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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난 후 빚더미에 앉은 인천시가 대규모 예산 구조조정을 통한 재정 건전화 작업에 착수했다.

시는 지난 17일 인천시의회 의장단, 각 상임위원장, 예산결산위원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내년에 예상되는 세입이 약 4조6000억 원, 세출이 약 5조4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8000억원 정도가 부족한 셈이다.

이를 토대로 시는 '자체사업 예산 1조5000억 원 중 상당 부분을 삭감하라'고 각 부서에 지시했다. 시 예산만으로 추진하는 사업 중 절반을 폐지하거나 예산의 절반을 삭감한다는 뜻이다. 시는 또 고통분담 차원에서 공무원 수당, 여비, 부서 운영비 등 각종 경비 960억 원도 일부 삭감하겠다고 했다. 이에 각 부서에서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아래 인천경제청)이 68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개발사업인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을 강행하기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예산 구조조정 한다면서,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 강행

시 전체 부채는 약 13조 원. 이 부채의 3대 요인은 '아시안게임 개최', '도시철도2호선 건설', '대형 개발사업 부진'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영종하늘도시, 검단신도시, 남구 도화지구, 서구 루원시티 등 대형 개발사업의 부진이 고스란히 부채로 돌아왔고, 대형 개발사업이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경제청이 무리하게 부동산 개발 사업을 벌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도워터프런트 사업은 인천경제청이 송도지구 왼쪽 6ㆍ8공구부터 오른쪽 11공구까지 전체를 휘돌아 흐르는 ‘ㅁ’자 수로를 조성한 뒤 수로 주변에 인공해수욕장ㆍ복합마리나리조트ㆍ스포츠시설ㆍ문화시설ㆍ상업시설ㆍ주거단지ㆍ조력발전소ㆍ유람선ㆍ공공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6862억원이고, 사업기간은 2025년까지이다
▲ 송도워터프런트 송도워터프런트 사업은 인천경제청이 송도지구 왼쪽 6ㆍ8공구부터 오른쪽 11공구까지 전체를 휘돌아 흐르는 ‘ㅁ’자 수로를 조성한 뒤 수로 주변에 인공해수욕장ㆍ복합마리나리조트ㆍ스포츠시설ㆍ문화시설ㆍ상업시설ㆍ주거단지ㆍ조력발전소ㆍ유람선ㆍ공공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6862억원이고, 사업기간은 2025년까지이다
ⓒ 인천경제청 시민공청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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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은 인천경제청이 직접 추진하는 수변 지역 부동산 개발 사업이다. 송도지구 왼쪽 6·8공구부터 오른쪽 11공구까지 전체를 휘돌아 흐르는 'ㅁ'자 수로를 조성한 뒤, 수로 주변에 인공해수욕장·복합마리나리조트·스포츠시설·문화시설·상업시설·주거단지·조력발전소·유람선·공공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6862억 원이고, 사업기간은 2025년까지다. 1단계 2635억 원(2016~2018년), 2단계 362억 원(2019~2021년), 3단계 3849억 원(2022~2025년)을 투자할 계획이다. 인천경제청은 이 사업으로 땅값 상승과 인구 증가, 해양레저·문화·관광 방문객 증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이 사업을 2011년부터 추진했으며, 이를 두고 '인천판 4대강 사업'이라는 비판이 줄기차게 제기됐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지난 6월 20일 '송도지구 워터프런트 기본계획 수립 용역'의 최종 자문회의를 열어 사업 추진을 확정했다.

이때 인천경제청은 사업비를 8900억 원에서 6800억 원으로 축소했고, 용도를 바꿔 매각하기로 했던 상업용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수정했다. 하지만 도로와 공원 등 공공용지를 줄여 주택용지와 상업용지로 늘린 뒤, 이를 매각해 사업비를 마련한다는 기본적인 틀은 변하지 않았다.

인천경제청이 워터프런트 사업을 강행하기로 하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는 22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시와 인천경제청이 '인천판 4대강 사업'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는 시 재정 상황이 재정긴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기에 암세포를 도려내듯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가 재정 건전화를 위해 자체사업 예산을 70% 축소하면 시민을 위한 복지·문화·교육 사업들은 중단위기에 처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와 인천경제청은 재정 개혁에 반하는 수천억 원대 토건사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질개선 사업에서 수변 부동산 개발로 '변질'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은 당초 송도지구 주변 해수 수질 개선 사업에서 비롯됐다. 송도지구를 휘감아 도는 'ㅁ'자 수로 중 북측 수로는 송도지구와 기존 연수구 사이에 흐르는 수로로 북측 1수문은 남항과 인접한 곳에, 2수문은 11공구 북단에 설치된다.

