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군´ 마우리시오 쇼군

'대장군´ 마우리시오 쇼군 ⓒ UFC


달인의 경지를 넘봤던 쇼군의 스탬핑 킥

지금도 프라이드 시절을 추억하는 팬들이라면 이른바 '스탬핑 킥(stamping kick)'과 '사커 킥(Soccer kick)'을 기억할 것이다. 넘어진 상대를 향해 마치 축구공을 차듯 발차기를 날린다고 해서 붙여진 기술인 사커 킥은 당시 상당수 파이터들이 즐겨 쓰는 기술이었다. 구태여 맞붙어서 파운딩을 칠 필요 없이 더 빠른 타이밍으로 치명타를 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운터를 맞고 쓰러진 상대나 넘어진 채로 코너에 갇힌 상대에게 많이 사용되었다.

넘어진 상대의 안면을 노리고 마치 도장을 찍듯 그대로 '쾅' 하고 밟아버리는 스탬핑 킥은 상대에게 마치 살인의 위협을 느끼게 할 정도로 공포스러운 공격이다. 머리가 링 바닥에 닿아 있어 충격을 상쇄시키기 어려운 상태에서 체중을 실은 스탬핑 킥을 맞게 되면 자칫 아찔한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악마의 소굴'로 불리던 슈트복세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이 특히 이 기술에 능했는데, 그 중에서도 '대장군' 마우리시오 쇼군(33·브라질)은 시도 횟수는 물론 응용 테크닉에 있어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어쩌다 확실한 기회가 있을 때 간간히 구사하던 다른 파이터들과 달리 쇼군은 스탬핑 킥을 굉장히 다양하게 활용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프라이드 시절 쇼군이 보여준 공격 패턴의 대부분을 컨트롤 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탬핑 킥은 실질적인 파괴력을 떠나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면에서도 굉장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 넘어진 상태에서 체중을 실어 밟아온다는 것은 웬만큼 냉정한 상대에게도 공포감을 심어주기 십상인데 때문에 설사 정확히 명중이 되지 않더라도 기선을 제압하는 효과는 엄청나다.

쇼군은 바로 이러한 점을 이용, 바닥에 넘어진 상대의 심리상태를 흔들어놓고 자신은 유리한 상태에서 포지션을 잡아가는 데 능숙했다. 쇼군은 주짓수에 능하기는 했지만 그라운드에서 엉키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 그래플링 싸움이 벌어질 경우 적극적으로 스윕을 해낸 다음 스탠딩과 톱 포지션을 오가며 자신의 공격리듬을 만들어갔다.

쇼군은 자신이 톱 포지션을 잡아도 상대를 꼼짝 못하게 꽁꽁 묶어버릴 정도의 그라운드 압박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그로 인해 상대에게 스윕 또는 스탠딩으로 전환할 공간을 종종 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대는 몸을 일으키거나 포지션을 전환하는 등의 동작을 쉽게 취하기 어려웠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스탬핑 킥의 존재 때문이었다.

상당수 선수들은 맞추기보다는 일단 상대의 기를 꺾거나 다른 기술로의 전환을 위해 구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쇼군은 거기에 끝내기 옵션이 추가되어 있는 선수였다. 쇼군은 스탬핑 킥을 카운터 못지않게 속임수용으로도 능숙하게 구사, 상대에게 그라운드의 압박과 함께 이중고를 안겨주곤 했다. 특히, 넘어진 채로 코너에 갇혀 쇼군을 맞이하게 되면 상대 선수에게는 그야말로 눈앞에 '스탬핑 지옥'이 펼쳐졌다.

쇼군은 펄쩍 뛰어올라 정확하게 상대의 안면을 짓밟는 것은 물론이고, 위로 솟구친 상태에서 공격방향을 바꿔 대비하고 있던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데 능했다. 거기에 사커 킥 연타까지 터져 나오게 되면 승부를 뒤집기는 사실상 힘들었다. UFC로 둥지를 옮기면서부터는 이러한 특급 패턴은 모조리 봉인되고 말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챔피언까지 차지했다는 사실은 쇼군이 얼마나 대단한 파이터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불꽃하이킥' 미르코 크로캅

'불꽃하이킥' 미르코 크로캅 ⓒ 크로캅 홈페이지


알고도 못 막던 크로캅의 미들-하이킥

하이 킥(High Kick)! 상단(High)-차다(Kick)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단어는 말 그대로 상단을 향해 날리는 발차기를 뜻한다. 신체 중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발을 들어올려,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머리 또는 안면 등을 강타하는 이 기술은 일단 제대로 맞았을 경우에는 버티어내는 상대가 거의 없을 정도로 가장 위력적인 기술이다.

