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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자료사진).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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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전시작전통제권(아래 전작권) 전환 시기를 다시 연기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전작권 전환 공약 파기에 어떤 의견도 내지 않고 침묵하다, 뒤늦게 의견을 발표하는 등 불통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관련한 청와대의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정리된 입장을 말씀드릴 게 없다"라고 답변을 피했다. 대신 전날 한민구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의 전작권 환수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기로 합의한 내용이 담긴 코뮈니케를 그대로 읽었다.

양국 간 합의 내용 말고 그것을 보는 청와대의 의견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민 대변인은 "(한·미 양국이 채택한 코뮈니케 내용에) 덧붙일 말이 없다"라며 "어디에 물어보나 똑같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적 합의 절차 없이 대선 공약을 파기했다는 지적이 거듭 나오자 민 대변인은 "지금 준비된 답변은 없다"라며 역시 답을 피했다. 또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의견을 밝히거나 사과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계획을 지금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의 주권과 안보에 관련된 중대 사안에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기약 없이 무산된 전작권 환수... 대선 때 약속 백지화

한국의 전작권 환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한미 양국이 합의한 바 있다. 2012년 4월 17일자로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전작권을 한국에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전작권 전환 연기를 추진했고, 결국 2010년 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11월 대선후보 시절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을 포함한 포괄적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차질 없이 준비 하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북한 핵실험 등을 이유로 전작권 전환 연기를 주장했지만,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도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겠다라고 못박았다. 

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리한 외교안보 분야 주요 국정과제에도 '2015년 전작권 전환 정상 추진'이 포함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전작권 환수와 관련한 내부 기류가 달라졌다. 보수 진영은 물론 군 내부에서도 전작권 환수 재연기론이 제기됐고, 예정대로 2015년 전작권을 넘기겠다는 미국과 재연기 가능성을 타진하는 우리 정부 사이에서 이견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지난 해 5월 한미 정상회담 후 오바마 미 대통령은 "양국은 오는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위한 작업을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2015년이라는 시기를 언급하지 않은 채 "전작권 전환은 한미 연합 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이행하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해 의견차가 드러났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같은 달 28일에 열린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이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에게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제안하면서 이후 양국간 협의가 진행돼 왔다.

당시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파기하면서도 왜 전작권 환수를 미뤄야 하는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거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공론화 과정 없이 밀실에서 추진했다는 비판도 높았다.   

결국 23일 한미 양국은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채 전작권 전환을 다시 연기하기로 합의하면서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전작권 환수 작전'은 기약 없이 무산됐다.

청와대, '침묵'하다 뒤늦게 "안보 상황 변했다" 변명

그럼에도 청와대는 전작권 환수가 연기된 배경이나 공약 파기와 관련해 어떤 것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불리한 이슈나 사안은 무시로 일관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이 같은 청와대의 무책임·불통 논란이 일자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오후 다시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보는 청와대 의견을 뒤늦게 발표했다. 안보 상황이 변해 2015년 12월 1일 전작권을 돌려 받겠다는 대선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민 대변인은 "전작권 전환은 그 어떤 경우에도 계획된 전환 시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공약의 철저한 이행보다는 국가안위라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전작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현재와 같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안보상황을 고려해서 전작권 전환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민 대변인은 또 "한미 양국은 한반도의 안보상황과 한미동맹 대응 능력 구비 등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과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라며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전면전과 국지도발을 억제하고 연합 방위력을 강화하는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실 3번이나 찾았지만...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어

대선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커지자 민 대변인은 이날 오후 다시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 시기를 지키지 못한 것은 안보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다시 발표했다.

민 대변인은 "정부의 전작권 전환 추진 입장이 변한 게 아니라 지난 해 3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이후 의도적인 안보 위기 조성 등 안보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라며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이 조기에 달성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공약 파기, 밀실 추진, 용산 및 동두천의 미군 기지 관련 계획의 혼선 등에는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없었다.


태그:#전작권,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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