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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어쩌면 이슬을 맞고, 바람을 거스르고, 풀잎을 갉아 먹으며 자라는 애벌레 같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삶이 어쩌면 이슬을 맞고, 바람을 거스르고, 풀잎을 갉아 먹으며 자라는 애벌레 같을지도 모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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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구름에 비가 들어 있을지 모릅니다. 스님들의 출가 전 삶이 구름 같습니다. 불문율에 가까울 만큼 묻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는 게 스님들의 출가 전 인생입니다. 그러기에 어느 스님이 출가하기 전에 어떤 구름 같은 사연(이력)을 갖고 생활하시다 출가하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구름 중에는 가랑비를 머금고 있는 구름도 있고, 소낙비를 감추고 있는 구름도 있습니다. 모양만 몽실거리는 구름도 있지만, 멀쩡했던 하늘에서 갑자기 소낙비를 쏟아내는 구름도 있습니다. 출가 전 스님들의 삶도 그럴 겁니다. 스님들 중에는 가랑비를 감추고 있는 구름처럼 허허롭게 사시다 출가하신 분도 계실 것이며, 소낙비를 감춘 구름처럼 묵직하게 사시다 출가하신 분도 계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델이 돼 화보를 찍고, 가수가 돼 만인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공중파를 휘잡던 가수 출신의 스님이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는 무명가수가 아닙니다. 1980년대 초반, 최고의 스타 연예인 대열에까지 올랐던 인기 연예인입니다. 잘 나갔습니다. 돈도 잘 벌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잘 나가던 가수가 돌연 연예계를 훌쩍 떠났습니다.

잘 나가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스님 당신께서 느끼는 당신의 삶은 어쩜 애벌레의 삶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사는 애벌레,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질까봐 겁나고, 먹이를 찾는 새의 눈에 띄어 잡혀먹을까 두려워 하루하루가 괴롭고 고통스런 삶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고치 속 번데기는 몸을 바꾸어 나비가 됩니다.
 고치 속 번데기는 몸을 바꾸어 나비가 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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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을 맞고, 바람을 거스르고, 풀잎을 갉아 먹으며 자라는 애벌레처럼 환호와 인기를 먹고 자라던 인기 연예인이었던 이가 자신의 몸에서 실을 뽑아 고치를 지어 몸을 감추는 애벌레처럼 어느 날 홀연히 대중들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대중들 앞에서 사라진 가수는 고치 속 번데기처럼 침묵하며 허물을 벗고, 허물을 벗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수행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중의 눈에서 홀연히 사라졌던 연예인, 이경미로 불리던 가수는 나비 같은 스님이 돼 중생들 앞에 다시 모습을 보였습니다.

봄기운을 몰고 오는 봄 나비처럼 출가 수행자가 된 스님은 나풀나풀한 날갯짓 같은 법문으로 대중들에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비결이 담긴 선(禪)을 꽃가루를 날리듯 훠이훠이 흩뿌려 주셨습니다. 이야기로 들려주고, 실천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보현 스님이 들려주는 선 이야기 <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

<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지은이 보현 · 사진 강명주 / 펴낸곳 민족사 / 2014년 10월 25일 / 값 1만 3800원)
 <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지은이 보현 · 사진 강명주 / 펴낸곳 민족사 / 2014년 10월 25일 / 값 1만 3800원)
ⓒ 민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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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지은이 보현 · 사진 강명주, 펴낸곳 민족사)은 모델·가수였던 저자, 한때 애벌레 같은 삶을 살던 인기 연예인 이경미가 우화(羽化)한 나비처럼 보현 스님으로 불리는 출가 수행자가 돼 날갯짓을 하듯이 나풀나풀 써내려간  '선(禪)'이야기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나비의 일대기, 애벌레가 자라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넘어, 나비가 돼 하늘을 나는 자유로움, 이 꽃 저 꽃에서 노니는 행복한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애벌레가 자라며 겪은 고행일 수도 있고, 고치를 짓기 위해 뽑아내는 명주실처럼 길고 긴 사연 일수도 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느끼는 마음은 고치 안에서 살던 번데기의 마음일 수도 있고, 우화한 나비가 허공을 날아다니며 만끽할 수 있는 자유일 수도 있고 깨달은 자가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일 수도 있습니다.

고요해지면 마음이 점점 맑아지고, 지극히 평온하고, 지극히 즐겁고, 지극히 행복한 상태가 됩니다. 그러다가 더더욱 더 깊게 들어가면 삶과 죽음까지도 초탈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애벌레 선禪입니다. -<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 58쪽 '애벌레 선' 중에서-

보현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성큼성큼 내딛는 발걸음처럼 거칠지 않습니다. 보일 듯 말듯하지만 쉼 없는 발걸음으로 쭉쭉 밀고나가는 애벌레의 이동을 보는 듯합니다. 1장 '땅콩 스님과 나의 출가'이야기를 읽다보면 애벌레 같았던 마음이 어느새 고치를 짓기 위해 실을 뽑아낼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2장 ' 왜 애벌레 선(禪)인가?', 3장 '지금은 생활 선(禪) 시대', 4장 '하루 7분 수행으로 내 안의 다이아몬드 찾기'를 읽다보면 시나브로 번데기의 몸을 벗고 나비가 돼 푸른 빛 창공을 훨훨 날 수 있는 날이 가까워졌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읽고 새기다 보면 촉수가 자라고 날개가 돋아나는 고치 속 번데기처럼 어느새 지혜의 촉수가 자라나고 깨달음의 날개가 돋아나는 게 미미한 느낌으로라도 감지됩니다.

나비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켤코 쉽지 않습니다.
 나비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켤코 쉽지 않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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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보현보살의 10대 행원 실천 선', 6장 '행복 충전소 부처님 마을'을 읽을 때쯤의 마음은 어느새 나비의 날갯짓이며, 꽃술을 더듬는 촉수의 촉감입니다. 보현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어쩜 나비가 된 스님이 행복한 삶을 대물림해 주기 위해 까놓은 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누구라도 품어 부화시키면 지혜, 행복, 건강 등으로 태어날 깨달음의 알.  

'21세기 맞춤 생활 선', '마인드컨트롤 선', '만사형통 생활 선', '비지니스 선', '성공 선', '리더십 선', '자제 선', '건강 선'…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선에는 별별 선이 다 있습니다. 멀고 어렵게만 생각되었던 선이 생활이고, 생활 속 요소 하나하나가 선이니 선이 깨우침을 담고 내게로 다가온 구름이라도 된 듯한 마음입니다.

한 때의 인기, 한 때의 부가 구름과 같은 허상임을 보현 스님의 삶에서 알게 되고, 보현 스님이 들려주는 선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에서 다이아몬드 같은 답을 찾을 수 있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지은이 보현 · 사진 강명주 / 펴낸곳 민족사 / 2014년 10월 25일 / 값 1만 3800원)



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 - 보현 스님의 행복한 생활 선

보현 지음, 강명주 사진, 민족사(2014)


태그:#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 #보현, #강명주, #민족사,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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