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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파주시 임진각 부근 등 접경지역에서 심각한 남남 갈등이 벌어지면서 정부의 존재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경찰 등의 물리력을 활용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 기본권 등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대북전단 살포에서 정부는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은 북의 총격과 생존권을 외치는 현지 주민 등의 반발 가능성이 컸지만 경찰 병력이 임진각 등의 현장에서 남남 갈등이 벌이질 때까지 손을 놓고 있다가 몸싸움을 말리는 식의 대응을 한 것이다.

경찰의 이런 모습은 TV로 생중계 되면서 보통 사람들에게 정부의 역할, 입장 등에 대해 심각하게 회의하게 만드는 충격을 주기도 했다.

통일부가 대변한 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대북전단 살포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속해 정부가 저지할 근거가 없고 단지 전단 살포로 심각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저지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지만 북한이 총격을 가하고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거나 남북고위급 회담 성사의 전제 조건으로 감겠다는 등의 강력한 대처를 하는 문제가 대두됐다. 뿐만 아니다. 접경 주민 등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북한이 총격을 가하는 식의 과도한 대응을 하면서 자칫 양측 군대의 충돌로 비화될 개연성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이 설마 그렇게 하겠어'라는 식의 안이한 판단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전단 살포 지역의 주민들이 갖게 되는 심적 부담과 관광객 감소 등으로 인한 생계 타격은 대단히 심각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전단 살포의 자유를 인정한다면 전단 살포로 인한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조처를 정부는 반드시 강구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단 살포의 자유를 가장 중시하는 듯한 결정을 집행했다. 지역 주민의 불안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급하면 몸소 나서서 저지를 하고 그러면 경찰이 그때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내보냈을 뿐이다. 모두 세금을 내는 국민인데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물론 전단 살포를 보는 시각 차이가 있을 법하다. 미시적으로 보느냐, 거시적으로 보느냐 하는 것이다. 전단 살포 행위만으로 좁혀 본다면 표현의 자유가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헌법에서 규정한 평화통일 추진이라든지, 남북이 합의한 7·4공동성명, 6·15공동선언, 남한의 국가 위기지수 조정에 따른 경제적 타격 가능성 등에 비춰보면 해법의 내용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평화통일 추진의 책무나 과거 정권이 북과 합의한 사항을 외면한 채 표현의 자유만을 챙기는 식의 매우 협소한 해석과 법 집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태도는 정부의 존재감 자체에 심각한 회의를 갖게 만든다. 그것만이 아니고 정부가 전단 살포를 내심 지지하고 있다는 속내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을 자초한다. 

정부가 전단 살포에 대해 고심 끝에 내린 묘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기다리라'면서 무능과 무책임을 드러낸 것과 엇비슷한 모습이 임진각 등에서 되풀이 되고 있다.

정부는 미묘한 사안 등에 대해 복합적인 접근을 통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정부답다. 정부가 유권 해석의 칼자루를 쥐었다 해서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해석을 하는 식은 안 된다.

정부의 비상식적 대응은 사실 전단 살포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를 무기한 연기한 것에도 드러난다.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자체 대응력을 갖출 때까지 전시에 미군의 지휘를 받겠다면서 향후 수십조 원에 달하는 군비 강화 계획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군이 내놓은 대책은 현재의 북의 군사력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북도 지속적으로 군비를 강화할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이냐? 그에 대한 대비책은 보이지 않는다. 북이 지속적으로 군비를 강화할 경우 그에 대해서 수동적으로 계속 군비를 강화한다? 평화통일을 모색할 때 전시작전권 문제는 혹시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의문을 제기하다 보면 군사력 대응이라는 시각만으로 남북관계를 보았을 때 해답이 안 나오는 것이 확실해진다.

평화적인 방식으로 남북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공존과 평화통일의 길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방향에 대해 현 정권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남북 갈등의 평화적 해결에 나서야 할 정부 부처인 통일부 등은 제 할일을 하지 않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총체적인 무능과 무대책이다.

대북전단 살포나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등도 큰 틀에서 남북문제의 영역에 속한다. 이들 문제는 과거 정부도 고민했었고 그 결과 남북이 머리를 짜내 해법을 모색한 것이 7·4공동성명 등이다.

정부가 무능, 무책임하다는 것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반복되는 정부의 실책은, 거의 무뇌아 수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세기가 넘는 남북 대립의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들의 해법은 군사적 대치나 거친 심리전 등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검토가 오래전에 끝난 것이다.

이런 점을 외면한 채 남북 대립과 갈등을 오직 물리적 대결과 격멸 방식의 정책에만 매달리다 보니까 남남 갈등이 심화되고 군사적 주권을 외국의 손에 넘기고도 부끄러운 기색이 전혀 없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정부는 이제라도 과거 정권이 북한과 합의한 7·4공동성명, 6·15공동선언 등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거기에 모든 해법이 다 들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 등에 실렸습니다.



태그:#대북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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