때리는 이의 체중과 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강력한 힘이 큰 궤적의 가속력까지 받아 전해지는 임팩트는 그야말로 작은 '교통사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다른 기술에 비해 준비동작과 힘 그리고 부수적인 요소(유연성, 테크닉 등)가 많이 들어가는 관계로 언제든지 자주 구사할 수 있는 공격법은 분명 아니다.

더욱이 상대의 방어나 회피동작에 막혀 제대로 공격이 들어가지 않았을 시에는 반격의 위험이 크다는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공격을 날리는 선수 입장에서는 한방으로 KO또는 그에 준하는 충격을 줄 수 있다. 지켜보는 관객들 역시 더더욱 열광할 수밖에 없는지라 하이킥의 매력에 한번 빠지게 되면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MMA 최고의 하이키커를 언급하자면 대부분의 팬들은 단연 미르코 크로캅(40·크로아티아)을 첫손에 꼽는다. 감히 라이벌을 언급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킥 기술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수준이다. 비록 전성기였던 프라이드 시절에 비해 옥타곤 무대에서 노쇠화에 따른 기량저하로 연패에 빠지며 스타일을 구기기는 했지만 그동안 보여준 임팩트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하이킥은 장전에서 격발 그리고 명중까지가 굉장히 힘든 기술이다. 때문에 정확하게 들어갈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일단 제대로 맞기만 하면 KO 확률이 무척 높은 기술이다. 설사 가드에 막히더라도 팔과 안면 사이에 공간이 좁으면 만만치 않은 충격을 상대에게 전해줄 수도 있다.

뛰어난 동체시력과 타이밍 포착능력에 레슬러와 붙어도 지지 않을 정도의 파워, 거기에 허리와 다리의 유연성이 남다른 크로캅의 하이킥은 두꺼운 허벅지(?)와는 다르게 순간 스피드가 엄청난지라 묵직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되었다 싶으면 벼락같이 날아들어 안면을 강타하거나 머리를 깎아 내리듯이 휘몰아쳐 가는 광경은 흡사 한 자루의 쇠파이프로 후려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때문에 그의 하이킥에는 '불꽃' 또는 '광속'이라는 애칭까지 따라붙었다.

크로캅이 하이킥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뽑아드는 과정은 생각 밖으로 단순하다. 일명 '미들-미들-하이'로 이어지는 필승패턴을 그동안 내내 고수해왔다. 그럼에도 상대선수는 뻔히 알면서도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크로캅은 현란한 사이드 스텝을 바탕으로 자신의 거리를 만든 뒤 상대의 갈비뼈나 옆구리를 노리고 짧고 빠르게 미들킥을 날린다. 대부분은 원거리에서 예리하게 파고드는 묵직한 미들킥의 위력 앞에 상당한 충격을 받기 일쑤인데, 이때쯤 크로캅은 천천히 하이킥 타이밍을 잡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통을 참지 못한 상대가 또다시 미들킥이 들어온다고 여기고 몸통을 방어하려 가드를 내리는 순간 '번쩍!'하고 발도(拔刀)가 뿜어져 나온다.

때로는 미들킥에 로킥을 병행하기도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준비사격을 생략한 채 바로 하이킥이 터져 나갈 때도 있다. 주로 상대가 충격을 받고 어정쩡하게 뒤로 물러서는 타이밍에서 이런 공격이 시도된다.

현란한 킥 기술에 가려서 그렇지 역대 최고의 타격 기술자답게 크로캅은 펀치 기술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이고르 보브찬친, 척 리델, 반더레이 실바 등 당시 종합격투계에서 뛰어난 펀치 테크닉을 선보였던 유명 파이터들의 상당수는 정석보다는 MMA스타일에 맞춰진 주먹 기술을 구사했다.

반면 크로캅은 정통 복싱에 가까운 깔끔한 펀치 테크닉을 뽐냈다. 신속하고 현란한 스텝은 빠른 핸드스피드와 맞물려 언제든 정확한 펀치를 상대 안면에 꽂을 수 있었고 크게 휘두르기보다는 정확하게 끊어지는 데 능숙했다. 방어와 공격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별다른 속임동작도 없었다. 굉장히 정석적인 펀치기술을 구사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극히 정석적이었음에도 상대 선수들에게 크로캅의 펀치기술은 막기 힘든 공격중 하나였다. 스텝-동체시력-핸드스피드-기술 등 기본적인 타격능력에서 큰 차이가 나기도하거니와 크로캅에게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일격필살의 하이킥이 '최종병기'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한창때의 크로캅에게 어설픈 거리를 허용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계속>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불꽃하이킥 스탬핑 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