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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밭에서 얼갈이 배추가 자랍니다
 텃밭에서 얼갈이 배추가 자랍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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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하늘 아래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어요. 쟁반처럼 둥근 얼굴로 활짝 웃어주던 대문 앞의 해바라기도 고개 숙여 인사를 하네요. 씨앗이 영글수록 고개를 숙이는 해바라기에게 겸손을 배웁니다.

       시골집 대문앞에 선 해바라기가 고개를 떨구네요
 시골집 대문앞에 선 해바라기가 고개를 떨구네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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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와 무밭을 점령한 것은 참비름 나물이에요. 봄부터 초여름까지 입맛을 돋우던 참비름나물이 이 가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다시 새싹을 틔웁니다. 자연은 이렇게 사계절 동안 일부러 씨앗을 뿌리지 않아도 씨앗이 저절로 떨어지고, 때가 되면 자라기도 합니다.

빼곡하게 자란 얼갈이배추 속에도 간간이 조그만 벌레들이 갉아 먹은 흔적이 보입니다. 시골 집 농부는 손수 풀을 뽑아냅니다. 농약을 치지 않기 때문에 텃밭에서 일하면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흙내음, 풀냄새가 신선해요.

가을의 시골 텃밭... 풍성 그 자체

      배추무밭에 참비름나물이 점령 했어요
 배추무밭에 참비름나물이 점령 했어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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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얼갈이배추는 솎아내서 살짝 데친 후 참기름에 조물조물 나물로 무쳐 먹으면 고소하고 맛나지요. 시골에 살면서 건강을 지키는 비결은 자연의 놀이터에서 적당히 일하고 유기농 채소를 먹기 때문이랍니다.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운 나팔꽃이 더러는 동그란 주머니 속에 씨앗을 만들고 있어요. 머잖아 이별을 고하고, 남은 씨앗이 내년에 꽃을 피우겠지요. 자연계는 이렇게 씨앗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때가 되면 소리 없이 꽃잎을 떨군답니다.

   나팔꽃이 씨앗 주머니를 만들고 있어요
 나팔꽃이 씨앗 주머니를 만들고 있어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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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가에 피어나는 메리 골드와 레드가 특유의 향기를 내뿜는 햇살 좋은 하루입니다. 메리골드 꽃은 천을 염색할 때도 사용하고, 뱀이 싫어해서 마당 가에 심기도 해요. 고양이 미미가 햇살 아래 일광욕을 즐기는데요. "찰칵" 하는 카메라 셔터 소리에 "누구야?" 하고 실눈을 뜨고 쳐다봅니다. 자연계의 생명은 그날그날 먹을 양식을 먹고, 저장하지 않고도 평화롭게 살아가네요.

        시골집 마당가에 핀 메리골드와 햇살을 즐기는 고양이
 시골집 마당가에 핀 메리골드와 햇살을 즐기는 고양이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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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상추 밭에도 비름나물이 사이좋게 자라고 있네요. 가을 상추는 한여름 더위가 물러갈 즈음에 씨앗을 뿌리면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까지 먹을 수 있어요. 참비름이 씨앗을 만드는 걸 보니 내년 봄에도 참비름 나물 천국일 것 같네요. 참비름나물은 생명력이 강하고 인위적으로 씨앗을 뿌리지 않아도 잘 자랍니다. 살짝 데쳐서 갖은 양념에 무치면 입맛도 돋웁니다. 채소류는 일 년에 한두 번 봄·가을에 수확할 수 있어요.

      상추와 참비름나물이 사이좋게 자라네요
 상추와 참비름나물이 사이좋게 자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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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집 텃밭, 채소 백화점입니다. 해질녘 선선할 때 약간의 수고로움으로 건강에 좋고 맛좋은 채소를 땅에서 얻어먹는답니다. 음식 만들다가도 얼른 텃밭에 나가서 대파를 뽑아 껍질을 벗기고 송송 썰면 하얀 진액이 흐릅니다.

채소의 신선도 면에서 탁월하고, 미네랄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대파는 빨간 점이 생기는 병에 쉽게 걸려서 대부분 살충제를 뿌리는데요. 나무나 풀을 태운 재를 대파밭에 뿌려주면 농약을 안 해도 건강한 파를 재배할 수 있어요. 오래 전 우리 선조들이 감자 심을 때 반으로 잘라 재를 묻혀 심은 것과 같은 이유랍니다.

      상추를 수확 했어요
 상추를 수확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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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6년 동안 유기농 채소 재배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농업 정보과 경험으로 얻은 수고로움의 대가죠. 이제 텃밭에서 최소한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유기농 채소는 재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감자, 고구마, 대파, 마늘, 상추, 시금치, 옥수수, 아욱, 콩 종류 6가지(붉은팥, 검정팥, 완두콩, 동부콩, 녹두, 넝쿨콩, 서리태, 메주콩) 들깨, 참깨, 무우, 배추, 당근, 나무 두릅, 미나리, 머위, 갓, 쑥갓, 당귀, 도라지, 고추, 딸기, 토마토, 가지, 오이, 호박, 결명자 등등... 서른 가지 이상의 한국 채소는 거의 다 조금씩 키우고 있습니다.

참비름 나물 뜯다가 목이 말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더니 마침 잘 익은 토마토가 얼굴을 붉히며 "주인님, 저를 드세요" 하네요.

"토마토야, 고마워~"

텃밭에서 일하다가  토마토를 따먹어요
 텃밭에서 일하다가 토마토를 따먹어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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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보답을 해요. 배춧속을 들여다보면 파란 애벌레가 놀고 있어요. 가을 햇살과 이슬을 먹고 자란 상추를 땄습니다. 자연의 놀이터에서 놀다 거저 얻은 참비름 나물을 삶아서 갖은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치고 신선한 상추와 예쁜 암탉이 낳아준 달걀로 프라이 하나 뚝딱 해서 밥 한그릇을 비웠네요.

귀촌하기 전 도시에 살 때 통통하게 올랐던 살이 농촌에서 아침저녁으로 텃밭에서 일하고, 약간의 땀을 흘린 후에 냉수욕을 하니 몸도 가벼워지고 건강해졌습니다. 심신을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 가까이에서 사는것입니다. 올해는 집 앞을 지나는 사람을 위해 코스모스와 해바라기를 심었어요. 서양의 노인들은 길가에 꽃을 심고 집안의 정원을 가꾸는 것을 취미로 여긴다고 합니다.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봅니다.

     시골집 텃밭 채소백화점이에요
 시골집 텃밭 채소백화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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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가을텃밭, #참비름나물, #상추, #유기농채소,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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