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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세종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세종 '창조마을' 시범사업 출범식에 참석, 시범사업 전시관을 참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세종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세종 '창조마을' 시범사업 출범식에 참석, 시범사업 전시관을 참관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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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대선 공약 파기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기간 제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대책'을 이르면 다음 달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 등 비정규직 고용 감축을 약속한 바 있다.

23일자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기간제법'을 고쳐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 시점인 고용기간 2년을 채우기 직전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는 일이 빈번해, 결과적으로 현행 기간제법이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를 앞세웠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노동시장 유연화를 끊임없이 요구한 재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검토한 바와 같이 비정규직 고용기간 제한을 3년으로 늘리더라도 지금과 같은 편법적인 고용 행태를 근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고용기간 제한시점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은 지난 2006년 당시 기간제법 제정 당시에도 제기된 바 있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 등 비정규직 고용관행 개선을 골자로 한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우리나라는 임금근로자의 1/3이 비정규직으로, OECD 국가 중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라며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실질적인 고용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공약했다.

특히, "공공부문부터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라며 "대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유도"까지 거론했다.

결국, 비정규직 고용기간 제한을 늘리는 정부안은 이 같은 공약 방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나 다름 없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공약만이라도 지켜야 양심 있는 것 아니냐"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날 "비정규직 종합대책 수립을 위해 노동계 및 경영계, 학계 등의 다양한 의견들을 살펴보고 있으나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으며,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이미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노동부는 애매한 말로 얼버무릴 것이 아니라 '기간 연장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말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또 "노동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는데 누구에게 무슨 의견을 듣고 있단 말인가"라며 "비정규직 기간 연장은 입에도 올리지 말라, 이것이 우리의 의견"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민주노총은 "최소한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상시·지속적 업무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만이라도 지켜야 양심이 있는 것 아닌가"라며 "노동자 등 약자의 등을 치고 기만하는 정부의 술책은 정말 지긋지긋하다"라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노동위원회도 이날 논평을 통해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비정규직 양산안을 '대책'이라고 검토한다"라며 "이번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안은 비정규직 고착화의 정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대선 당시 약속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온데간데 없이 '저임금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시간제 일자리'에 이어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안을 내놓다니 그 뻔뻔함이 분노스럽다"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지금도 삼성·LG·SK의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풍찬노숙을 하고 있고 현대차 불법파견이 내려진 것이 바로 엊그제"라며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을 재벌의 먹잇감으로 바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비정규직 대책은 법률에 의해 (비정규직을) 강제로 줄이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도 "이번 기간제법 개정안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막으려는 '평생 비정규직 양산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비정규직 기간 연장 논란은 해마다 기업들이 주장해왔고 기획재정부가 규제완화와 함께 늘 들고 나왔던 단골메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노동자에게는 피해가, 기업에게는 이익을 안겨다주는 '반노동 친기업' 정책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야 하는 기간을 1년 더 연장하는 것인 아니라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강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태그:#비정규직, #고용노동부, #박근혜, #대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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