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풀린 공룡' NC 다이노스가 반격의 시동을 걸었다. NC는 24일 열린 2014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잠실 원정 경기에서 LG와 치열한 접전 끝에 4대 3으로 신승했다. 안방 창원에서 첫 두 경기를 모두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던 NC는 반격의 1승을 거두며 탈락 위기에서 벗어났다. 팀 창단 이후 포스트시즌 첫 승리의 감격도 누렸다.

1·2차전에선 LG가 초반부터 점수를 뽑으며 리드하는 경기를 펼쳤다면, 3차전에서는 NC가 먼저 선취점을 뽑고 LG가 내내 추격하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NC는 이날 단기전에서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보여줬다. 첫 번재는 NC의 장점이던 '발야구'. 1회초부터 2사 1루에서 4번 타자 에릭 테임즈가 중견수 앞 안타에서 1루주자 김종호가 상대 3루수 손주인의 송구실책을 틈타 선취점을 따냈다. 김종호와 테임즈의 적극적인 주루플레이가 돋보였다. 뒤이은 이호준은 적시 2루타를 쳐 2루 주자 테임즈까지 홈으로 불러들였다.

분위기를 바꾸는 결정적 장타 '한 방'도 빼놓을 수 없다. 베테랑 이호준이 6회초에도 빛났다. LG에게 3, 4회 연이은 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하며 2-2로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6회 1사에서 이호준이 상대 선발 투수 코리 리오단의 바깥쪽 높은 초구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솔로 홈런을 기록, 다시 NC의 리드를 찾아왔다.

1, 2차전에서 7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올렸지만 중심타자로서 승부처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이호준은 이날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베테랑의 진가를 다시 증명하며 3차전 MVP에 선정됐다. 기세가 오른 NC는 8회에도 권희동의 안타와 김태군의 적시타로 4-2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굳혔다.

마지막으로 승리를 지켜낸 것은 역시 든든한 수비와 불펜의 힘이었다. 홈 2연전에서 포스트시즌의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한 듯 엉성한 수비로 일관했던 NC는 이날만큼은 여러 차례 그림같은 호수비를 선보이며 실점 위기를 최소화했다. 2-0으로 앞선 2회 1사 2, 3루에서 최경철의 스퀴즈 번트를 1루수 에릭 테임즈가 잡아냈고, 3회 1사 2, 3루에서는 이병규의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좌익수 김종호가 깔끔하게 처리했다.

5회와 8회에는 두 번이나 3루주자를 홈에서 잡아냈다. 5회 무사 1, 3루에서 이병규가 친 타구를 중견수 나성범이 잡아 멋진 홈송구로 3루주자 오지환을 아웃시켰고, 8회에는 포수 김태군이 멋진 블로킹으로 황목치승을 아웃 시키며 동점 위기를 막아냈다. 이날 전반적으로 NC 투수들의 제구력이 들쭉날쭉했던 것을 감안하면 수비가 투수들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운드도 야수들의 덕을 많이 봤지만 지난 두 경기에 비해서는 선방했다. 선발투수 찰리 쉬렉이 제구력 난조 속에서도 5이닝을 6피안타 2사사구 2실점(1자책)으로 선방했다. 뒤이어 임창민(6회)-원종현(7회)-손민한, 이민호(이상 8회)-김진성(9회)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LG 타선을 4이닝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네 번째 투수 손민한이 8회 희생번트에 이어 폭투로 실점을 허용한 것이 옥에 티였지만 여러 차례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고도 야수들의 호수비에 힘입어 끝내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7회 원종현이 150Km대를 웃도는 강속구로 이병규와 이진영을 범타처리한 것과, 9회 마무리 김진성의 위기관리능력이 특히 돋보였다.

반면 LG는 1, 2차전에 비하여 지극히 비효율적인 경기를 했다. LG는 지난 1차전(16안타)과 2차전(11안타)에 이어 3차전(11안타)에서도 두 자리수 안타를 뽑아냈다. 이날 NC보다 2개나 더 많은 안타를 뽑아냈지만 득점권에서 타선이 침묵했다. 2회 1사 2, 3루, 3회 1사 2, 3루, 4회 1사 1, 3루, 6회 1사 1, 2루, 7회 1사 1,2루 9회 2사 1,2루까지 숱한 찬스를 허공에 날렸다.

3점을 뽑아냈지만 이중 적시타로 만들어낸 점수는 전무했다. 3회 이병규, 4회 손주인의 희생 플라이, 8회에는 NC 손민한의 폭투로 근근이 점수를 얻어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5회에는 무사 1, 3루에서 이병규의 중견수 뜬공 때 3루주자 오지환이 홈에서 횡사한 장면은  LG 벤치의 합의판정 요청에도 결국 아웃으로 판정되었고, 9회 이병규의 홈런성 타구가 2루타에 그치는 등 운도 살짝 따르지 않았다. 이날 LG 타선은 득점권 상황에서 11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답답한 결정력을 보였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초반에 타격감이 좋았던 선수들을 좀더 믿고 맡기는 경기 운영을 펼쳤으면 어땠을까. 초반 2점을 빼앗긴 상황에서 양상문 감독은 2, 3회 득점찬스에서 최경철과 박용택에게 굳이 번트를 지시하는 등 1~2점을 짜내는 데 급급한 경기운영을 펼쳤다. 대량 득점보다는 일단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고 불펜진을 통하여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선수들의 미숙한 주루플레이와 중심타선이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빛이 바랬다.

4차전은 25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LG는 류제국, NC는 태드 웨버를 선발투수로 예고한 상황이다. 류제국은 지난 19일 1차전에서 LG 선발로 나서서 '헤드샷 퇴장'으로 물러나기까지 4이닝 4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웨버 역시 1차전에서 선발 이재학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하여 4⅓이닝 3실점(2자책)을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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