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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이 들녘의 누런 벼를 연상케 한다. 감정이 북받친 농부는 농기구 대신 손팻말을 들게 된 사연을 하소연했다.


"벼 벨 땐데, 새벽밥도 거르고 이렇게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정부와 국회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봉화군) 석포면은 지금, 제련소 하나 때문에 인근 모든 생명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경북 봉화군 석포면 주민들과 환경운동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주)영풍이 운영중인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인근 토양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다며 환경오염 현황과 주민 건강에 대한 정밀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이들은 "환경안전건강연구소의 조사결과 석포제련소 주변 토양의 중금속 오염은 정부가 직접 정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옛 장항제련소보다 카드뮴은 최고 4.3배, 아연은 2.9배가 높게 나타났다"며 "환경오염현황과 주민건강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환경안전건강연구소가 제련소 인근 700~1500m 지역 등 6개 지점의 시표를 채취해 토양오염공정시험방법으로 토양내 중금속의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카드뮴(Cd)과 아연(Zn)의 최대 값이 각각 14.7mg/kg, 2052.4mg/kg 등으로 나타났다.


카드뮴에 과다노출시 등빼와 손발, 관절이 아프고 뼈가 약해져 잘 부러지는 공해병인 '이따이이따이병'의 발병 원인이 된다. 아연의 경우는 과다섭취시 독성이 발생할 수 있는 중금속으로 세계보건기구(WTO)는 아연의 1일 섭취 권장량을 성인 15~17mg, 소아(7~9세)는 4.5mg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주)영풍 석포제련소의 작업환경 측정결과'에 의하면 석포제련소 노동자 4명의 아황산가스 측정치가 노출기준(2ppm)을 초과했다.


특히 2000년에 실시된 건강진단결과, 석포제련소 생산팀에 근무하는 최아무개씨의 경우 혈중 카드뮴 농도가 노출지표에 무려 7배가량 초과한 것으로 조사, 중독판정 1년 만에 별다른 치료 없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나서 정밀 조사 벌여야"

정부조사도 비슷하다. 지난 22일 대구고용노동청이 내놓은 석포제련소와 협력사 등을 대상으로 직업병 유소견자 발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음과 광물성 분진, 카드뮴 등으로 매년 노동자 20명 이상이 직업병 유소견자 증상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도별로는 2012년 26명, 2013년 25명, 2014년 21명 등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환경부가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석포제련소가 특정수질유해물질을 낙동강에 유출한 것으로 나타나 '식수원 오염'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정애 의원이 환경부에게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석포제련소는 '특정수질유해물질 공공유역 유출'과 '지정폐기물 주변환경오염', '대기 TMS 측정기 표준가스 유효기간 초과', '황산 보관용기 부식, 파손' 등 총 4건의 환경관련법을 위반했다.


23일 기자회견에서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생태사회팀 국장은 "석포제련소와 관련해 지금까지 밝혀진 환경오염과 노동자, 주민건강피해 사실만으로도 공장 운영을 중지해야 할 정도"라며 "정부와 국회 등이 직접 나서서 철저하고 정밀한 조사를 실시해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누리집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석포제련소, #(주)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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