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프로야구 'FA 최대어부' 김성근 감독

2015년 프로야구 'FA 최대어부' 김성근 감독 ⓒ 고양 원더스


최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가을야구보다도 더 팬들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올해도 변함없이 꼴찌를 차지한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올해로 3년 연속 꼴찌를 차지했다. 2008년 이후 최근 7시즌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했고 이중 5번을 최하위로 마쳤다. '5-8-8-6-8-9-9' 한화의 최근 7시즌간 리그 순위다.

김응용도 못 바꾼 '꼴찌' 한화

지난 2년간은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우승청부사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고도 9개구단 체제에서 사상 첫 2회 연속 9위의 오명을 남겼다. 한화와 2년 계약을 맺었던 김응용 감독은 시즌 종료와 함께 퇴임이 확정된 상황이다.

올 시즌이 끝나고 4강 진출에 실패한 구단들은 저마다 감독교체와 팀 개편을 통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4강에 탈락한 팀 중 롯데(김시진), 한화(김응용), 두산(송일수), SK(이만수)는 이미 기존 감독들이 물러났고, KIA만 선동열 감독과 2년 재계약을 맺었다. 두산은 김태형, SK는 김용희 신임감독을 각각 임명하며 발빠르게 후속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롯데와 한화뿐이다. 롯데의 경우 아직 차기감독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부 승격설이 어느 정도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화의 경우는 이미 김응용 감독의 퇴임이 기정사실화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후임 감독에 대한 소식이 오리무중이다. 내부 코치진의 승격이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의 영입, 혹은 외부에서 베테랑 감독의 영입설 등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지만 구단 측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후보군을 밝히지않은 채 함구하고 있다.

한화가 후임 감독 선정에 유난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역시 7년째 최하위권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있는 현 주소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는 선수 영입에만 18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FA와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했으나 여전히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김인식, 김응용 감독처럼 경력이 풍부한 베테랑 감독도, 한대화 감독같은 스타 출신 지도자도 영입해 봤지만 모두 팀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KT의 가세로 내년부터 10구단 체제로 전환되는 프로야구에서 한화가 또다시 사상 최초 10위의 불명예를 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장기화되는 팀의 부진에도 꾸준히 한화를 믿고 성원해준 팬들조차 이제 더는 똑같이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차기 감독의 화두는 역시 리빌딩이다. 올시즌 최하위에 그친 성적에도 김태균-정근우-펠릭스 피에 등이 버틴 타선은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 이용규가 다음 시즌 부상을 털고 완벽하게 복귀하면 수비와 주루플레이도 더 향상될 여지가 남아 있다. 투수진에서도 올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이태양과 윤규진, 안영명 등 젊은 투수들이 성장하고 있다. 신인지명에서 김범수와 김민우 등을 영입하며 미래를 대비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구슬들을 꿰어 보배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장인의 부재다.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희망고문에도 불구하고 한화의 리빌딩이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는 데는 결국 선수육성과 리더십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리빌딩이란 마냥 젊은 선수들만 데리고 되는 것도 아니고, 성적을 포기하면서 가능한 것도 아니다. 선수의 재능을 발굴하는 육성 능력도 중요하지만, 한정된 전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지략, 구단 운영의 크고 작은 부분까지 관여하며 선택과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행정가적 안목도 필요하다.

김인식이나 김응용 감독은 단기간에 성적을 내는 유형의 감독이지 오랜 시간을 두고 팀을 재건하는 역할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두 감독은 좋은 선수들과 감독을 보좌하는 확실한 시스템이 갖춰진 환경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했다. 한대화 감독은 코치 경력은 풍부했지만 한화에서 프로 1군으로 첫 감독 데뷔를 했던 사령탑이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팀을 바닥부터 다시 만들어가는 노하우를 기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열악했다.

결국 한화의 대안은 김성근 감독? 

국내에서 현재 리빌딩이라는 조건에 부합할 만한 경력을 검증받은 인물은 많지 않다. 그나마 성공적인 리빌딩 경력이 있는 사령탑 중 조범현 감독은 KT를 맡고 있고, 김경문 감독은 현 NC의 사령탑이다. 많은 이들이 리빌딩하면 떠올릴 만한 인물 중 현재 재야에 머물고 있는 거물급 지도자은 사실상 김성근 감독 한 명뿐이다.

일부 한화 팬들이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 또한 한화에 잘 어울린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쌍방울, LG, SK 사령탑 등을 거치며 부임 당시만 해도 그리 강하지 않았던 전력을 물려받아 정상권으로 끌어올린 숱한 경험이 있다. 차원이 다른 훈련량과 선수 장악력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김성근 감독은 외부 간섭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이다. 김인식, 김응용 등 노장 감독들이 계약기간을 별 탈 없이 마친 데서 보듯 한화는 프론트의 역할을 둘러싼 구설수도 다른 구단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아직 공식적으로 한화와 접촉한 적이 없다며 차기 감독설을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성근 감독이 현재 한화가 필요로 하는 사령탑의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두 가지 걸림돌도 있다. 첫 번째는 한화 구단이 과연 '김성근 스타일'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의지의 문제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 스타일과 팀운영에 관하여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이 과정에서 구단의 방향성을 놓고 프론트 측과 자주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장 김성근 감독을 영입할 경우, 그가 원하는 코치진이 함께 동행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기존 프랜차이즈 출신 코치진의 대규모 인적 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LG이나 SK가 그러했듯이 기존의 팀컬러가 확고한 구단들도 김성근 감독의 영입과 동시에 철저히 '김성근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동안 대부분 김성근 감독을 원하던 팀은 성적에 대한 갈증이 시급한 경우였지만, 일정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온 뒤에 반드시 뒤끝이 좋지 못했던 것은 이러한 김성근 스타일의 부작용과도 무관하지 않다.

두 번째는 김성근 감독에 대한 지나친 판타지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육성의 귀재라는 평가와 함께, 선수를 혹사 시킨다는 상반된 평가도 받고 있다. 김 감독의 스타일이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한화에서는 그야말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가능성도 있다.

아무리 김성근 감독이라고 해도 한화가 당장 하위권을 탈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성근 감독이 이전에 맡았던 LG나 SK는 기본적인 전력 자체가 나쁜 팀은 아니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탄탄한 투수력을 기반으로 한 '벌떼야구'라고 했을 때, 지난 시즌 역대 최악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한화는 1990년대 김성근 감독이 지도했던 쌍방울이나 태평양의 초창기를 능가할 만큼 인적자원이 열악한 상황이다. 제아무리 '훈련의 천재' 김성근 감독이라도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어느덧 70대 중반을 바라보는 고령의 김성근 감독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계약기간과 전권을 보장할지도 미지수다.

혹은 한화가 결국 김성근 감독이 아닌 '제 3의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한용덕 단장보좌역과 이정훈 2군 감독 등 한화 프랜차이즈 출신으로 명망이 높은 야구인들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누가 되든 김성근 감독만큼의 명성과 신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동안 전임자들의 실패로 인하여 누적된 팬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후폭풍으로 이어질수도 있다. 만일 다른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구단 측이 오래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정면돌파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한화에게 올 겨울은 길지 않다. 신임 감독이 당장 선임되어 2015시즌과 팀의 리빌딩을 준비하기에도 갈 길이 빠듯하다. 정치적 이유나, 순간의 여론에 휩쓸리기보다 팀의 미래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 무엇인지, 신중하면서도 신속한 행보가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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