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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인천서부경찰서는 서구 엠파크에 입점한 중고차 매매상사 8개의 대표와 딜러 등 15명을 사문서 위조와 탈세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세금 29억 원 정도를 받아내지 못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공무원 13명도 함께 입건했다.

불구속 입건된 중고차 매매상사 대표들은 엠파크가 문을 연 201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차량 9100여 대를 판매하면서 실제 거래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서(일명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취득세 약 29억 원을 탈세한 혐의를 받았다.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차량 구매자는 취득세를 절감했으며, 대리 신고한 딜러는 실제 내야 하는 세금보다 적게 내, 그 차익을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엠파크에서 지난해 말까지 중고차 약 20만 대가 판매된 것을 감안할 때, 당시 드러난 탈세액 29억 원은 일부에 불과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실제 걷지 못한 취득세는 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고차 수출시장 사정은 이보다 더하다. 다운계약서는 고사하고 금융 거래 자료가 없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해 인천에서 수출된 중고차는 약 24만 대인데, 이중 대부분의 금융 거래 자료가 불투명하다.

중고차 매매상사가 일반 매도자로부터 중고차를 매입하면, 매도자가 소유하고 있던 차량이 중고차 매매상사로 이전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고차 매매상사는 차량을 등록했기 때문에, 취득가격에 따라 취득세를 내게 돼있다.

그러나 엠파크 사례처럼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취득세를 탈루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운계약서마저도 쓰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A 매매상사가 B라는 사람한테 구매했으면, A 매매상사 명의 계좌에서 B씨 계좌로 송금해야 하는데, A 매매상사의 차명 계좌에서 B씨 또는 B씨의 지인 계좌로 입금하는 경우도 있다.

즉, 중고차가 거래되고 있지만 매매와 관련한 제대로 된 금융자료는 없는 것이다. 심지어 A 매매상사는 B씨한테 구매한 차량을 등록해야 하지만, 등록하지 않고 있다가 수출업체에 바로 넘긴다. 이때 다운계약서와 다른 방식으로 취득세가 탈루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렇다. A 매매상사가 B씨한테 구입한 차량을 수출업체로 넘길 때, 정상적인 거래라면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 그러면 매매상사는 매출에 따른 법인세(개인일 경우 소득세)를 내야하는데, 거래 자료가 없으니 이 또한 탈루된다.

심지어 중고차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중고차 매매상사는 중개인 역할만 하고 일반 매도자와 수출업체를 바로 연결해, 수출업체 차명 계좌에서 일반 매도자한테 바로 입금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 중고차 경매장은 항만에 인접해있어 물류비 절감은 물론 항만 물동량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 경매장에서 중고차를 낙찰 받은 수출업체가 해외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맺고, 해당 차량이 부두에 들어서면 부두 운영 회사는 선적부터 운송ㆍ보관ㆍ통관에 이르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일본 고베항 HAA 중고차 옥션 일본 중고차 경매장은 항만에 인접해있어 물류비 절감은 물론 항만 물동량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 경매장에서 중고차를 낙찰 받은 수출업체가 해외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맺고, 해당 차량이 부두에 들어서면 부두 운영 회사는 선적부터 운송ㆍ보관ㆍ통관에 이르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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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으로 거래하면 시장에서 손해

매매상사가 중고차를 매입해 매매상사 명의로 등록하고, 수출업체 또는 내수 구매자에게 넘길 때 말소하거나 이전하는 게 정상적인 거래다. 이에 따라 매매상사는 중고차 매입 시 취득세를 내고, 수출업체 또는 내수 구매자에게 넘기면 매출이 발생해 그에 따른 법인세 내지 개인소득세를 내면 된다.

가령 매매상사가 중고차 한 대를 일반인한테 500만 원에 사서 수출업체에 600만 원에 넘겼다면, 수출업체는 부가세 60만 원을 내야 한다. 수출업체가 이를 해외에 700만원에 팔면, 수출업체는 부가세 60만 원을 돌려받고, 또 취득가격 600만원의 8.25%(9/109)인 약 49만원을 의제매입공제로 돌려받는다.

