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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오로지 걸어서 갈 수밖에 없는 곳에 있는 거대한 마을, 남체바자르.
 인간이 오로지 걸어서 갈 수밖에 없는 곳에 있는 거대한 마을, 남체바자르.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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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남체바자르(3440m)'라는 마을은 불가사의라고나 할까? 찻길도 없다. 자전거도 다닐 수 없고, 오토바이도 다닐 수 없는 비탈진 산길, 오로지 바위와 돌 사이를 가파르게 오르는 길, 인간은 오로지 걸어서 갈 수밖에 없는 곳에 거대한 마을이 있다. 더구나 5월이나 9월 히말라야 트레킹 성수기에는 약 5000여 명이 한꺼번에 모인다는 마을이다.

루클라 공항에서 출발하여 팍딩(2610m)에서 1박하고 다음날 오르막 경사가 심한 쌍다리를 건너 비탈진 산길을 구불구불 오르고 올라 모퉁이를 돌아가니 거대한 마을이 눈앞에 나타난다. 고도를 따라 층층이 70 ~ 100여 채 정도 수많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대부분 3~4층 정도에 20 ~100여 명이 이용할 수 있는 로지(여관) 건물들이다. 객실에는 모두 침대가 놓여 있다 .

셰르파 종박은 서툰 한국말로 이렇게 말한다.

"남체 바자르에는 성수기인 봄과 가을엔 약 5000여 명 정도의 사람들이 붐벼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의 성수기는 봄과 가을입니다. 봄과 가을에는 이곳 남체의 로지가 사람들로 가득 차요. 여름은 우기이기 때문에 비수기고, 겨울도 건기이면서 춥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아 비수기죠. 비수기에는 많은 로지들이 문을 닫아 놓아요. 그러나 성수기만 되면 사람들이 많아요."

큰 바위를 블록 정도의 크기로 다듬어 시멘트 모르타르를 사용하여 건물의 벽을 쌓는다고 한다.
 큰 바위를 블록 정도의 크기로 다듬어 시멘트 모르타르를 사용하여 건물의 벽을 쌓는다고 한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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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체바자르로 가려면 쌍다리를 건너 비탈길을 올라야 한다.
 남체바자르로 가려면 쌍다리를 건너 비탈길을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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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색상은 주로 옅은 하늘색으로 밝은 느낌을 준다. 건축의 재료는 주로 돌이다. 큰 바위를 블록 정도의 크기로 다듬어 시멘트 모르타르를 사용하여 벽을 쌓는다고 한다. 기타 건축 자재들은 '좁교(소와 비슷한 동물)'나 포터(짐꾼)들이 운반해 온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짐은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운반한다고 한다. 그렇게 지은 로지의 규모는 우리나라 여관 정도다.

'남체'는 셰르파의 고향으로 셰르파들이 거주했던 마을이고, '바자르'라는 말은 시장을 뜻한다고 한다. 셰르파들이 거주한 마을이 히말라야 쿰부 지역의 중요한 지점이 돼 물자교역이 이루어지고, 에베레스트를 오르거나 트레킹 하는 사람들이 고소 적응을 하는 트레킹의 중심지가 돼, 거대한 마을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는 지금도 매주 토요일마다 시장이 열린다. 쿰부 히말라야에 사는 사람들은 이곳으로 음식과 생필품을 구하러 몰려든다고 한다. 따라서 금요일 밤에는 상인들이 티베트나 남쪽 루클라, 인도 등에서 물건들을 구입해 이곳으로 짊어지고 모여든다.

취급하는 물건도 다양한데, 의류, 잡화, 쌀과 야채는 물론 바나나와 콜라까지 있다. 또한 로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트레킹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할 음식이나 물건들도 이곳에서 사들인 것이다. 이곳에 모이는 모든 물건들은 모두 포터들이 짊어지거나 좁교를 통해 운반해 온다.

