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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보수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하지 않았다는 야당의원들의 질타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난감한 류길재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보수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하지 않았다는 야당의원들의 질타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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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의원(이하 나 의원) :
(최근 철거된) 김포의 애기봉철탑에 대한 안전도 D급 판정이 작년에 나왔다는데 알고 있었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하 류 장관) : "몰랐다. (국방부 소관이고) 저희 부 소관이 아니어서 잘 모른다."
나 의원 : '어떻게 그렇게 답을 하나. 애기봉탑은 대표적인 대북 심리전 상징 아닌가. 이게 통일부 소관 아니라고 그렇게 답변하는 게 맞는 것인가. 국방부가 철거 미리 협의했나.
류 장관 : "몰랐다. 남북관계가 관련돼 있기는 하지만, 철거자체는 안전과 관련한 기술적 문제라고 들었다."
나 의원 : (이런 걸 보면) 통일부 장관이 통일정책을 제대로 주도하고 있는 게 아닌 거다. 국방부가 통일부장관과 협의없이 그냥 철거하는 게 맞는 것인가. 장관이 통일부 장관으로서 자리매김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애기봉 철탑 철거를 사전에 몰랐다고 답변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질타했다.

나 의원은 "애기봉 철탑은 대북심리전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D급 판정받았어도 이걸 어떻게 할 거냐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이걸 철거하는 대신 대북정책의 한 수단으로 활용해서 뭘 얻었는지를 물으려 했는데, 사전에 몰랐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안전문제로 철거했다는 건 국방부로서는 당연한 답변이고, 여기에는 통일부 의견이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나경원 의원이 질의한 건데 사전에 몰랐다고 하니, 이런 응답을 해야 하는 것인지 자괴감이 든다"며 "관가에 '주사급 장관'이라는 말이 있는데 들어본 적 있나. 평소 류 장관님 인품과 학식은 존경하지만 답변하는 것 보니 주사급 장관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고 맹비판했다.

대북전단 문제 답변 놓고도 여야 질타 쏟아져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 "광화문에서 세월호 관련 풍선 날리기는 경찰이 막았는데, 파주에서는 표현의 자유라고 막지 않겠다"며 "선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 신경민,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오락가락 대응 질타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 "광화문에서 세월호 관련 풍선 날리기는 경찰이 막았는데, 파주에서는 표현의 자유라고 막지 않겠다"며 "선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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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놓고도, 여야 의원들은 살포에 대한 입장은 달랐으나 류 장관이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한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류 장관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기본적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가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이 우리 국민들의 신체나 재산에 피해가 온다면 그런 것들을 위한 조처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히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 의원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면 보내게 하는 것이고, 남북교류와 협력에 도움이 안 되면 안 보내야 하는 것"이라며 "원칙은 있는데 현지 상황에 맞춰서 하겠다고 답변하면 안 된다. 통일부와 (전단살포를 막겠다는) 파주경찰서 입장이 다른데, 통일부 종합 국감에서 이런 게 어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헌법은 국민의 모든 자유는 국가안전보장, 국민의 안녕 등을 위해서는 제한할 수 있게 돼 있고, 이전에도 전단 살포를 막은 사례도 있다"며 "2013년에는 살포를 막았고, 이번에도 경찰은 막겠다고 하는데 통일부는 방관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신경민 의원도 "광화문에서 세월호 관련 풍선 날리려는 건 경찰이 막았는데, 파주에서는 표현의 자유라고 막지 않겠다고 한다, 2008년에는 대북전단 날리는 박상학씨가 격렬한 압박을 받아서 3개월간 중단했다고 하는데 지금 통일부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어떤 때는 되고 다른 때는 안 되고, 왜 파주에서는 헌법이 지켜지고 광화문에서는 헌법이 안 지켜지는 것이냐"고 물었다. 류 장관은 "제가 답변할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통일부에 의사결정권이 없는 것 같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애기봉 등탑 철거와 관련, "국방부가 통일부와 논의를 하지 않았다면 통일부가 제자리를 못 지키고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질타하고 있다.
▲ 나경원 "애기봉 철탑, 통일부와 국방부 논의 없었다 말도 안돼'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애기봉 등탑 철거와 관련, "국방부가 통일부와 논의를 하지 않았다면 통일부가 제자리를 못 지키고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질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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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답에 대해 전반기 국회의장인 강창희 새누리당 의원은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해서 답답하다"며 "통일부가 의사결정권이 없다는 느낌을 주는데, 전단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명쾌한 답변 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류 장관은 의원들의 지적 전반에 대해 "작년부터 국회에서 통일부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국민 여론에 그런 부분이 있어서 나온 지적이라고 생각하고 부족하다는 점 인정한다"면서 "북한 다루는 데는 전문성이 있어야 하고 통일부가 최고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애기봉 건에 대해서도 "그것은 관광객 등에 대한 안전문제이지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그렇게 한 것이고, 다른 사안은 잘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강 의원은 다시 "류 장관이 '북한을 다룬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건 다루는 테크닉이나 스킬의 문제가 아니라 정직성과 신뢰의 문제"라며 "우리가 자신들을 다룬다고 하면 북한은 어떻게 생각하겠나, 장관은 표현 하나부터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해찬 "북한 접경지대 주민의 행복추구권이 우선"

오후 들어서도 여야 의원들의 질타는 계속됐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월) 1차 남북 고위급접촉때도 그렇고, 예정돼 있는 2차 고위급 접촉 때도 통일부가 수석대표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 왜 주도하지 못하고 2년 동안 배석만 하느냐"며 "수석대표로도 나가지 못하는 통일부를 상대로 질의하기도 뭐하다"라고 말했다. 류 장관은 "고위급접촉은 북한 국방위원회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상대로 제안한 것이어서 그렇다, 하지만 회담 운용과 그 방향과 관련해서는 통일부가 주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무현 정부시절 국무총리 출신인 이해찬 새정치연합 의원은 더 거셌다. 그는 류 장관에게 대북전단 문제 살포를 막는 표현의 자유가 헌법 몇 조인지 읽어보라고 요구했다. 류 장관이 헌법 21조를 읽자, 이 의원은 "헌법 21조에는 표현의 자유가 명시돼 있지도 않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유보조항이 붙어있다"며 "그리고 헌법 10조의 행복추구권이 더 우선하는 것인데, 지금 북한 접경지대 주민들의 생명과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일준비위원회 신설과 통일대박론 입론을 제안했는지, 장관 1년 6개월 동안 통일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과 정례면담을 하고 있는지, 단독면담을 몇 번 했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이 의원은 류 장관이 "통일준비위원회 등은 제가 건의해서 나온 것이 아니고, 대통령 면담은 일 있을 때 한다"고 답하자 "제가 총리할 때 그렇게 하면 바로 해임건의한다. 장관 1년 반 정도 하고 나면 자기 주관으로 일을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한 일이 없다"고 질타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방한 직후에 열린 지난 8일 통일부 국감은 대체적으로 부드럽게 진행됐다. 반면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총격, 서해 NLL(북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에서의 잇따른 총격전 등으로 2차 고위급 접촉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열린 이날 국감은 여야 의원들이 대체적으로 류 장관과 통일부가 '무능'하다고 질타하는 분위기다.


태그:#대북전단, #류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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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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