려하니 글자도 되기 전에 눈물만 가득하구나. 몇 번이나 붓을 적셨다가 다시 던졌던가!"

남해유배문학관 김성철 관장으로 부터 유배문학에 대해 듣는 여수넷통 회원들
 남해유배문학관 김성철 관장으로 부터 유배문학에 대해 듣는 여수넷통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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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객들이 사는 모습을  전시해 놓은 초가집
 유배객들이 사는 모습을 전시해 놓은 초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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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다. 특히 서포 김만중의 글은 숙종의 마음을 돌려 대왕의 길을 걷게 했다. <구운몽>을 통해 현실 인식을 심어주었으며, <사씨남정기>를 통해 인현왕후의 복위와 외척의 발호를 견제하기까지 했다. 문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유배는 없어졌지만 현재도 유배 문학적 장르는 엄연히 존재한다. 암울한 정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황석영의 <삼국지>, 장기표의 옥중서한 <새벽노래>,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황대권의 <야생초 이야기>도 유배 문학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서포 김만중이 유배와 살았던 노도의 모습이 바다건너 보인다
 서포 김만중이 유배와 살았던 노도의 모습이 바다건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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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남해유배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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