마을 중앙 흘러내리는 물에 빨래하고 있는 여인들
 마을 중앙 흘러내리는 물에 빨래하고 있는 여인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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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에 상점들이 즐비하고, 좁교가 다니고
 마을 곳곳에 상점들이 즐비하고, 좁교가 다니고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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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착한 날은 수요일이어서 시장터는 텅 비어 있었다. 시장터 앞에는 라마교의 흰 탑인 초르텐이 있고, 초르텐 벽에는 마니차가 둘러 있다. 마을 중앙에는 상당히 많은 물이 흐르는 수로가 있다. 아이들은 수로 주변에서 즐겁게 놀고 있고, 빨래터에 몇 명의 여인들이 빨래를 하고 있다. 이 물은 어디에서 흘러오는지 파악을 못했지만 설산에서 흐르는 물을 수로를 통하여 흘러오게 하는 것 같았다.

마을 중앙으로 넓이 3~4m 정도 난 길은 많이 정비가 되어 있다. 길은 잘 다듬어진 돌들로 쌓은 계단으로 되어 있고, 길 양옆으로 로지나 상점들이 많았다. 상점 앞에는 좁교에게 매달아 주는 워낭이 가지런하게 매달려 있다.

마을엔 당구장도 있고, 바도 있고 찻집도 있다.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가보니 도시 규모의 슈퍼마켓도 있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야크 털로 만든 모자나 목도리를 파는 곳도 있고, 각종 기념품을 파는 곳도 있다. 배낭, 신발 등 등산용품을 파는 곳도 있다. 우체국도 있고 은행도 있었다. 은행 앞에는 경찰이 총을 메고 경비를 서고 있었다.

좁교의 목에 매줄 워낭을 파는 가게.
 좁교의 목에 매줄 워낭을 파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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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체바자르에는 이렇게 큰 슈퍼마켓도 있다.
 남체바자르에는 이렇게 큰 슈퍼마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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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는 곰파(라마교 사원)가 있고, 로지가 아닌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들도 많았다. 오른쪽으로 올라가자 학교가 나왔다. 학교는 초등학교인데, 방학인지 학생들은 보이지 않고 교문은 열쇠로 잠겨 있었다. 교문 옆에는 시소, 그네, 미끄럼틀 등이 있었고, 가운데는 배구장 네트와 축구 골대도 세워져 있었다. 운동장은 폭이 40~50m 정도 그리 넓지 않았지만 길쭉하다. 깃발이 있고, 학교 건물은 단층으로 아담하다.

다음 날 아침, 앞산에 햇살이 비치자 하얀 설산 콩데(4250m)는 금빛으로 물들었다. 고소 적응을 위해 뒷산에 오르자 남체바자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리비 조개 껍데기처럼 오목하게 들어간 곳에 많은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 언덕엔 학교가 있고, 그 위에 군부대도 보인다.

남체바자르에 있는 초등학교의 모습.
 남체바자르에 있는 초등학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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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체바자르에는 은행이 있는데, 그 앞에는 경찰이 총을 메고 경비를 서고 있다.
 남체바자르에는 은행이 있는데, 그 앞에는 경찰이 총을 메고 경비를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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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올라가면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호텔(3880m)이 있다. 호텔 이름처럼 멀리 에베레스트 모습이 보인다. 세계3대 미봉이라는 아마다블람(6856m)도 보이고, 그 옆에 눕체(7861m), 로체(8516m)가 보이고, 그 옆으로 에베레스트(8848m) 봉우리가 아주 조금 보인다. 테라스에 앉아 이 설산의 풍광을 보며 차 한 잔을 마셨다.

히말라야 트레킹
지난 1월 6일(월)부터 21일(화)까지 우리 풀꽃산행팀 22명은 히말라야 칼라파트라 및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왔다. 인천공항에서 네팔수도 카트만두로 가서, 다시 국내선 18인승 경비행기를 갈아타고 히말라야 산속에 있는 아주 작은 루클라(해발 2840m)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남체 바자르(3440m), 딩보체(4410m), 로부체(4910m), 고락셉(5170m), 그리고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인 칼라파타르(5550m)에 올라 전면에 있는 에베레스트 정상(8848m)을 보고, 다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 페리체(4240m), 남체, 루클라까지 120km를 왕복하는 트레킹이다.

덧붙이는 글 |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및 칼라파타르봉 트레킹 산행기를 처음에 9회를 계획했는데, 개인 사정으로 7회로 조정하여 올리겠습니다.



태그:#남체바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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