남측 수로는 송도지구 6·8공구 남단에서 10공구와 5·7·11공구 사이를 지나 11공구 동쪽으로 흐르며, 남측 1수문은 6·8공구 남단에, 남측 2수문은 11공구 남단에 설치된다. 서측 수로는 북측 수로에서 6·8공구 내 호수를 관통해 남측 수로로, 동측 수로는 북측 수로에서 11공구 사이를 관통해 남측 수로로 연결된다.

이 계획대로 하면 인천경제청은 서측 수로를 조성하기 위해 기존에 매립한 6·8공구를 다시 파내야 한다. 또한 동측 수로의 경우 현재 조성된 11-1공구 외곽 호안에서 수로 폭만큼 떨어진 곳에 별도로 호안을 추가 조성해 11-2·3공구를 매립해야 한다.

인천경제청은 남북 수로 동서 양측에 수문을 설치하고,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각 수로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남측 1수문을 통해 해수를 유입한 뒤 각 수로에 순환시켜 남측 2수문으로 배출해 수질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북측 1·2수문은 평상시 닫혀 있다가 홍수 발생 시 여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이에 대해 최혜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수질 개선이라고 하지만 이는 수변 지역 부동산 개발을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시화호 사례처럼 해수를 자연스럽게 유통시킬 때 수질이 개선된다. 게다가 인천경제청 주장대로 정말 수질 개선이 필요하다면, 관련 예산도 500억 원이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수위 차를 이용해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서 워터프런트 사업을 통해 주변지역을 개발하고 동시에 개발이익으로 수질 개선까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재정계획법'도 위반... 인천시도 '난감'

인천경제청이 워터프런트 사업을 강행하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는 22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시와 인천경제청이 ‘인천판 4대강 사업’을 추진한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 송도워터프런트 인천경제청이 워터프런트 사업을 강행하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는 22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시와 인천경제청이 ‘인천판 4대강 사업’을 추진한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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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청은 워터프런트 사업비 6862억 원을 토지 매각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토지 약 41만5000㎡(북측 수로 주변 7만 6000㎡, 6·8공구 11만 2000㎡, 남측 수로 주변 22만 6000㎡)를 단계적으로 매각해 사업비를 조성한다는 것.

인천시는 지난 8월 지방재정 투·융자심의위원회 때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 관련 설계용역비(시비 200억 원)를 상정했다.

이에 대해 당시 심의위는 '재검토'를 결정했다. 심의위는 사업 규모와 시기, 재원 조달 대책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시와 인천경제청은 설계용역비가 아닌 전체 사업비를 지난 10월 8일 상정했다. 이 심의위는 11월 초에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의 이 같은 자금 조달 계획은 지방재정계획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특별히 긴급한 사안이나 예측 불가능한 사업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규모 사업은 반드시 중기지방재정계획을 거쳐 투·융자심사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중기지방재정계획 심의는 열리지 않았다. 이 절차를 생략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인천경제청이 밝힌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비만 6826억 원이다. 그런데 2단계 사업에 11공구 수로(동측 수로) 사업비 1900억 원도 계상해야한다. 그러면 사업 규모가 약 9000억 원에 육박한다"면서 "그런데도 중기지방재정 계획 심의조차 생략하며 (인천경제청이) 위법하게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천경제청은 수변 토지가 매각되지 않을 경우 인천경제청 소유의 토지(1~4, 5, 7공구)로 대물변제 하겠다는 입장이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토지 매각이 순조롭지 않아 시가 지역개발기금을 송도에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또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광호 사무처장은 "11공구 공유수면 매립공사비(299억 원), 6·8공구 기반시설 1단계 공사비(300억원), 5·7공구 진입도로 공사비(117억 원) 등이 모두 지역개발기금에서 투입됐다"면서 "인천경제청의 사업계획은 요행을 바라는 부동산 투기나 다름없다. 혈세 수천억원이 낭비될 가능성이 크기에 충분한 검토와 사전절차 이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가 예산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이 과연 재무구조 개선 방향에 맞는 사업인지, 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사업인지 점검해야한다. 또한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본래 취지를 잃어버린 채 토건사업으로 변질됐다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보면 지방재정계획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맞다. 그래서 현재 투·융자심사에 앞서 중기지방재정계획 심의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이 문제는 경제청이 아니라 시 소관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물변제는 전에도 했다. 경제자유구역 최초 매립 시 돈이 없어, 공사비를 업체에 땅으로 지급했다"며 "이번에도 1단계 때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시민단체들의 지적과 인천경제청의 입장에 대해 말을 아꼈다. 시 관계자는 "뭐라고 정확하게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 다만, 경제청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시와 협의하고 조율해서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갑갑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송도워터프런트,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유정복, #인천시, #인천판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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