이 모든 과정이 불투명한 데에는 의제매입공제 탓이 크다. 이를테면 수출업체가 중고차를 부가세 포함 660만 원에 사서 700만 원이 아닌 600만 원에 넘겨도, 부가세 60만 원을 돌려받고, 또 매매가 600만 원에 대한 의제매입공제로 49만 원을 받기 때문에 수출업체는 손해가 없다. 게다가 대부분 거래내역서는 없고, 수출업체가 얼마를 송금했다는 송금장만이 매입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법인사업자는 이렇게 할 수 없다.

인천의 중고차 수출에서 불투명한 거래가 대부분인 가운데, 중고차 수출 법인이 매매상사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해외 바이어와도 거래내역을 남기면 모든 매입·매출 자료가 드러나 내야할 세금을 다 내게 돼 오히려 손해를 보니, 중고차 수출 산업 선진화는 더디기만 하다.

의제매입공제 폐지와 합법 단지 조성으로 양성화해야

중고차 수출시장에서 발생하는 취득세·법인세 탈루를 막고, 중고차 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의제매입 공제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폐지하고, 나아가 인천 내항 인근에 합법적인 중고차 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인천에는 중고차 수출업체가 900여개 있는데, 이들은 송도유원지 개발 부지와 인접 부지(10만평), 서구 엠파크 부지(2만평), 경인아라뱃길 경인항 배후 부지(5만평), 북항 배후 부지(2만평)를 중고차 야적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임대업자들이 땅 주인으로부터 평당 월 6500원 정도에 임차해 중고차 수출업체에 평당 월 8500원 정도에 임대(전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부동산 전대·차가 아니라, 이 야적장들에 들어선 컨테이너 가설물이 모두 불법이라는 데 있다.

또한 인천항에서 수출할 때 신차와 중고차를 한 배에 선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중고차는 신차를 선적한 후 남는 공간에 싣는다. 그런데 인천 내항에는 신차야적장도 모자라, 한국지엠 또한 남항 배후에 있는 아암물류2단지에 신차를 둘 정도로 내항 5부두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즉, 인천 내항이 정온수역(수심 변동과 파도가 없는 곳)이라 중고차를 선적하기에 적합하지만, 야적장이 없어 중고차 수출업체는 내항과 떨어진 야적장을 이용하고 있다. 중고차 단지가 인천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물류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도 중고차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물류비 절감과 중고차 산업 선진화, 인천항 물동량 창출을 위해서는 인천항 인근에 합법적인 중고차 단지를 조성하고, 불투명한 거래 관행에 있는 중고차 수출 산업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의제매입공제율을 단계적으로 줄여 폐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천지역 중고차 수출업 관계자는 "법인사업자가 제 값(세금)을 치르고 금융거래를 하면 현 시장구조에서 못 버틴다. 이 때문에 선진화를 위해 일정한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업체들이 의제매입공제에 의존하는 만큼 이 부분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향후 국제 시장에서 한국 중고차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천항만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수출 산업은 물동량 창출 이외에도 차량 정비와 도색, 부품산업, 금융업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중고차 수출 산업이 선진화되고, 양성화되면 취득세가 발생하는 만큼 재정 위기를 겪는 인천시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인천내항 인근에 중고차 정비시설과 부품 단지를 동반한 수출 단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또한 해외 바이어가 보다 쉽게 국내 중고차 정보에 접근하고, 수출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수출 행정, 금융 지원을 위한 종합업무시설까지 같이 조성해야한다. 이를 통해 차량 보관과 정비에서 수출 시 통관, 금융 지원, 바이어에 대한 정보 제공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인천항에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고차 수출, #인천항, #탈세, #중고차단지, #다운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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