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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대규모 정보유출사태부터 도쿄지점 직원 비리사건 그리고 행장과 회장의 갈등으로 동반퇴진까지. 모두 올해 케이비(KB)금융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22일 KB금융지주의 새 회장으로 내정된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금융계에선 '최선의 선택'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의 앞에는 당장 헤쳐나가야 할 현안들이 쌓여 있다.

<오마이뉴스>는 KB금융 내외부 인사와 금융당국, 전문가들로부터 윤 내정자가 해야 할 주요과제를 들어 다섯가지로 추려봤다. 이들이 내놓은 과제는 ▲ 조직안정화 ▲ 현 사외이사 물갈이 ▲ 지배구조 개선 ▲ 수익성 개선 ▲ 주 전산시스템 교체 등이다.

1. 내부 조직 안정화가 우선... 옛 국민-주택 출신 사이 갈등 해소도

우선 내부 조직 안정화다. 과거 리딩 뱅크를 자랑하던 KB는 대형 금융사고와 극심한 내홍으로 임직원들의 사기와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

성낙조 KB국민은행노조위원장은 "수장들의 다툼으로 열심히 일하던 창구 직원들은 국민들에게 온갖 비난을 받아야 했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무너진 직원들의 자존심과 상처를 아물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점은 윤 내정자도 의식하고 있다. 지난 22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아래 회추위) 심층면접에서 "KB가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경영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지배주주가 없는 KB금융은 오랫동안 외부 입김과 낙하산 인사에 시달려왔다.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갈등과 줄서기도 심각한 상태다. 또한 1채널(옛 국민은행 출신)과 2채널(옛 주택은행 출신)간 대립은 오랫동안 KB의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문제들을 윤 내정자가 얼마나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 시킬지가 관건이다.

2. 자신 뽑아준 사외이사 물갈이가 첫 번째 시험대

KB금융 사외이사 9명은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갈등으로 조직이 망가지는 동안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장과 행장의 동반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사과를 하거나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나서는 사외이사는 한 명도 없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KB금융과 국민은행 사외이사들 모두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모든 사태에 사외이사들의 책임도 막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윤 내정자가 KB금융과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을 모두 갈아치우는 등 인적청산을 한 뒤 균형감각을 갖고 행장 선임까지 무리 없이 일을 처리해야 한다, 이것이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사진 물갈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외이사들이 잔류할 경우 KB금융의 새로운 변화가 힘들다는 게 중론이지만 윤 내정자가 이들을 내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윤 내정자가 과거 KB금융지주사 부사장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사외이사들과 친분이 두터울 것"이라며 "자신을 선출한 이사들을 외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한꺼번에 현 사외이사들을 교체할 인력풀을 구하기 어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3. 낙하산 막을 지배구조 개선도 시급

지난 22일 KB금융지주의 새 회장으로 내정된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앞에는 당장 헤쳐나가야 할 현안들이 쌓여 있다.
 지난 22일 KB금융지주의 새 회장으로 내정된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앞에는 당장 헤쳐나가야 할 현안들이 쌓여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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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선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전임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서로 다른 배경에서 온 '낙하산 인사'로 불렸다. KB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에 휘둘려왔다. 특히 이번에 두 사람이 갈등 끝에 불명예 동반 퇴진하면서 최고경영자(CEO)선임 시 외부입김을 방어할 만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장과 행장 겸임도 거론되고 있다. 회추위원에 따르면 윤 내정자는 심층면접에서 조직 안정을 위해 회장과 행장을 겸직하다가 나중에 행장을 뽑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외이사 상당수는 겸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일정 기간 겸직 후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4. 체면 구긴 리딩 뱅크...4대 지주사 중 자산규모 가장 적어

리딩 뱅크로서 위상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KB금융은 4대 지주사 중 총 자산규모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나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지난 달 2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지주회사별 경영실적을 보면 신한금융지주가 323조 원으로 자산규모 1위에 올랐다. 이어 하나금융(314조9000억 원), NH농협금융(310조9000억 원), KB금융지주(299조1000억 원) 순이었다.

게다가 회장과 행장의 경영 공백으로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지 못한 여파가 앞으로 실적에 악재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예금과 대출시장에서도 국민은행의 경쟁력이 약화되어 위기감이 팽배하다. 국민은행은 2012년 말 대출시장 점유율이 25.6%에 이르렀지만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24.5%까지 떨어졌다. 수신시장 점유율도 하락한 상태다.

5. 주전산시스템 교체...내부통합 보여줄 기회

KB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전환도 남은 과제다. 현재 국민은행은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고 유닉스 전환과 IBM 메인프레임 유지 등을 놓고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고정보책임자(CIO), IT담당자, 전략부서 등이 논의를 거쳐 11월 말에 결정사안을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내정자는 주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에 대한 보고는 받지만 개입할 여지는 낮다. 다만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사안으로, 관련자들을 설득시키고 내부통합을 보여 줄 기회이기도 하다.


태그:#윤종규, #KB금융지주, #사외이사, #하영구,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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