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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도중 김진태 검찰총장이 휴식시간에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을 찾아가 고개숙여 인사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23일 오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도중 김진태 검찰총장이 휴식시간에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을 찾아가 고개숙여 인사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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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의해 메신저 감청 논란의 중심에 섰던 카카오톡이 이번엔 공개적인 국정감사장에서 졸지에 '북한의 선전선동 도구'로 전락했다. 여당의 중진 의원이자 국회 부의장에 의해서다.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부의장인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4선·울산중구)은 국감장 전면 화면에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띄웠다. 정 의원은 게시물에 카카오톡 공유 버튼이 달려 있다는 걸 확인시키면서 "카카오톡은 북한이 활용하는 매체 중에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진태 검찰총장을 향해 "이런 상황을 나라를 지키는 검찰이 보고만 있어야 하느냐"고 질책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수사기관의 메신저 감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나왔다.

그는 먼저 지난 5년간 신청된 통신감청영장의 약 80%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불과 나흘 전 서해안에서 총격전이 일어났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고, 북한의 김정은은 사이버전을 '만능의 보검'이라고 했다"고 말한 후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의 카카오톡 공유 버튼을 지적했다.

정 의원의 논리는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에 카카오톡 공유 버튼이 있으니 북한의 선전선동 도구이고, 그렇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감청 등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인터넷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상황을 왜곡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심각한 문제다.

카카오톡의 공유 버튼은 카카오톡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는 일종의 오픈소스다. 또한 정 의원이 보여준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의 게시물에는 카카오톡 뿐 아니라 미투데이, 싸이월드, 트위터, 페이스북, 에버노트, 구글플러스, 리딧 등 국내외 대표적인 SNS 서비스의 공유 버튼도 함께 달려 있었다.

정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카카오톡 뿐 아니라 다른 국내외 SNS가 모두 북한의 선전선동도구가 되며, 따라서 이 서비스에서 오가는 내용을 검찰이 들여다봐야 한다.

김진태 검찰총장 "사이버 망명사태, 표현의 잘못 때문"

2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부의장인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4선·울산중구)이 "카카오톡은 북한이 활용하는 매체 중에 하나"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의 광주고법·광주지법·전주지법·제주지법·광주가정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정갑윤 의원
 2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부의장인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4선·울산중구)이 "카카오톡은 북한이 활용하는 매체 중에 하나"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의 광주고법·광주지법·전주지법·제주지법·광주가정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정갑윤 의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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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정 의원 뿐 아니라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도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검찰을 옹호했다. 이런 엄호 속에 야당 의원들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김진태 검찰총장은 소위 '사이버 망명 사태'에 대한 검찰의 책임을 단순한 '표현의 잘못'으로 한정했다.

'카카오톡 실시간 감청은 할 능력도 없고 할 의지도 없는데 보도자료 상의 표현이 부적절해 일어난 사태'라는 노철래 의원의 질의에 김 총장은 "정교하지 못한 표현 때문에 그렇게 돼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표현이 잘못된 걸 고쳤다고 하지만, 9월 18일 회의자료의 핵심 내용은 대통령의 '사이버 명예훼손이 도를 지나친다'는 발언과 이에 따라 포털에 신속한 삭제요청과 실시간 인터넷 모니터링 등의 조치였다"며 "이후 문제가 되자 두 번째 회의에서 가장 크게 문제되는 몇 가지의 표현만 살짝 바꿔놓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총장은 "9월 18일 회의는 일종의 브레인스토밍으로, 제각기 나름대로 견해를 갖고 왔고 그걸 종합해 대검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사이버상 명예훼손 사범을 처벌하겠다는 것이고, 그 점에 대해선 달라진 게 없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당사자의 고소가 없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에 대해 선제적인 수사를 한다는 말은 결국 표적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떤 건 수사하고 어떤 건 수사 안 하고, 어떤 건 먼저 수사하고 어떤 건 나중에 하고를 결정하다보면, 결국 대통령 명예훼손이 가장 우선 대상이 아닌가, 결국 국가원수모독죄의 부활"이라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대통령 관련 사건을 우선 수사한다는 내용이 (보도자료에) 전혀 없다"고 반박하며 "염려는 이해하지만 그런 식으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태그:#김진태, #국정감사, #정갑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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